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든 OTT 서비스가 그렇지만, '혼자'를 위한 요금제는 없습니다. 1인용 요금제가 있지만 화질이 터무니 없죠. 요즘 세상에 720p HD 해상도라니요. 그래서 이용자들은 최대 4인까지 다중 접속이 가능한 최상위 요금제를 선택하되, 계정을 공유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최상위 요금제는 비싸기 때문이죠. 2017년, 넷플릭스는 공식 트위터에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Love is sharing a password)"라고 한 적도 있을 만큼 계정 공유는 매우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돌연 마음을 바꿨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계정 공유를 막겠다는 언급을 지속적으로 해 왔는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금지'가 아니고, '유료화'입니다. 지난해부터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의 국가에서 계정 공유에 추가금을 붙이는 요금제를 시범적으로 실행해 왔는데요.

이제 한국도 계정 공유 유료화가 머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1일 공식 홈페이지에 계정 공유와 관련한 새로운 공지를 게시했어요. 그런데 내용이 보통 난해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가족끼리는 쓸 수 있다는 건지, 접속 기기만 제한을 두는 건지, 동거인 중 한 명이 장기 출타할 때도 공유 요금을 내야 하는 건지 무척 헷갈립니다.
애초에 넷플릭스는 '4인팟'이라 불리는 최상위 요금제의 계정 공유는 동일 가구 구성원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해 두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아니라 '가구'입니다. 즉, 같은 공간에 거주하며 같은 IP를 쓰는 사람들끼리 계정 공유가 가능하다는 말이죠. 여태까지는 가입자 수 증가를 위해 비동거 가족이나 친구들의 계정 공유를 용인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번에 공지된 내용을 살펴 보죠. 함께 살지 않는 사람과 넷플릭스 계정을 무료 공유할 수 없고, 보려면 기본적으로 각자 계정으로 시청하라고 못을 박아 뒀습니다. 공지의 주요 골자는 '디바이스 인증'과 관련해 있는데요. 먼저 기본 계정 소유자, 흔히 말하듯 '4인팟'의 '파티장'이라고 해 두겠습니다. 넷플릭스는 파티장이 거주하는 곳의 IP주소 및 디바이스ID 등을 통해 파티장과 같이 살지 않는 계정을 거릅니다. 파티장이 아닌 3명은 '디바이스 인증'을 통해 내가 파티장과 살고 있는 사람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파티장 외의 계정이 파티장네 집 바깥에서 넷플릭스를 보려고 하면 디바이스 인증 요청이 뜰 텐데요. 15분 안에 인증코드를 입력하면 됩니다. 이게 귀찮다면 각 계정을 파티장의 '넷플릭스 이용 가구'로 변경하면 됩니다. 여행 중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조금 거슬리는 절차가 생겼지만, 2023년2월1일(한국시각) 현재 이번 공지에서 무시무시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낄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이미 계정 공유 유료화가 실행 중인 국가의 공지와 비교해 볼까요? 남미 3국의 공지에는 넷플릭스가 규정한 '넷플릭스 이용 가구(Netflix household)'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정보라고 바뀌어 있는데요. 'Netflix household'란, '기본 위치'에서 파티장과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입니다. 넷플릭스에게 '기본 위치'를 인증 받으려면, 파티장네 집에서 와이파이에 연결한 후 앱이나 웹 사이트에 들어가야 합니다.
'기본 위치' 인증 지속 기간은 31일. 한 달이네요. '기본 위치'가 아닌 곳에서 넷플릭스를 켜면 차단 당할 수 있고, 같이 볼 회원을 추가하려면 돈을 내면 됩니다. 파티장도 만만찮은 족쇄를 차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파티장이 일주일 이상 '기본 위치'를 벗어나면 임시코드를 발급받고 TV를 사용해 '기본 위치'를 업데이트 해야 합니다. 넷플릭스 코리아 홈페이지에 공지된 이 내용이 24시간 텀도 두지 않은 채 대폭 완화된 셈입니다.
이번 공지에는 항목마다 멤버십 변경이나 해지의 자유를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특히 마지막 부분에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넷플릭스 가입 절차는 간단하며 다양한 멤버십이 제공됩니다. 언제든지 멤버십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써 있군요.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지는 이용자들의 몫일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