인공지능은 패션을 대체할 수 있을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인공지능은 패션을 대체할 수 있을까.

AI가 패션을?

손다예 BY 손다예 2023.06.16
1 인공지능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AI 패션 크라임의 화보. 
2, 3, 4 최근 열린 AI 패션위크의 출품작. 
5 가상으로 디자인한 나이키 에베레스트 부티크. 
 
최근 가장 화제가 된 밈은? 아마 ‘해리 포터 바이 발렌시아가(Harry Potter by Balenciaga)’가 아닐까. 소셜 네트워크에서 한 번쯤 접했을, 〈해리 포터〉 속 등장인물이 마치 발렌시아가의 모델처럼 입고 말하고 움직이는 딥 페이크 영상 말이다. 무엇보다 이 영상의 놀라운 점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단 몇 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것. 제작자가 공개한 작업 과정을 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쉬워서 놀랍다. 먼저 챗GPT에게 해리 포터 캐릭터 열 명을 선정해 달라고 한 뒤, 20년 경력의 발렌시아가 디자이너가 되어 이들을 90년대 스타일로 스타일링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 다음엔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로 넘어가 챗GPT의 답변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하면 끝. 좀 더 사실적인 디테일을 더하고 싶다면 또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로 목소리와 움직임까지 덧입힐 수 있다. 이제는 누구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트렌드에 한발 앞서는 패션계는 진작부터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인공지능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가상의 ‘나이키×자크뮈스’ 협업 그래픽이 실제 못지않게 인기를 얻자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인공지능의 상상을 동원한 각종 가상 패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6, 7, 8 ‘해리 포터 바이 발렌시아가’ 속에 구현된 등장인물들.  
 
AI를 패션 산업에 도입하는 현실적 시도도 있다. 지난해 말 홍콩에서는 디자이너 14명이 인공지능으로 완성한 80여 벌의 룩을 공개하는 인공지능 패션쇼가 개최됐고, 최근 온라인에는 AI 에이전시 메종 메타가 주최한 최초의 ‘AI 패션위크’가 열려 400명이 넘는 디자이너가 대중의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최종 선발된 디자이너는 AI로 만든 가상 패션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받을 예정이라고.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탄생한 디자인은 누구의 작품일까? 디자이너는 무슨 역할을 할까? AI 패션위크의 주최자 시릴 푸아레의 설명은 이렇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명령어를 해석해 이미지로 만들어요. 디자이너는 자기가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를 아주 상세하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해야 하죠.” 그러니까 AI 디자이너는 직접 드로잉만 하지 않을 뿐, 컨셉트부터 세부 디자인까지 상당히 구체적인 구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디테일한 명령어 덕분이라 할지라도 AI의 이미지 구현 능력이 눈에 띄게 발전한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패션 문외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그럴듯한 발렌시아가 캠페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한편 유명 AI 디자이너 리카르도(@rickdick__)는 거대한 패션 하우스가 적극적으로 A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가 깊은 브랜드는 과거 디자인이 온라인에 수없이 퍼져 있는데, 누군가 그 소스를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 전에 미리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 10, 13 현실감 넘치는 묘사가 돋보이는 AI 패션위크 런웨이. 
11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룩북.
 
게다가 유행 주기는 빨라지고, 새롭고 창의적인 아웃풋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경쟁 속에서 사람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속도는 결코 인공지능보다 빠를 수 없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다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현재 AI 패션 디자인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구글이다. 이미 2017년부터 데이터 드레스(Data Dress)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과 패션 디자인의 접목을 연구 중이다. 앱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와 건강, 검색 정보 등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것. 만약 내 체형과 생활 습관에 맞춘 최적의 옷이 나온다면? 도저히 안 사고는 못 배기지 않을까. 미래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기업이 패션 브랜드의 자리를 넘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12, 15 AI 패션위크에는 애나 윈투어와 리한나를 닮은 가상의 게스트도 등장했다. 
14 AI 디자이너 리카르도가 디자인한 가상의 나이키×발망 스니커즈.  
 
디자인 영역을 벗어나면 AI의 활약은 더욱 거세다. 가장 빠르게 대체되는 직업이 모델이다. 최근 리바이스는 사람 대신 인공지능 모델을 기용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피부색과 체형을 입력하면 가장 흡사한 외형의 AI 모델이 화면에 나타나는 식이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리볼브(Revolve)는 아예 인공지능으로 만든 광고 캠페인을 빌보드에 내걸었다. 세트와 모델, 의상까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 해외의 몇몇 매거진은 AI로 화보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에디터는 촬영현장에서 스태프에게 “조금 더 밝게 찍을까요?” “오른쪽 머리를 내려볼까요?”라고 말을 건네는 대신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향해 키보드를 두드리면 된다. 바다 배경을 찾아 새벽부터 강원도 양양으로 달릴 필요도,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촬영하느라 온갖 몸짓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진 않는다. 패션모델부터 포토그래퍼, 헤어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촬영현장에 필요한 모든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창작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하고, 마치 타노스처럼 전 세계 패션 산업의 일자리를 날려버린다면? 사람은 그저 AI가 창조한 디자인을 현실 속 물건으로 만드는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경의를 표해야 할까? 의문을 안고 챗GPT에게 물었다. 
 
“패션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챗GPT가 답했다. 
 
“AI가 패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독특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복제할 수 없습니다. 패션을 보완하고 향상시킬 수 있지만,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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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다예
    COURTESY OF AI FASHION IN CRIME
    FASHIONWEEK.AI
    INSTAGRAM @BENNY_DROP
    INSTAGRAM @DEMONFLYINGFOX
    INSTAGRAM @LADY.AI
    INSTAGRAM @OPETHESTYLIST
    INSTAGRAM @RICKDICK__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디지털 디자인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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