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택시 잡기 정말 힘들죠?_돈쓸신잡 #55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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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택시 잡기 정말 힘들죠?_돈쓸신잡 #55

심야 택시 대란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대응책으로 합승 서비스가 40년 만에 부활했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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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들과 저녁 모임을 가졌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날이었고, 저녁에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오늘 같은 날은 가급적 빠르게 집에 가야겠다"라고 말했고, 친구들 역시 동의했다. 이유는 택시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요즘엔 대란으로 불릴 만큼 택시가 잡히지 않고, 비가 오는 날엔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인간은 알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모임은 자정 살짝 넘어서 끝났다. 대중교통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이미 끊겼다.
 
대략 30분 정도 택시를 호출하던 중 운 좋게 친구 한 명이 호출에 성공했다. 요즘 같은 날 30분 만에 택시를 잡은 건 행운이었다. 그 친구와 나는 집 방향이 같았기에 함께 타기로 했다. 얼떨결에 택시 합승을 한 셈이다. 택시 기사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엔 합법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이랑 택시 합승을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실제로 지난 6월 15일부터 택시 합승이 합법화됐다. 심야 택시 대란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대응책으로 합승 서비스가 4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택시 잡기가 어려워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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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합승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요즘 왜 이토록 저녁에 택시를 잡기가 힘든가. 이젠 대란을 넘어서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리두기 해제로 저녁 모임이 확 늘어나며 택시 수요가 급증했지만, 반대로 택시 기사 수는 코로나 기간 동안 급감했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이 업계를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입이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배달을 하는 편이 훨씬 짭짤하다. 이제 택시 업계에서 40대 기사는 '보물', 50대 기사는 '청년'으로 분류한다. 그만큼 전통적인 택시 업계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건 외국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가 탄생하는 법이다. 외국은 차량공유 기업들이 질주하고 있다. 우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존 택시 업계를 지킨다는 명분 때문에 차량공유 기업의 진출을 막고 있다. 2013년 우버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끝내 서울시는 우버의 영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2015년 우버는 대한민국에서 철수했다. 이 밖에도 여러 차량공유 서비스가 결국 규제에 가로막혔다.
기존 택시 업계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모빌리티 기업의 진입을 막았지만, 택시 기사들은 자신의 직업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즉, 요즘 우리가 심야에 택시 잡기가 어려워진 건 생각보다 꽤 복잡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결과다.
 

40년 만에 부활한 택시 합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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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정부 차원에선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온 게 택시 합승 서비스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택시 기사의 말처럼 택시 합승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택시 합승은 일반적이었다. 나는 그때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문화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다. 다만 그 시기에 나왔던 보도를 종합해보면, 택시 합승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일단, 운전자가 기존에 탑승한 승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동승자를 태울 수 있었다. 노태우를 지지하는 승객과 김대중을 지지하는 승객이 함께 택시에 탔다가 정치적 견해 차이로 말싸움했고, 결국 택시 안에서 주먹 다툼을 벌여 경찰서 신세를 진 사건도 있었다. 더 심각한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택시 기사와 합승객이 미리 도모한 후에 다른 승객을 상대로 강도 범죄를 벌였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정부는 1982년 택시 합승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실제로 1990년대 중반까지도 택시 합승은 관행처럼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에 부활한 택시 합승엔 여러 조건이 붙는다. 일단, 택시 플랫폼 앱을 활용해 승객 모두가 동의한 경우에만 합승이 이뤄진다. 또한 합승하더라도 동성 승객만 함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집에 일찍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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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택시 합승을 부활시켰지만, 그렇다고 이걸 모든 택시 플랫폼에 강제로 도입하라고 지시한 건 아니다. 즉, 차량 호출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 대표 택시 호출 플랫폼들은 합승 서비스 도입을 안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 차원에서 따져보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합승 서비스를 도입할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역시 택시 합승이 못 미더운 건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과 그것도 늦은 시간에 또한 높은 확률로 취객인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걸 반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근본적인 모빌리티 산업 구조 변화 없이 심야 택시 대란 문제는 풀기 어렵다.
개인 차원에서는 가급적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에 모임을 중단하는 편이 좋다. 너무 교과서적인 결론일 수도 있지만, 인간은 교과서적인 원칙만 지키면서 살아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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