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소니아 김의 취향 저격 뮌헨 집 #랜선집들이

130여 년 된 뮌헨의 한 공동주택. 이곳에 둥지를 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니아 김에게 집이란 작은 일상들의 아카이브다.

BYELLE2020.11.08
 
거실에는 리빙 디바니의 푸른 벨벳 소파와 부드러운 베이지 컬러의 LC2 체어, 아이의 놀잇감인 종이 집과 흔들목마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이드보드 위에 자리한 오벌형 거울은 세 가족의 모습을 비춰보며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포토 스폿.

거실에는 리빙 디바니의 푸른 벨벳 소파와 부드러운 베이지 컬러의 LC2 체어, 아이의 놀잇감인 종이 집과 흔들목마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이드보드 위에 자리한 오벌형 거울은 세 가족의 모습을 비춰보며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포토 스폿.

장 프루베의 의자, 아이를 위한 민트 컬러 스토케 트립트랩이 공존하는 다이닝 룸.

장 프루베의 의자, 아이를 위한 민트 컬러 스토케 트립트랩이 공존하는 다이닝 룸.

거실 소파에 앉으면 노기쁨 작가의 페인팅 두 점이 걸려 있다.

거실 소파에 앉으면 노기쁨 작가의 페인팅 두 점이 걸려 있다.

3인조가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며 머무는 장소에서 소니아와 그녀의 주니어.

3인조가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며 머무는 장소에서 소니아와 그녀의 주니어.

독일 뮌헨의 한 동네.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이 지역의 카페나 레스토랑에는 작은 프랑스 마을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옛 수공예 길드의 터전이었던 나지막한 박공지붕을 가진 작업실도 즐비하다. 소니아(@sonia_still_life)의 가족은 레너베이션을 거친, 130여 년의 세월이 묻은 공동주택에 산다. 거실과 부엌에도 각각 문이 있어 복도를 기준으로 보면 모두 닫힌 구조. 개방감은 없지만 각각의 공간에 독립성이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 이사 올 때 3m가 넘는 높은 천고와 벽을 활용할 생각에 가슴 설레었던 기억이 나요. 월 유닛과 작품을 달기에 완벽했죠.”
 
소니아는 뮌헨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프리랜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과 브랜딩, 상품기획과 디자인을 하는 그녀는 겨울이면 서울에 머무르면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머지 계절은 독일에서 보낸다. “아침에 눈뜨면 서울발 메일을 확인해요. 한국 업무 시간이 끝나기 전에 피드백을 주고받느라 오전은 항상 분주한 편이죠. 한국과 독일 사이의 여덟 시간 시차를 틈타 일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제 상황을 배려해 주는 크루들 덕에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소니아는 서울에 살며 독일에 거주하는 남편과 4년 넘게 ‘롱디’를 한 뒤, 그와 결혼해 뮌헨에 살림을 꾸렸다. 아이 역시 뮌헨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다. 다른 가족이 모두 멀리 있기에 소니아와 남편 그리고 두 살 반이 된 아이는 3인조가 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셋이서 합을 맞춰왔다. 출생부터 지금까지 ‘재택근무하는 엄마’라는 소니아의 ‘부캐’를 일상적으로 접하며 자연스럽게 익힌 두 살 반의 아이는 그녀의 홈 오피스 운영에 협조적이다. 3인조가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며 머무는 거실은 기차를 굴리고 블록을 쌓는 아이와 키 노트를 만드는 엄마, 그림책을 보는 아이와 취향(동요 아닌)에 맞는 음악을 듣는 엄마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애써 만든 습관이 아니라, 아이 방이 따로 없는 구조다 보니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각자에게 편안한 생활 리듬을 체득하게 됐고, 덕분에 그녀는 지금도 무리없이 자신의 홈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주거와 업무, 육아, 휴식 기능을 모두 수행하려면 구성원끼리 생활 리듬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공간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반면, 시간에 대해선 일말의 융통성을 모색할 수 있더군요. 우리는 구성원 공동의 시간, 각자 필요한 독립적인 시간과 영역을 구획하고 나서야 혼란 속 평화를 찾았어요.”
 
