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버지들은 주식으로 돈을 잃기만 했을까_주린이를 위한 경제 가이드 #7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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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버지들은 주식으로 돈을 잃기만 했을까_주린이를 위한 경제 가이드 #7

주식 투자를 도박처럼 하면, 잃을 수밖에 없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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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강남 어디에 몇백억짜리 빌딩을 샀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웅성웅성하며 부러워한다. 빌딩 매입은 성공한 연예인의 척도다. 인기 웹툰 작가도,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도,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번 사람도 결국 건물을 산다. 몇 년 전 6살 유튜버 보람튜브가 95억짜리 청담동 빌딩을 샀다는 뉴스에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다. 어떻게 보면 부유한 사람이 건물에 투자하는 이유는 불안해서다. 한때 떠올랐다가 결국 몰락한 연예인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현명한 연예인은 잘 나갈 때 미리 준비를 한다. 일하지 않고도 매달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건물을 산다.  
 
 
현실적으로 따져보자. 우리는 건물주를 부러워하지만, 대부분 건물주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평범한 월급쟁이 소득은 뻔하다. 이들이 연예인처럼 강남에 있는 빌딩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로또에 8번 당첨돼야 청담동 아담한 빌딩 한 채를 겨우 살까 말까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꿈은 일찍 접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어떻게 하면 건물주처럼 일하지 않고도 정기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배당주 투자에 주목해야 한다.
 
 

주식 투자는 도박이다? 도박처럼 하니까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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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향에 계신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대뜸 주식투자를 하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젊은 사람들이 우르르 주식 투자에 나선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돼서 전화하셨다. 아버지는 평생 주식을 산 적이 없다. 하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은 숱하게 봤다. 그래서 주식을 도박처럼 생각한다. 아버지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주식 투자를 도박처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돈을 잃은 후 주식에서 손을 뗀다. 그러면서 “주식은 도박”이라며 억울해한다.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한 본인 잘못은 인식하지 못한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올랐을 때 팔아서 차익을 얻는 것. 두 번째는 기업이 정기적으로 주는 배당금을 받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전자의 방식으로 주식에 접근하다. 최근에야 배당주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오랜 기간 대부분은 주식을 차익 실현 수단으로만 여겼다. 그래서 주식을 투자(invest)보다는 거래(trade)의 관점으로 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남성보다 여성의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은 건 통계로 증명된 사실이다. 왜 그럴까? 남성은 자신이 뭔가를 잘 안다고 과신한다. 그래서 자꾸 경제를 예측하고 전망하면서 자주 주식을 거래한다. 주식을 사고파는 횟수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는 건 투자시장의 정설이다.  
 
 
배당주 투자가 낯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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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장기적인 투자가 아니라 거래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건 투자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기업은 자신들이 거둔 수익을 주주에게 나눠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원리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이익을 주주와 제대로 나누지 않았다. 주요국 중 한국 기업은 배당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처럼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한국에선 기업이 배당을 줘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희박했다. 그러니까 투자자들 역시 배당금을 받으며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기보다는 단기적인 거래에 매달린다. 최근 들어서야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이기는 한다. 우리나라 1등 기업 삼성전자가 앞장서서 배당금을 늘렸다. 삼성전자 배당률은 2.6%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만 하고 있어도 주가의 2.6%에 해당하는 현금이 들어온다. 은행 예금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익률이다. 삼성전자가 나서자 다른 기업들도 주주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서서히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T 할아버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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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다. 미국은 감옥마저 기업이 운영한다. 이 감옥 기업은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즉, 우리는 감옥에도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감옥 기업은 주주들에게 꽤 많은 배당금을 나눠준다.  
 
자본주의가 발달했다는 거는 그만큼 주주들의 힘이 세다는 얘기다. 미국기업들은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걸 의무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아파트에 매달리지만, 미국인들은 이른 나이부터 주식을 모으는 방식으로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한다. 미국에는 ‘T 할아버지’(T-Grandfather)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통신 회사 AT&T에 투자해서 이 기업이 주는 배당금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은퇴자들을 ‘T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현재 배당률이 7% 정도인 AT&T는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주다.    
 
 
나는 배당주 주식만 1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각각의 기업마다 배당을 주는 시점은 다르다. 1월, 4월, 7월, 10월에는 코카콜라가 내게 배당금을 준다. 2월, 5월, 8월, 11월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팔아 번 수익을 내게 배당이라는 방식으로 나눠준다. 배당금 시기만 잘 조합해 투자하면 사실상 매달 월세를 받듯 배당금을 받는다.
 
 

나를 대신해 일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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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 투자의 강점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도록 유인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배당금을 받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기업 자체에 결정적인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말이다. 오히려 배당주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걸 더 아쉬워한다. 어차피 꾸준히 모아갈 주식인데 굳이 비싸게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배당금은 다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는 데 활용해야 효과가 크다. 그러면 늘어난 주식 수만큼 다음 배당금도 증가하는 거다. 사실상 이런 식으로 10년, 20년 투자를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낮다. 단지 그 긴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있냐는 거다. 그래서 장기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은 일종의 철학자에 가깝다. 마치 칸트처럼 자신만의 절대 원칙을 세운 이후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것이다” 내가 잠자는 동안에도 나를 대신해서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그 성과를 내게 나눠줄 기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업들을 좋은 친구처럼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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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조성준
    에디터 김초혜
    사진 unsplash /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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