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 박재용
홈 갤러리 디렉터부터 통번역가까지 작가와 작품 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미술 신을 움직이는 ‘아트 플레이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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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통번역가, 저널리스트, 교육자, 조직가
통번역가부터 저널리스트, 교육자에 이르기까지 미술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신이 이번 아트 위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올해의 아트 위크를 대강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약 3주간에 걸쳐 해외 매체로는 <Frieze> <The Art Newspaper> <ARTnews> 등에, 국내 매체로는 <엘르> <W> 등에 열 편 정도의 글을 썼다. 해외 작가들의 내한 기자회견에서 열 번 넘게 통역도 했다. 동료들과 함께 기획한 행사 두세 개도 진행했으니 이 모든 일이 20일 남짓한 시간 동안 동시에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웃음).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어퍼쳐 Aperture> 제260호 ‘서울’ 이슈 발간 행사에 참석했다. 통역가이자 연사로 참여했는데, 행사에는 <어퍼쳐> 편집장인 마이클 파미게티, ‘서울’ 이슈에 작업을 선보인 사진가 오형근 · 황예지 · 안초롱, 객원 에디터로 참여한 손현정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동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 역시 이번 호 <어퍼쳐>에 필자이자 객원 에디터로 참여했는데, 1952년부터 발행된 잡지라 무척 뜻깊은 기회이기도 하고, 꿈꿨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여러 직능을 넘나드는 사람으로서 자신도 모르게 시대 흐름에 맞춰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느껴본 적은 없나
그러고 보면 내가 적극적으로 큐레이터 활동을 했던 때는 2010년대 중후반인 것 같다. 팬데믹 즈음에는 글쓰기, 특히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하는 글쓰기 쪽에 더 신경 썼다. 이후 ‘프리즈 서울’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매체에 글을 싣거나 통번역하는 비중이 늘었다.
팬데믹 시기에 글쓰기에 집중했던 것처럼 요즘 특별히 더 신경 쓰기 시작한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익만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지만, 현대미술 서가인 ‘서울리딩룸’과 자기주도적 사고와 실천을 모색하는 플랫폼 ‘큐레이팅 스쿨 서울’을 운영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 활동은 아직 제도권에 자리 잡지 못한 지식과 역사를 아카이빙하고, 후세에 전승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한국 사회는 어떤 분야든 ‘다음 세대를 위한 제스처’가 매우 부족하다.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것도 벅찬 현실이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관련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제임스 터렐 기자간담회에서 통역 중인 박재용.
한국 미술계의 과제 혹은 문제점은
요즘 AI 도구를 활용해 나만의 리서치를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의 유명 큐레이터와 미술가, 필자에 대한 평가를 수집하고 정리하며 한 가지 작은 결론에 도달했다. 바로 이들에 대한 미술계 차원의 우호적 분위기와 지원, 응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다른 사람의 업적에 대해 서로 힘을 실어주거나 격려하는 분위기가 전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럼 외부의 시선은 어떨까? 한국미술계 내부로부터 외부를 향해 우리 활동을 대변하는 목소리도 많지 않았고, 이곳을 잠깐 스쳐가는 외부 사람들이 피상적 수준에서 다루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나와 비슷하게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동양인 필자들의 목록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서울에서 펼쳐진 아트 위크에 대한 외부 반응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이에 관한 소회는
공통적으로 흥미로운 의견이 있었다. 우선 ‘아트바젤 홍콩’은 부스 수가 240개가량인데, 프리즈 서울은 그 절반인 120개 규모다. 그러니 ‘서울이 홍콩을 넘어서는 아시아 아트 허브가 된다’는 기대는 규모 면에서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게 되어야 할 거다. 한국 젊은 작가들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큰데, 이를 연결하는 매개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글로벌 시장과의 교류가 부족하거나, 매개자들의 국제적 태도와 역량이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해외에서 서울을 찾는 사람들과 좀 더 국제적이고 성실한 관계 맺기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작품을 사고 싶다고 해놓고 다음날부터 연락이 안 되는 한국인 컬렉터에 대한 흉흉한 소문 같은 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이 기회를 어떻게 긴 호흡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박재용
통번역가, 저널리스트, 교육자, 조직가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컨트리뷰팅 에디터 안동선
- 사진가 이우정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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