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모든 상황을 차치하면,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꽤 매력적인 여행지였습니다. 일본에 뭐 대단한 것이 있거나 엄청나게 멋진 국가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장기 휴가를 내기 힘든 K-직장인들에게 편도 2시간에 시차가 없는 해외 여행지는 일본 뿐이니까요. 환율이나 물가의 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고, 여행 난이도도 낮습니다. 이런 이유들 덕에 수요가 보장되다 보니 항공편도 시내버스 수준으로 많았고 그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냥 '일본'이라는 점이 치명적이란 걸 무시할 순 없죠.
어쨌든 전 세계가 하늘길을 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일본은 2년7개월을 버텼습니다. 일본 당국은 1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세계 68개국 및 지역 비자 면제 조치를 재개했습니다. 입국 제한 정책이 거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셈인데요. 그 동안 취업, 워킹홀리데이, 유학 등 일본에 반드시 가야 하는 상황의 외국인 입국도 엄격히 제한해서 전 세계의 원성을 샀던 일본.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간 것인 만큼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중입니다.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엔화 가치도 여행 수요 증가에 영향이 있고요.

이제부터는 WHO가 인정하는 코로나19 백신을 3차까지 맞았다면 증명서 만으로 일본행 항공기 탑승 전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단,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2회 이하로 접종한 사람들은 출발 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일본 입국 후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검사나 격리가 면제됩니다.
그렇지만 쉽사리 일본 여행에 나서긴 힘들 전망입니다. 가장 중요한 항공권 가격 때문이죠. 수영을 해서 갈 수 없으니 비행기 삯은 해외 여행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입니다.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인천-나리타 노선의 경우 시간대에 따라 왕복 10만원 이하로 움직일 수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웬걸요. 남은 10월 해당 노선 직항은 거의 구할 수 없다고 보셔야 될 듯합니다. 11일 현재 항공권 검색을 해 보니 편도 2시간 거리를 경유해서 가는 노선도 보이는군요. 가깝고 싼 맛에 해외에 나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일본 여행의 가장 큰 이점인데, 항공권 탓에 그러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당장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항공기 증편을 기다려 볼 만합니다. 항공사들의 동계 스케줄 편성이 확정되는 게 그때 즈음이거든요. 항공 및 숙박 예약 수가 업계 예상보다도 훨씬 증가한 모양이니, 증편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