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당신을 설레게 하는 기업, 그 기업을 사세요_주린이를 위한 경제 가이드 #6

심장이 두근거릴 때 투자하라.

BY김초혜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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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마리에가 나오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전 세계에 미니멀리즘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다큐에서 곤도 마리에는 쓰레기장처럼 잡동사니를 쌓아두고 사는 미국인들의 집을 방문한다. 과감하게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라고 명령한다. 나 역시 한동안 미니멀리즘 전도사에게 영향을 받았다. 다시는 펼치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버렸다. 더는 입지 않는 옷도 헌 옷 수거함에 넣었다. 곤도 마리에는 버릴 물건, 버리지 않을 물건을 나누는 기준을 ‘설렘’이라고 했다. 그가 쓴 책의 제목부터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다.  
 
그렇다면 설레는 물건은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말인가? 이 물음을 주식 투자에 적용해봤다. 유독 팬덤이 강한 기업이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악플에 시달린다. “애플의 혁신도 끝났네” “이 가격에 누가 사냐?” 하지만 항상 애플 제품은 잘 팔렸다. 에어팟이 처음 나왔을 때도 많은 사람은 “저걸 누가 사겠냐”라며 조롱했다. 하지만 너도나도 에어팟을 사서 귀에 꽂았다. 사람들은 애플에서 설렘을 느낀다. 물론 제품 자체도 뛰어나지만, 애플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이 ‘무언가’에 소비자들은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비싸도 상관없다. 나는 종종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설레는 기업에 투자하라”라고 대답한다. 이런 기업이 돈도 잘 벌기 때문이다.  
 
 

영원한 제국 디즈니  

2017년 일곱 살 조카와 극장에 갔다. 조카와 나는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를 봤다. 조카와 놀아주겠다는 의무감으로 극장을 찾은 이 날 결국 나는 눈물을 흘렸다. 주인공 소년이 할머니 앞에서 기타를 치며 나긋하게 ‘Remember me’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이었다. 대놓고 관객을 울리려 작정한 연출이었다. 알면서도 당했다. 나뿐 만이 아니었다. 극장 여기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덩치 큰 어떤 아저씨도 흐느꼈다. 조카는 눈물 흘리는 어른들 사이에서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여운에 젖은 채로 극장에서 나오며 이렇게 생각했다. ‘아! 디즈니 주식 사야겠다’ 여전히 이렇게 위대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 최근 개봉한 ‘소울’을 보고 나왔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 떠올려보면 내 또래들은 유년 시절부터 디즈니 세례를 받으며 성장했다. 일요일 아침만 되면 교회를 가듯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 앞으로 향했다. 디즈니는 그때도 설렜고,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과거로 되돌려 놓는다. 디즈니만이 보유한 마법 같은 힘이다. 물론 설렘 하나만으로는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 기업으로서 디즈니는 어떤가. 코로나 기간에 디즈니는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테마파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디즈니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내놨다. 빠른 속도로 넷플릭스를 추격하는 중이다. 곧 우리나라에도 이 서비스가 들어온다. 코로나가 종식하면 테마파크 역시 문을 연다. 이제 디즈니는 언택트, 콘택트 양쪽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어벤져스가 됐다. 아,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든 마블 스튜디오 역시 디즈니 계열사 중 하나다.  
 

나이키 주식 살지 고민된다고?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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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창업자인 필 나이트는 오랫동안 은둔의 경영자였다.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 나이트가 2016년에 자서전 ‘슈독’(ShoeDog)을 출간했을 때, 나이키를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은 도대체 누가 이 브랜드를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웬만한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흔히 생각하는 성공한 CEO의 자서전과는 다르다. 필 나이트는 아버지에게 빌린 50달러로 시작해 나이키라는 제국을 만들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신발에 미친 사람들이 하나둘 필 나이트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돈보다는 ‘멋진 상품’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운동화를 제작했다. 책 내용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마일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필 나이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운동화를 만들었고, 나이키를 세웠다. 그리고 현재 나이키는 이 신념을 이어가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인종차별에 목소리를 내고, 땀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 주고,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그래서 나이키는 단순한 스포츠의류 브랜드가 아니라 문화가 됐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똑같은 코카콜라를 마시듯, 전 세계 상위 10%도 하위 10%도 나이키를 신는다. 할아버지도 손녀도 나이키를 신는다. 미국을 싫어하는 중국에서도 나이키는 잘 팔린다. 한정판 스니커즈가 발매되는 날이면 나이키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줄을 선다. 나이키 주식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과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Just do it.  
 
 

밀레니얼은 샤넬을 입는다  

최근 결혼을 앞둔 지인이 예비 신부에게 결혼 선물로 샤넬 가방을 사주려다 실패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그냥 백화점에 가서 돈을 내면 샤넬 백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매장에 들어가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미리 봐뒀던 제품은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명품가방을 잘 모른다.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명품 브랜드를 사랑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최근 뉴스에 ‘에루샤’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앞글자만 딴 신조어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백화점 대부분은 매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매출이 늘어난 소수의 백화점이 있었다. 이 백화점들의 공통점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을 갖췄다는 점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샤넬 매장은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3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매장 앞에서 줄을 설 정도다. 명품이 대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다양한 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 길이 막히자 명품가방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확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눈여겨볼 점은 그동안 명품 시장에서 소외됐던 20대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이다. 밀레니얼은 자기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표현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고만고만한 소확행보다는 확실하고 큰 행복을 원한다. 그러기에 명품은 좋은 수단이다. 명품 브랜드 역시 이 흐름을 간파했다. 콧대를 한껏 낮추면서까지 밀레니얼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 전쟁에 돌입했다. 이제 명품은 ‘비싸도 잘 팔리는 물건’이 아니라 ‘비싸기 때문에’ 잘 팔린다. 에루샤 중 샤넬을 제외한 나머지 두 기업은 증시에 상장돼있다. 루이비통이 속한 명품 그룹 LVMH 주가는 최근 1년 새 80% 정도 올랐다. 같은 기간 에르메스 역시 70% 가까이 상승했다. 이 브랜드들이 창조하는 가방만큼이나 명품 브랜드 주가도 아름답게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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