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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들, '이건희 컬렉션'이란 외피를 입다_인싸 전시 #31

겸재 정선부터 김환기 작품까지.

BY라효진2021.07.23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겸재 정선의 걸작 〈인왕제색도〉부터 김환기의 최대 규모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까지 볼 수 있는 위대한 컬렉션이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세기의 기증’으로 화제를 모은 ‘이건희 컬렉션’의 주요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가 7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보 12건과 보물 16건을 포함해 대표 문화재 45건 77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은 근현대 한국미술 주요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전시실에서 열리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한국미술명작〉의 하이라이트는 가로 5m 세로 2m가 넘는 김환기의 대작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국내 최대의 방직 재벌 기업가가 자택을 신축하면서 벽화용으로 주문하여 제작되었는데 20여 년 후 쇠락하면서 미술시장에 나와 삼성이 인수하게 되었다. 파스텔 톤의 색면 배경 위에 인물과 사물, 동물 등을 양식화해 그린 반추상 회화다. 김환기는 자기 자신을 ‘항아리 귀신’이라고 표현할 만큼 달항아리를 좋아해 성북동에 살던 시절에는 꽤 많은 수를 수집하기도 했고 그림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 작품 역시 항아리를 머리에 이거나 안은 여인들과 행복한 표정의 사슴, 수레와 새장 등 김환기가 즐겨 사용한 모티브가 눈에 띈다.
 
김환기,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김환기,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옆에는 그의 뉴욕시기(1963~1974) 작품 두 점이 걸려있다. 본격적인 점화 형식이 나타나기 이전의 과도기적 작품인 〈3-X-69 #120〉(1969), 점화의 완성 단계 작품인 〈산울림19-II-73#307〉(1973)가 나란히 소개돼 김환기만의 추상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옆에는 그의 뉴욕시기(1963~1974) 작품 두 점이 걸려있다. 본격적인 점화 형식이 나타나기 이전의 과도기적 작품인 〈3-X-69 #120〉(1969), 점화의 완성 단계 작품인 〈산울림19-II-73#307〉(1973)가 나란히 소개돼 김환기만의 추상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인들과 항아리〉 맞은편에는 박수근 특유의 질박한 색감과 마티에르가 완성도 있게 구사된 세 점의 회화 작품이 걸려있고, 양옆으로 장욱진, 이중섭,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이 사면을 채운다. 특히 1953~1954년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쇄신해야 하는 국가와 자신의 공통된 페르소나로 소를 즐겨 그렸던 이중섭, 그의 현존하는 황소 그림 4점 중 전시된 적 없었던 〈황소〉를 볼 수 있다.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1954, 캔버스에 유채, 130x97cm.박수근, 〈유동〉, 1963, 캔버스에 유채, 96.6x130.5cm.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2층 서화 실에서 열리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의 하이라이트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다.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난 겸재 정선은 76세에 자기 집 뒤로 펼쳐진 인왕산을 익숙함과 애정을 담아 그렸다. 40세가 다 되어서야 첫 벼슬길에 오른 선비화가 정선은 지방에서 관리로 근무하였을 때를 제외하고는 생애의 대부분을 인왕산이 바라다 보이는 오늘날 말하는 서촌에서 살았다. 7월 말, 한여름 소나기가 스치고 지나간 봉우리들은 물기를 머금어 한층 웅장해 보이고 수성동과 청풍계에는 물이 불어났을 것이다. 완숙한 예술적 경지에 오른 대가는 유려한 붓질로 줌인하듯 화면을 가득 채워 비 갠 뒤 바위산의 압도감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1751년, 종이에 먹, 79.2x138.0cm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전시 모습.
 
그 밖에도 이 전시실에는 수 세기를 넘나드는 위대한 유물들이 짜임새 있는 구성을 이룬다. 초기철기 시대, 당시 신소재였던 청동으로 만든 최고 권력자의 주술 의식 도구,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까지 만들어진 다양한 금동불,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뛰어난 불교 회화, 한자와 순우리말, 한자음을 탁월한 레이아웃으로 디자인한 조선시대의 목판 인쇄 책 〈월인석보〉 등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작품에 자세한 설명이 달려있으며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려 불화 세부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적외선과 X선 촬영 사진을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마련해 놓았다. 

 
〈천수관음보살도〉, 14세기, 비단에 색, 93.8x51.2cm

〈천수관음보살도〉, 14세기, 비단에 색, 93.8x51.2cm

 
청동 방울, 초기철기시대, 청동보살, 삼국시대 7세기, 청동에 금도금월인석보 권11·12, 조선 1459년, 종이에 목판 인쇄
 
〈수월관음도〉, 14세기, 비단에 색, 83.4x34.7cm

〈수월관음도〉, 14세기, 비단에 색, 83.4x34.7cm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한국미술명작〉 2022년 3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9월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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