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2채널 HD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14분 35초. 필름 스틸 컷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거대한 양면 스크린 속 영상에는 전혀 다른 시공간에 있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멀지 않은 과거인 듯한 시기, ‘자유의 마을’에서 살아가는 남자는 영화배우 박정민이 연기한다. 그는 일하고 남은 시간에 산을 다니며 자생 식물 표본을 채집해 풍선에 달아 날려 보낸다. 미지의 세계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고 하겠다는 듯. 반대편 스크린 속 영상은 미래의 어느 시점, 우주선인 듯한 공간을 배경으로 고립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어딘가로부터 도착한 식물 표본을 받고 자신의 현실을 탈피하기로 용기를 낸다. 머리를 가지런히 넘기고 방호복 같은 새하얀 옷을 입은 남자는 갓세븐의 진영이 연기한다. 두 남자는 단절된 듯 보이나 점점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 연결된다.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2채널 HD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14분 35초. 작가 소장

문경원&전준호, 풍경,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292x425cm. 작가 소장
2009년부터 함께 활동해온 아티스트 듀오 문경원&전준호는 앞서 설명한 영상 작품을 비롯해 설치, 아카이브, 사진, 대형 회화 등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을 통해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영적 소통을 나누는 두 남자처럼 우리도 연대를 이루자고 말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힘을 합치는 연대가 아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식을 나누고 각자의 생각과 실천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열려 있는 연대다.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2채널 HD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14분 35초. 작가 소장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자유의 마을’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조차 표시되지 않는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현재 2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두 작가는 이 마을을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장소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사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탄생한 기형적 세계, 반복되는 역사로서 조망한다. 동시에 2021년 팬데믹 상황으로 수많은 단절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현재를 성찰하는 담론으로 확장했다. 국가기록원의 아카이브를 성실하게 리서치한 작업을 통해 관람객은 같은 모양의 집이 즐비한 마을을 보게 된다. ‘자유의 마을’이라는 이름과 달리 정부의 제도하에 동일한 집을 받기 때문이다. 행동도 조심해야 하고 원하는 모양의 집에서도 살 수 없는 ‘자유의 마을’의 모습을 통해서 ‘자유’에 대한 모순도 돌아본다.

문경원&전준호, 모바일 아고라, 2021, 스텐레스 스틸, 알루미늄, LED 패널, 각 320x260x196cm. 작가 소장
여러 근원적인 물음을 탐색하는 이번 전시와 연관하여 두 작가는 서울박스에 대형 플랫폼을 설치하고 분야별 전문가들과 전시 의제를 토론해보는 ‘모바일 아고라’를 진행한다. 총 5회에 걸쳐 건축가 유현준, 생태학자 최재천, 뇌과학자 정재승 등을 초청하여 동시대를 사는 인류가 맞닥트린 위기의 원인을 탐색하며 미래를 위한 대안을 탐색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역량 있는 국내 중진 작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마련된 〈MMCA 현대차 시리즈〉의 2021년 버전으로 설립 취지에 맞게 2022년 4월 29일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포스터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2022년 2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