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퍼 엘리아슨부터 제프 쿤스까지! 도시 전체가 예술로 술렁이는 카타르 도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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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부터 제프 쿤스까지! 도시 전체가 예술로 술렁이는 카타르 도하

뉴 컬처 데스티네이션! 지금 가장 뜨거운 동시대 문화 예술이 집결된 카타르 도하 이야기.

이경진 BY 이경진 2022.11.25
 
반짝이는 신상 호텔과 화려한 건축물로 수놓은 ‘모던 시티’ 도하의 도심 풍경부터 전 세계 80개국의 시민에게 비자 면제 입국까지. 2010년 FIFA 월드컵 입찰에서 승리한 후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에 이르는 동안 카타르의 예열은 빠르고 적극적이었다. 이제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의 직간접적 효과에 더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들만의 저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카타르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풍요 속에 문화 예술에 대한 투자가 엄청난 규모로 진행돼 왔다. 문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카타르에 새 얼굴을 부여하고 ‘오일 머니’를 넘어 미래적 경제 구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카타르 공주이자 세계 미술시장에서 알아주는 큰손, 카타르 문화 예술 행정 전반을 이끄는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의 지휘 아래 이뤄진 문화 예술 사업은 대담함의 연속이었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카타르의 유산과 역사를 탐구하는 혁신적인 전시장으로 탄생했고, 이밖에도 문화 예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지로 광범위한 컬처 스폿이 등장하는 중이다. 동시대적 문화운동과 함께 ‘소프트 파워’ 전략을 따라온 카타르. 지금부터 10년 후가 무섭게 기대되는 이 나라의 수도 도하를 걸으며 다이내믹한 문화 예술 경험과 마주했다.
 

NATIONAL MUSEUM OF QATAR

소금기 있는 사막이 만들어낸 신비한 자연 광물 ‘사막 장미’를 형상화한 건축물로 찬사를 받은 카타르 국립박물관.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옛 궁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카타르의 유산과 역사를 탐구하는 혁신적인 전시물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동시대 박물관이 지향하는 스토리텔링 연구가 눈에 띈다. 카타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물인 4억 년 된 물고기 화석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카타르의 시간을 관통하는 11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둥근 벽과 웅장하고 섬세한 소리, 향기, 누구나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내러티브가 명확한 멀티미디어 자료 등으로 동시대 관람자를 빠르게 몰입시킨다. 각 전시관은 베두인 문화와 풍경의 관계, 진주 채취가 주요 산업이었던 시기, 카타르를 영원히 변화시킨 천연가스 그리고 석유의 발견 등 카타르 역사와 시대를 산책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박물관 구석구석은 539개의 원뿔형 디스크로 이뤄진 지붕 아래 수많은 루트로 이어져 태양을 피해 고요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YOUR BRAIN TO ME, MY BRAIN TO YOU〉 by PIPILOTTI RIST

카타르 국립박물관 내 위치한 갤러리 QBEC에는 피필로티 리스트의 신작이 전시되고 있엇다. 카타르 풍경의 사운드스케이프와 비디오 영상을 배경으로 1만2000개의 LED 스트링 조명이 서로 반짝이며 미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인간의 뇌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수십억 개의 뉴런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피필로티 리스트가 작품으로 구현한 뉴런의 리듬에 스며들어 각자의 문화와 배경, 언어를 초월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다감각적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속을 거닐다 보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된 기분마저 든다. 전시는 2023년 1월 14일까지.
 

QATAR AUTO MUSEUM

렘 쿨하스의 건축 회사인 OMA 역시 그들의 신작을 도하에 세울 계획이다. 차세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물론 열성적인 자동차 수집가와 혁신을 꿈꾸는 크리에이터에 이르기까지 자동차를 향한 열정과 영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카타르 자동차박물관 설계에 나선 것. 3만 제곱미터 규모의 박물관은 자동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탐구하는 갤러리로 구성될 예정이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에서 이들의 야심 찬 계획을 미리 엿볼 수 있다. 그것도 역사적인 빈티지 자동차들과 함께.
 