소니아의 집은 그야말로 다종다양한 감각의 ‘멜팅 팟’이다. 누구도 잘 어우러질 것이라 예상치 못한 가구와 오브제 등이 무심하게 뒤섞여 있는데, 흥미롭게도 그 모든 사물은 ‘제자리’를 잘 찾은 것처럼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만듦새와 쓰임이 좋고 고유의 비례를 지닌 것을 좋아하지만 특정 시대나 사조를 고집하지는 않아요. 빈티지와 리프로덕션 제품, 동서양 작가들의 작업,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민예품이 한데 섞여 있죠.” USM의 스토리지는 소니아의 집에서 실제로 사무용품으로 쓰인다. 스토리지 문을 열면 문서와 자료, 샘플이 가득하다. “USM의 할러 스토리지는 모든 종류의 파일 철을 보관하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이거든요. 유럽에선 가정보다 로펌이나 개인 클리닉, 갤러리에서 찾아보기 쉽죠. 저는 홈 오피스를 꾸리기 위해 로펌에서 내놓은 중고품을 구했어요.”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벽 조명 ‘포텐스’와 해스텐스의 침대가 놓인 침실. 벽에는 패치워크로 만든 줄리아 홀더니스의 아트 워크를 걸었다.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벽 조명 ‘포텐스’와 해스텐스의 침대가 놓인 침실. 벽에는 패치워크로 만든 줄리아 홀더니스의 아트 워크를 걸었다.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탄생한 ‘면벽의 오피스.’ 이 자리에서 소니아는 장 프루베의 검은 테이블을 캔버스 삼아 일한다. 벽에 걸린 프레임 시리즈는 Nop 스튜디오의 레더 아트 프레임.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탄생한 ‘면벽의 오피스.’ 이 자리에서 소니아는 장 프루베의 검은 테이블을 캔버스 삼아 일한다. 벽에 걸린 프레임 시리즈는 Nop 스튜디오의 레더 아트 프레임.

LC2 체어는 저녁이 되면 플로어 스탠드를 켜두고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독서 스폿이 된다.

LC2 체어는 저녁이 되면 플로어 스탠드를 켜두고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독서 스폿이 된다.

 최근 구매 리스트 중 가장 만족감을 느낀 키친 캐비닛. 60년대 독일 북부에서 쓰던 주방 찬장이다.

최근 구매 리스트 중 가장 만족감을 느낀 키친 캐비닛. 60년대 독일 북부에서 쓰던 주방 찬장이다.

’집의 독창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꾸밈’이 아니라 진짜 삶“이라는 소니아의 거실은 3인조가 남긴 삶의 흔적으로 빛난다.

’집의 독창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꾸밈’이 아니라 진짜 삶“이라는 소니아의 거실은 3인조가 남긴 삶의 흔적으로 빛난다.

올봄의 록다운 기간 동안 소니아와 가족을 구원한 넓은 테라스 공간. 이곳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오전 업무를 본다.

올봄의 록다운 기간 동안 소니아와 가족을 구원한 넓은 테라스 공간. 이곳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오전 업무를 본다.

파일 철과 문서로 가득한 USM의 할러 스토리지. 구형의 테이블 스탠드는 테크노루멘 사가 제조한 WA24. 빌헬름 바겐펠트의 디자인이다.

파일 철과 문서로 가득한 USM의 할러 스토리지. 구형의 테이블 스탠드는 테크노루멘 사가 제조한 WA24. 빌헬름 바겐펠트의 디자인이다.

소니아의 부엌에 얼마 전 등장한 새 식구는 바로 산뜻한 레몬색과 맑은 하늘색의 도어가 눈에 띄는 키친 캐비닛. “60년대에 독일 북부 지역에서 쓰던 주방 찬장이에요. 이런 가구는 디자이너 계보랄 게 없으니 빈티지 딜러들이 반기는 아이템은 아니죠. 독일 친구들은 이 찬장을 보고 예전 할머니 댁에서 보던 거라며 반색해요. 60년대는 현대적인 주방 시스템이 탄생할 무렵이기에 이 캐비닛도 반모듈식이죠.” 찬장 안에는 빵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철재로 통풍구까지 마련한 빵 보관 서랍, 밀가루를 보관할 수 있는 컨테이너 등 그 시절의 식품 보관법이 반영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손때나 세월의 흔적에 관대한 편인 소니아는 언제나 자신의 눈에 아름답되 실용적인 것, 곁에 오래 두고 싶은 것을 고른다.
 
