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의 집〉은 '교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남자가 8명의 범죄자를 모아 조폐국, 국가 중앙은행 지하 등을 터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만큼 화제가 된 건 출연진 목록이었죠. 먼저 주인공인 교수 역으로 낙점된 건 유지태였습니다. 베를린 역엔 박해수, 도쿄 역엔 전종서, 나이로비 역엔 장윤주, 덴버 역엔 김지훈, 리우 역엔 이현우, 모스크바 역에 이원종이 출연하고요. 경찰 쪽에선 김윤진과 김성오가 나옵니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도 등장하는데요. 공개 후에야 알 수 있을 이 캐릭터들은 각각 임지연과 장현성이 연기합니다.


이처럼 한국 배우들로 채워진 출연자 목록과 히든 캐릭터가 〈종이의 집〉 스페인 원작과 한국 리메이크판의 가장 큰 차이점일텐데요. 배경 설정에 있어서도 달라진 점이 있어요. 한국판의 이야기는 '종전 선언 후 통일 직전의 한반도'에서 진행되며, 원작에서 강도들에게 털린 스페인 조폐국은 남북의 공동 화폐를 찍는 '통일 조폐국'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극 중 강도단을 추적하는 군경도 한국과 북한이 남북 합동대응팀을 꾸리는 식이고요.

한국판 '교수'와 강도단의 문제 의식은 남북한 개방과 경제공동체 건설 과정에서 빈부 격차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원작에서는 강도단이 스페인의 대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을 본뜬 가면과 붉은 수트로 정체를 감춘다면, 한국판에서는 달리 가면 대신 하회탈이 등장해요.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한국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탈이고 해학성도 작품과 맞아 떨어졌다"라며 주요한 소품으로 하회탈을 선택한 이유를 말하기도 해쓴데요. 나이로비 역의 장윤주는 "하회탈이 아주 많은 표정을 담고 있다. 당연히 웃고 있지만 마냥 웃고 있지만은 않다. 그 안에 분노도 미스터리도 있다"라고 부연하기도 했죠. 비주얼만 보면 〈오징어게임〉 만큼 세상을 놀라게 할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듭니다.
그러나 얼마 전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대목들이 포착됐어요. 2020년대의 영화에는 절대 등장해서는 안 될 해커 캐릭터의 "어, 대기들 타시고"라는 대사와,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보라색 머리의 여성 캐릭터가 껄렁껄렁한 말투로 내뱉는 "오빠"라는 대사가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죠. 영화 팬들이 반드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를 바라 마지 않는 한국형 범죄물의 클리셰들이 그 짧은 예고편에서도 목격되는 바람에 김이 샜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공개는 24일, 모두의 우려를 환호로 바꿀 대작이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