ART MILL PROJECT

도하의 해안가 산책로에 있는 제분소가 엄청난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을 갖춘 창의적인 캠퍼스로 개조될 예정이다. 아트 밀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계획은 지난 2015년, 프리츠커 수상자인 칠레 건축 그룹 엘레멘탈(Elemental)이 레너베이션을 주도하면서 처음 발표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캠퍼스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창작자를 위한 스튜디오 등 복합적인 기능의 공간들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이를 앞두고 지난 10월에는 밀가루를 저장하던 제분소의 거대한 기둥 ‘사일로(Cilo)’가 공개됐다. 엘레멘탈을 대표하는 건축가 알레한드로는 이렇게 밝혔다.
아트 밀은 카타르의 젊은 디자이너와 장인, 공예가들이 모여 그들이 가진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 그 자체가 될 겁니다. 훌륭한 컬렉션을 수용하는 물리적인 기관일 뿐 아니라 더 많은 대중에게 닿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거예요.
 
 

LIWAN DESIGN STUDIO AND LABS

카타르가 도하에 야심 차게 건설 중인 디자인 지구 무셰리브 다운타운(Msheireb Downtown)의 중심부에 있는 리완은 회원으로 참여하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실험실과 개인 및 공유 스튜디오 등 작업에 필요한 다층적인 자원을 제공한다. 카타르의 상징적인 교육자가 1950년대 후반에 설립한 카타르 최초의 공식 여학교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완성되었다. 건물의 헤리티지를 살려 이전 학교에서 보관 중이던 약 850권의 아동 도서와 물건을 그대로 둔 도서실이 인상적이다. ‘리완’은 아랍어로 ‘우아한 안뜰’이라는 뜻이다.
 

〈FOREVER VALENTINO〉 by VALENTINO

발렌티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여는 전시인 동시에 중동에 펼쳐낸 첫 전시. 창립자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90번째 생일, 로마의 중심에서 베일을 벗은 발렌티노의 2022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과 이번 전시 또한 1959년 메종의 시작부터 발렌티노의 도시였던 로마에 온 듯한 배경에서 발렌티노의 역사를 방대한 파노라마 뷰로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풍부하고 화려한 상상력과 우아한 비전이 발휘된 전시다. 200여 점이 넘는 발렌티노 오트 쿠튀르 컬렉션뿐 아니라 60년에 걸친 발렌티노의 역사에서 찾아낸 내밀한 추억과 귀중한 걸작, 영원한 유산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카타르의 패션과 디자인 중심지로 자리 잡은 복합 문화 공간 M7에서 열린다. 2023년 4월 1일까지.
 

MUSEUM OF ISLAMIC ART

건축가 이오 밍 페이(I.M. Pei)가 설계한 5층짜리 석회암 건물. 이슬람 예술 박물관은 도하가 중동 문화권의 떠오르는 컬처 스폿임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7세기 오스만 문서에서 16세기 직물에 이르기까지 약 1400년에 걸친 이슬람 예술품이 전시된다. 이슬람 문화권의 희귀한 유물부터 19세기 이란과 이란 여성에 초점을 맞춘 기획 전시, 중동의 역사 문화를 촘촘하게 탐구할 수 있는 전시물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동 역사 전체를 들려주는 특강의 장인 셈. 건축가 이오 밍 페이는 박물관 설계를 앞두고 “다른 어떤 건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소”이길 바란다는 주문을 했다고. 그의 바람대로 박물관은 도하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코르니시 섬에 자리 잡아 도시를 상징하는 독보적인 얼굴이 됐다. 1~2시간 코스로 진행되는 박물관 가이드 하이라이트 투어를 예약해 방대한 컬렉션을 만끽해 보기를 추천한다.
 
 
 

MASSIVE ART IN DESSERT

도하 도심에서 북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어느 사막. 올라퍼 엘리아슨의 신작을 보기 위해 초대된 사람들은 홀린 듯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원형 디스크로 이뤄진 거대한 거울 아래에 서서 작품에 비친 자신의 반전된 모습을 바라보거나 거대한 강철로 만든 링에 올라앉기도 했다. 카타르의 사막 위에 올라선 올라퍼 엘리아슨의 새로운 아트워크 ‘섀도즈 트래블링 온 더 시 오브 더 데이(Shadows T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는 카타르 박물관청의 의뢰로 작업된 커미션 아트워크. 약 7년에 걸쳐 완성된 프로젝트다. 사막 한가운데 마련된 원반 모양의 대피소처럼 보이는 이 작품을 두고 올라퍼 엘리아슨은 말했다.
지구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볼 수 있게 함으로써 ‘지구와 인간의 재동기화’를 모색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에서 조금 떨어진 또 다른 사막에서는 메마른 모래 땅에 생명력을 더하는 에르네스토 네투, 시몬 파탈, 리처드 세라의 설치미술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섀도즈 트래블링 온 더 시 오브 더 데이(Shadows 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섀도즈 트래블링 온 더 시 오브 더 데이(Shadows 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이스트-웨스트, 웨스트-이스트(East-West, West-East)’.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이스트-웨스트, 웨스트-이스트(East-West, West-East)’.