요즘은 아이와 책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침실의 독서용 조명을 찾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기준이죠. 이 집은 컨셉트를 정해 단번에 채운 공간이 아니에요. 집처럼 구성원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깃들어야 할 공간엔 굳이 레퍼런스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무심코 시선이 닿는 곳에 제가 수집한 오브제를, 책 보기 좋은 자리 옆에는 플로어 스탠드를, 볕이 잘 드는 자리엔 아이가 장난감을 늘어놓을 수 있도록 작은 카펫을 두었죠. 집의 독창적인 인상을 만드는 건 꾸밈이 아니라 ‘진짜 삶’이에요. 그게 8할은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집은 구성원들의 기억과 정서에 아주 농밀하게 연결된 공간이니까요.” 소니아의 집에 주니어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폭 2m가 넘는 검고 큰 테이블이 거실 중심에 섬처럼 있었다. 그 아름다운 책상을 캔버스 삼아 일하는 건 소니아에게 여전히 큰 기쁨이지만, 그녀는 아이의 첫돌이 지날 즈음에 과감히 구조를 바꿨다. 장 프루베의 테이블을 반대편 벽으로 밀어붙이고 거실엔 리빙 디바니의 푸른 벨벳 소파를 들였다. 삶의 축이 변한 것이다. 장 프루베의 테이블이 놓인 자리는 현재 ‘면벽의 오피스’가 됐다. “나름 만족하고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수양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월 유닛에 올려둔 수집품에 더 자주 시선이 닿죠.” 서울 출장에서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나면 소니아는 ‘서울 수베니어’를 한 점씩 이고 지고 독일로 돌아온다. 바로 서울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서울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곁에 두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국내 작가로는 노기쁨 작가의 회화 작품과 세라믹, 허명욱 작가의 평면 작업과 금속 오브제, 고지영 작가의 정물화, 백경원 작가의 ‘핸드빌딩’ 기물들과 Nop 스튜디오(Nop Studio)의 가죽 아트 워크 시리즈, 노상호 작가의 드로잉 등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일정 중 틈틈이 전시나 갤러리를 찾고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요. 한 점 한 점이 그해 서울행의 기억과 심상을 떠올리게 하니 제겐 침대 밑 보물상자이자 내면적 아카이브인 셈이죠.”
 
침실 창에 작은 사다리를 놓고 오르면 펼쳐지는 넓은 테라스는 코로나 시대의 3인조를 구원했다. “지난 6월에 발코니가 새로 생겼어요. 이곳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오전 업무를 봐요. 가을과 겨울엔 일조량이 터무니없이 줄어드는 이 도시에서 볕을 쬐는 일상은 너무 소중해요.” 물론 주니어의 첫 뒤집기와 첫 걸음마도 테라스에서 이뤄졌으니 이미 소니아 가족에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좌표이긴 하지만 테라스의 진가를 톡톡히 느낀 건 코로나가 한창 극성이던 올봄의 격리 기간이었다. 소니아는 테라스에서 허브를 쏠쏠히 수확하고, 매일 간이수영장에 물을 채우며 두 살배기 남아의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시키기도 했다. “뮌헨에서는 록다운 기간에 홈 가드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많은 상점이 문을 닫는 가운데 씨앗과 모종, 꽃을 파는 노점은 성황이었죠. 테라스와 발코니 같은 외부 공간을 활용하려는 의지가 커진 거죠.”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소니아는 허브나 초화 따위를 가꾸면서 이 시기에 필요한 건 단순히 공간의 물리적 확장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볕과 물, 흙에 조금의 정성을 보태는 것만으로도 훨씬 풍성한 일과를 꾸릴 수 있어요.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집의 시간에 생기를 더할 수 있죠. 그때부터 저도 줄기를 잘라 파는 ‘절화’보다 흙에 뿌리내려 키운 꽃을 보는 게 더 좋아졌어요.” 소니아에게 집은 삶의 흔적과 시간, 기억과 정서, 손길을 심는 장소다. 가족 성장의 좌표이자 진정한 의미의 ‘둥지’다. 그러니 그에게 집보다 무한한 세계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