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진역과 이태원역을 잇는 길목, 4층 규모의 한 건물이 심상치 않은 파사드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를 중첩하여 명암을 드리운 가운데 소나무 숲이 홀연이 떠오른 건물 전면은 철사로 드로잉을 하는 박승모 작가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것. 이 건물의 지상은 구찌의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Gucci Gaok)’, 지하는 신생 갤러리 ‘파운드리 서울’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파사드 작품은 시즌별로 바뀔 예정이라고. 이 건물 전체가 부산에 있는 산업용 파이프 피팅 제조업체 태광의 소유이며 파운드리 서울은 이 기업이 자회사로 설립한 상업화랑이다. 기업이 예술후원의 일환으로 미술관을 여는 경우는 많지만 상업화랑을 설립하는 건 독특한 행보다. 이에 파운드리 서울은 “젊고 덜 알려진 작가를 발굴하고,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실질적인 예술 후원이라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밤이 되면 이태원 한복판에 홀연히 떠오르는 신비로운 소나무 숲 .
밤이 되면 이태원 한복판에 홀연히 떠오르는 신비로운 소나무 숲 .
파운드리 서울은 개관전으로 베를린 기반의 아티스트 해닝 스트라스부르거(Henning Strassburger)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OH BAD BOY〉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신작과 미공개 근작을 포함한 회화 작품 23점과 인스톨레이션, 그리고 전시 공간에 맞춰 제작된 초대형 월 페인팅 작품이 선보여진다. 동독에서 1983년에 태어난 작가는 팝 컬처와 디지털 시대를 순차적으로 경험한 세대로서 매거진 광고 페이지, 아이돌의 인스타그램, 20세기 미술사에서 추출한 상징적 요소, 노래 제목과 일상적 사물 등 현대 이미지 문화의 단면을 그대로 투영해 자신만의 추상적 풍경을 완성한다.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이미지들을 복제·도용하여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전유함으로써 전통 장르인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현 시대상을 담아내는 것.
이번 개인전에는 두 층을 연결하는 공간인 보이드 구간에 대형 월 페이팅을 전시한다. A5 사이즈의 작은 종이 위에 그려진 작가의 잉크 드로잉을 디지털 장치를 사용하여 가로 7m, 세로 10m의 벽을 가득 채우도록 확대한 다음 파란색 페인트로 해변의 풍경을 그렸다.
〈Spotlight Creator〉, 2019 작품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굵고 검은 선들은 자신의 이전 작품을 캔버스에 확대 투사하여 부분적으로 따라 그린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왜곡된 미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Eau de Bro〉, 2020 틱톡에서 스케이트보드 크루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작품명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미국 힙합 뮤지션 브록햄튼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SUGAR’라는 단어, 타블로이드 잡지의 볼드한 헤드라인을 따라 그린 작품 상단의 조각난 글씨 등 팝 문화와 이미지 문화를 대하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태도를 볼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두 층을 연결하는 공간인 보이드 구간에 대형 월 페이팅을 전시한다. A5 사이즈의 작은 종이 위에 그려진 작가의 잉크 드로잉을 디지털 장치를 사용하여 가로 7m, 세로 10m의 벽을 가득 채우도록 확대한 다음 파란색 페인트로 해변의 풍경을 그렸다.
이번 개인전에는 두 층을 연결하는 공간인 보이드 구간에 대형 월 페이팅을 전시한다. A5 사이즈의 작은 종이 위에 그려진 작가의 잉크 드로잉을 디지털 장치를 사용하여 가로 7m, 세로 10m의 벽을 가득 채우도록 확대한 다음 파란색 페인트로 해변의 풍경을 그렸다.
파운드리 서울 안에는 보다 실험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바이파운드리라는 전시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다. 현재 이 공간에서는 최강혁, 손상락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듀오이자 동명의 패션 레이블인 강혁의 개인전 〈REPEAT〉이 진행된다. 2017년 레이블을 론칭 해 세계 유수의 편집숍에 소개되고 에이셉 라키가 뮤직비디오에서 이들의 옷을 입는 등 반향을 일으킨 강혁의 가먼트를 전시로 풀어냈다. 강혁은 자동차 에어백, 공업용 경첩 등의 산업 재료를 평면 혹은 단일 유닛으로 해체한 다음 질감과 형태, 디테일과 실루엣 사이의 균형적 관계를 세심하게 조율해 새로운 사물로 재구성해왔다. 이번 전시는 에어백이 입체에서 평면으로, 평면에서 다시 입체로 변형되어가는 과정을 미분하여 스틸 프레임에 담아 관찰할 수 있게 했으며 경첩을 조립하여 빚어낸 멸종 위기의 동물 형상을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다.
헤닝 스트라스부르거, 〈OH BAD BOY〉 & 강혁, 〈REPEAT〉
7월 25일까지
파운드리 서울
Courtesy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