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엔화가 왜 이러지?_돈쓸신잡 #54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도대체 엔화가 왜 이러지?_돈쓸신잡 #54

환율의 힘은 강하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2.07.14
unsplash

unsplash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 이전 해외에 나갔을 때와 비교하면 비행기 가격이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환율도 문제다. 미국 여행을 계획하던 사람들도 1300원대로 치솟은 환율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이렇게까지 떨어진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많은 사람이 '지금 여행을 가는 게 가성비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나라도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이유는 하나다.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원/엔 환율은 9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물론, 반일 감정 때문에 일본 여행 가는 걸 탐탁지 않게 보는 사람도 많다. 그냥 데이터만 보자.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여행지는 일본이다. 조만간 개인 자유 여행 규제가 풀리고 그때도 엔저 기조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환율(돈)의 힘은 강하다.
 

엔화 가치가 급락한 이유

unsplash

unsplash

요즘처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건 한국 경제에 큰 리스크다. 그래서 외환 당국은 치솟는 환율을 잡기 위해 애쓰는 중이지만, 속수무책이다. 전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바로 미국의 금리다.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건 그만큼 달러의 가치가 강해진다는 뜻이다.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화폐의 가치는 떨어진다. 자본은 더 매력적인 자산을 찾아서 떠나게 마련이다. 원화 매력이 하락하면 그만큼 국내 시장에 투입된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이 크다.
그런데, 일본의 엔저 현상은 조금 다른 케이스다. 일본은 오히려 시중에 돈을 더 푸는 중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일본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아등바등 애쓰는 와중에 오히려 일본은 엔화의 가치를 약화하는 정책을 펼친다. 왜 그럴까?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본질은 일본 경제가 저성장 늪에 오랫동안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소비는 더 얼어붙고, 기업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은 일본은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시중에 돈을 더 푸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엔저 현상에 대응하는 기업, 큰손들

unsplash

unsplash

또한 엔화 역시 달러처럼 전 세계적으로 기축 통화 대접을 받는 화폐다. 이런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면 당연히 자본도 기민하게 대응한다. 최근 애플은 일본 내에서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엔저 현상 때문에 엔화로 벌어들인 수익을 달러로 환산하면 이익이 줄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강도 조치를 강행한 것이다.
또한 이 기회에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큰손들 역시 도쿄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홍콩의 한 부동산 중개 업체는 '도쿄 부동산 임장' 투어 상품까지 기획했다. 6일짜리 투어 참가비만 2000만 원이다. 운전기사가 모는 벤틀리를 타거나 혹은 헬리콥터를 타고 도쿄 부동산을 둘러보는 것이 투어의 핵심이다.
 

섣부른 투자는 금물

unsplash

unsplash

위 사례처럼 도쿄 부동산 쇼핑까지 나서는 건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보통 사람들은 엔저 현상 앞에서 "지금 일본 여행 가면 싸겠네" "지금 일본에서 직구하면 저렴하겠네" 정도의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래도 기회를 잡으려 애쓴다.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은 평범한 사람들 역시 거대한 경기에 참여하도록 입장권을 준다는 점이다. 소액으로도 엔저 현상에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지금 엔화를 사뒀다가 훗날 엔화 가치가 올랐을 때 파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일본 및 엔화 관련 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엔저를 고집하는 건 자국 수출 기업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이런 기대감 때문에 올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일본 증시 하락폭 역시 크지 않았다.
다만, 엔화 투자를 결정하기 전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다. 엔저 덕분에 분명히 이득을 보는 일본 수출 기업도 있겠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고통받는 내수 기업의 한숨 역시 일본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리와 환율은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재료다. 다만 평범한 개인이 이 거대한 흐름을 시시각각 체크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건 매우 어렵다. 경제란 명확한 공식이 적용되는 기계가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대한 생물체이기 때문이다.
 
.

.

 

'돈 되는 쓸모 있는 잡학 사전' #돈쓸신잡 더 보기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