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NEWS

박찬욱이 직접 밝힌 '헤어질 결심'과 '어쩔수가없다'의 가장 큰 차이

토론토와 베니스를 찍고 부산에서 공개된 '어쩔수가없다'가 드디어 24일 정식 개봉한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9.22

'깐느박'의 12번째 장편, <어쩔수가없다>가 토론토와 베니스를 거쳐 드디어 한국에서 공개됐습니다. <헤어질 결심>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얻은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린 영화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감독이 오랫동안 제작 욕심을 내 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추리 소설 <도끼>를 원작으로 박찬욱 감독만의 색깔이 가미됐습니다.



개봉을 2일 앞둔 22일, <어쩔수가없다>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기자간담회에 나선 박찬욱 감독은 긴 인사를 생략하고 바로 질문부터 받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필연적으로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전작 <헤어질 결심>을 먼저 언급했는데요. 스스로 작품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반응이 어떨지 겁도 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전작과 다른, 심지어는 상반된 영화를 만들려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감독'이라고 설명한 그는 "<헤어질 결심>이 시적인 면이 강하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헤어질 결심>이 여백이 많고 여성적인 면이 있었다면, <어쩔수가없다>는 꽉 찬 영화과 남성성에 대한 탐구를 한다"라며 "둘은 상당히 다른 영화였다. <헤어질 결심>을 좋아했던 분들이 저의 새로운, 다른 면을 보고 즐겨주시면 고맙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인 <도끼>가 스크린을 거치며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짚었습니다. 먼저 극 중 만수(이병헌)와 미리(손예진) 부부 사이 어린 딸 리원(최소율) 캐릭터가 새로 생겼습니다. 감독은 "리원은 원작에 없다. 영화에 나오듯 독립적인 개인으로 키우기 위해 부부의 노력이 필요한 인물"이라며 "만수로 하여금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하되, 갑자기 남의 말을 인용해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예언자 같은 캐릭터"라고 했습니다.


이 영화는 공개 전부터 감독과 배우가 입을 모아 '블랙 코미디'라고 해 온 만큼, 유머가 공기처럼 떠 다닙니다. 보는 이들 사이에서도 웃는 대목이 저마다 다를 정도로 일상적인 유머입니다. 이에 감독은 "깨를 뿌린 것처럼 전체에 걸쳐서 (유머를) 박아 넣었다"라며 웃었죠. 그러면서 "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에 모든 유머가 작동되길 바라진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꼽은 회심의 유머 장면은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릴 때, 또 만수와 미리가 부부싸움을 할 때라고 하니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어쩔수가없다>에는 '고추잠자리', <헤어질 결심>에는 정훈희의 '안개', <박쥐>에는 남인수의 '고향의 그림자'가 나옵니다. 이처럼 박찬욱 감독은 기회가 닿는 한 한국 옛 가요들을 작품에 삽입해 왔는데요. 물론 극의 흐름을 돕는 적확한 선곡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감독은 "어릴 적 좋아했던 한국 대중음악을 영화에 사용하려고 노력해 왔다"라며 "비틀즈나 롤링스톤즈 같은 레전드 밴드 음악은 지금 젊은이들도 다 안다. 우리의 싱어송라이터들도 그에 못지 않게 위대한 분들인데 젊은이들이 너무 몰라서 안타까워 쓰는 면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어쩔수가없다>의 '고추잠자리'를 부른 조용필은 박찬욱 감독의 우상이었다는데요. 팬심(?)을 가득 담아, 이번 영화에는 최대 볼륨으로 전곡을 실었습니다. 인물들의 움직임을 곡에 맞게 편집하면서까지 말이죠.



또 박찬욱 영화에 공통점이 있다면, 반드시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어쩔수가없다>도 제목처럼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정신적 고군분투가 그려지죠. 박찬욱 감독은 "딜레마를 좋아한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어 "'어느 쪽이 올바른 길인가'라는 질문에 빠진 사람들의 윤리적 딜레마를 넣는다. 뭐가 좋은지 보다는 뭐가 덜 나쁘고 더 나쁜 지의 문제다"라며 "이런 묘사를 통해 관객과 도덕적 질문을 공유하고, 윤리적 고민을 깊게 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어요. 과연 <어쩔수가없다>를 본 이 시대의 관객들은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영화는 24일 개봉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