 
에르네스토 네투(Ernesto Neto)의 ‘슬러그 터틀, 템플어스(Slug Turtle, Templearth)’.

에르네스토 네투(Ernesto Neto)의 ‘슬러그 터틀, 템플어스(Slug Turtle, Templearth)’.

 

PUBLIC ART

사막이 아닌 도심에도 거장의 공공예술 작품이 빼곡하다. 야외 미술관이 따로 없다. 도하를 여행하는 동안 새롭게 설치 중이던 작품은 제프 쿤스의 ‘듀공(Dugong)’. 높이 21m, 폭 31m에 달하는 규모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해양 초식동물인 듀공을 모티프로 만들었다. 도색한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재료의 특성상 뜨거운 날씨 속에 서서히 손상되기에 ‘듀공’은 월드컵 개최 기간을 포함해 6개월간 설치된 후 퇴장한다. 엔데믹 시대에 만난 도하의 공공예술 풍경은 더 많은 대중과 연결되기 위해 마당으로 나온 카타르의 예술 비전을 보여준다. 카타르 박물관청은 예술가들에게 의뢰한 공공예술 작품 40점을 도하 전역에 설치해 왔고, 작품 수는 연내 100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수많은 글로벌 아티스트들(수보드 굽타, 톰 클라센, 카우스, 우르스 피셔, 빌 비올라, 루이스 부르주아 등)과 현지 작가들(아메드 알 바라니, 아벨 압뎀세드)이 완성한 공공예술 작품은 ‘모던 시티’로 개발된 도하의 풍경에 창조적 기운을 더한다.
제프 쿤스(Jeff Koons)의 ‘듀공(Dugong)’.

제프 쿤스(Jeff Koons)의 ‘듀공(Dugong)’.

 
마틴 크리드(Martin Creed)의 ‘1361’.

마틴 크리드(Martin Creed)의 ‘1361’.

 
파예 투굿(Faye Toogood)의 ‘클레이(Clay)’.

파예 투굿(Faye Toogood)의 ‘클레이(Clay)’.

 

3-2-1 QATAR OLYMPICS SPORTS MUSEUM

인류 역사상 이토록 많은 스포츠 유물이 모인 장소가 있을까. 개관 직전 데이비드 베컴이 다녀가면서 더욱 알려진 3-2-1 카타르올림픽 스포츠 박물관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뮤지엄 중 하나다. 스페인 건축가 후앙 시비나(Joan Sibina)는 박물관을 두 개의 별도 구조로 설계했다. 본관은 역사적인  칼리파 국제경기장(Khlifa International Stadium)의 아치를 따라가는 구조다. 올림픽 오륜기에서 영감을 받은 나선형 건물, 입구에 그려진 달리기 트랙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월드컵을 앞두고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시품으로 가득하다. 박물관 전시장에는 기원전 8세기부터 시작된 스포츠 역사가 7개 섹션으로 나눠져 전개된다. 전설적인 선수들이 경기에서 사용했던 의미 있는 소장품이 줄지어 있는 전시장에서는 축구 선수 펠레의 유니폼, 권투 선수 매니 파퀴아오의 글러브, 베이브 루스의 배트 등을 발견할 수 있다.
 
 

MATHAF: ARAB MUSEUM OF MODERN ART

중동 예술을 보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담아내기 위해 탄생한 미술관. 아랍 세계의 대표 현대미술관인 이곳은 아랍 지역은 물론 현대미술의 풍성한 담론을 이끌어왔다. 여학교 건물을 개조한 공간으로, 1980년대부터 약 25년간 카타르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온 셰이크 하산 빈 모하메드 빈 알리 알사니가 설립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근현대미술을 조망하는 특색 있고 방대한 영구 소장품을 보유 중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아랍 디아스포라 및 아랍 현대미술에 영향을 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등 이슬람 이전 시대의 작품까지 망라하는 9000여 점의 컬렉션을 보고 있노라면 설립자의 열정이 느껴진다. 현재 전시 중인 카타르계 미국인 예술가 소피아 알-마리아(Sophia Al-Maria)를 비롯해 도발적인 아랍계 컨템퍼러리아트 예술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마타프’는 아랍어로 ‘박물관’이다. 택시를 타고 ‘마타프’로 가달라고 하면, 도하 시내 박물관의 고유명사가 된 카타르 국립박물관으로 향할 수 있으니 유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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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사진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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