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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첫 '비영어 영화상' 도전 아쉽게 실패한 '헤어질 결심'의 다음 행보는?

골든글로브 못 탔다고 <헤어질 결심>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프로필 by 라효진 2023.01.11
3년 전, 영화 <기생충>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비영어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당시 소감, 기억하시나요? "자막의 '1인치' 장벽을 뛰어 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단 하나의 언어가 있다면 그것은 '영화'다"라고 그는 세계의 관객들에게 선포하듯 말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 수상 소감은 골든글로브의 보수성을 우아하게 꼬집은 농담 같았습니다. <기생충>은 후보로 지명된 거의 모든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지만, 골든글로브의 작품상 후보엔 오르지 못했죠. 대사의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없었거든요. 비슷하게 억울한 예시로 2021년 제78회 골든글로브 비영어 영화상을 탄 <미나리>를 들 수 있겠군요. 명백한 미국 영화지만,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였다는 이유로 최고상 격인 작품상과는 멀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언어의 '1인치' 장벽을 넘기 위한 도전은 이어졌습니다.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TV부문에서 주요상에 노미네이트됐습니다. 오영수가 남우조연상을 탔고요. 그리고 2023년, 박찬욱 감독과 <헤어질 결심>이 다시 제80회 골든글로브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이미 지난해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논란으로 주요 인사들의 보이콧 세례를 받았던 골든글로브는 올해부터 '외국어영화상'의 이름을 '비영어 영화상'으로 바꿨는데, <헤어질 결심>은 이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헤어질 결심>이 경쟁한 작품들도 쟁쟁합니다. <클로즈>,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아르헨티나, 1985>,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 등이 올해 골든글로브 비영어 영화상 후보입니다. 이 중 가장 위험한 경쟁자는 <RRR>과 <서부 전선 이상 없다>였고요.
 
아쉽지만 <헤어질 결심>은 1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비영어 영화상(Best Motion Picture – Non-English Language)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어요. 수상의 영예는 <아르헨티나, 1985>가 차지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열린 골든글로브 후보작 심포지움에서 <헤어질 결심>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현대에 만들어진 사랑에 관한 영화들은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아주 대담하다"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라고요. 골든글로브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헤어질 결심>이 감독의 의도대로 서래(탕웨이)와 해준(박해일)가 나눈 미완의 사랑을 탁월하게 그려낸 것만은 확실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1차 후보로도 지명됐는데요. 수상 여부와 관계 없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 준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헤어질결심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GettyImages/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