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라운지웨어 & 슬립웨어 전성시대_선배's 어드바이스 #34

어쩌면 가장 많이 입을 옷.

BY김초혜2020.10.12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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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스테레오 타입에 빠져 드나들던 시절, 스탠리 마켓 실크 가게에서 승천하려는 듯 용이 꿈틀대는 긴 나이트가운 몇 장을 샀다. 사실 그런 물건이 쌓여 있는 이유는 스탠리란 곳이 동양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서양인이 주로 어슬렁거리는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그 가운들을 걸치고 택배나 음식 배달을 받을 때마다 ‘뭐야? 이 여자!’ 하는 눈길을 받았지만 나름 즐거웠다. 쉽게 옮기자면 각기 실내복과 잠옷인 라운지 웨어와 슬립 웨어도 충분히 어떤 사연을 말하는 옷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세계를 휩쓸며 라운지 웨어, 슬립 웨어 업계는 내적 환호성을 질렀다. 셀럽들이 일제히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인터뷰에 입고 등장해 매출이 비약적으로 뛰었고, 슬슬 밖에서도 입는 사람이 많아져 외출복과 경계가 모호해졌다. 중화권 노인들이 파자마나 네글리제, 가운 차림으로 집 밖을 돌아다니는 건 오래도록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는데 정작 중국에선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대대적 단속을 벌여 그 욕구를 억눌러 둔 상태다. 그런데 서양 라운지 웨어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면 17세기 동양에서 반얀(banyans)이란 이름으로 남성 실내용 가운이 유입됐고, 19세기엔 여자도 즐겨 입게 됐으며 일부는 집 근처에 입고 돌아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반얀 차림은 상류층과 지식인의 초상화 속 의상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디자이너이기 전에 대단한 상품기획자였던 코코 샤넬은 1910~1920년대에 비치 파자마라는 비치웨어를 만들어 휴양을 온 귀족 여성들에게 엄청나게 파는 수완을 보였다. 시대와 동서양을 막론, 라운지 웨어, 슬립 웨어는 끊임없이 집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기회를 엿본 셈이다.
 
대표적인 소비 지침으로 ‘많이 쓰는 것에 투자하라’는 것이 있다. 라운지 웨어와 슬립 웨어는 매일 하루의 반은 입는 옷이면서 재택근무자라면 하루 종일 입는 유일한 옷일 수도 있다. 그러니 꽤 출혈이 있다고 해도 시간으로 나누면 한없이 저렴한, 한마디로 가성비가 최고인 아이템이다. 집에선 트랙 수트(일명 추리닝)가 숙명인 것처럼 살아왔다면 완전히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라운지 웨어, 슬립 웨어로 자신만의 패션쇼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파자마 하면 떠오르는 그것, 유니크하게 입기

페르시아어 pāy-jāmeh에서 유래한 파자마 역시 이름처럼 유럽 것이 아닌 아시아에서 건너간 옷이다. 17세기 영국에 잠깐 등장했다가 20세기에야 세계의 여성들이 입기 시작했다. 샤넬의 비치 파자마 이후 한 세기가 지나고 파자마는 다시 거리로 뛰쳐나왔다. 블랙핑크 제니, 빅뱅 태양 등 아이돌이 사랑하는 파자마로 유명한 슬리피 존스(https://sleepyjones.com)는 디자이너 고 케이트 스페이드의 남편 앤디 스페이드가 만든 브랜드. 그는 스트라이프, 체크, 도트 패턴과 파이핑 장식 등 전형적인 파자마 디테일을 젊고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데 머물지 않고 외출복으로까지 유행시킨 트렌드 세터이기도 하다. 파자마 셔츠를 셔츠나 재킷처럼 입은 스타일이 뉴욕 거리를 휩쓸기도 했다. 
무인양품은 새로 사도 오래 입은 것처럼 색도, 소재도 힘을 한 번 뺀 편안한 스타일이다. 실제로 이중 거즈, 브러싱 된, 테리 소재 등 부드럽게 가공한 순면을 많이 쓴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동양인 체형에 맞게 품은 넉넉하면서도 팔다리는 짧게 나온다는 점. 키 작은 사람에겐 맞춤처럼 잘 맞는 몇 안 되는 브랜드다. 그 밖에 라운지 웨어로 나오는 티셔츠, 카디건, 드레스 등은 집 주위뿐 아니라 복장 규정이 자유로운 회사에서도 입을 수 있다.    
 

최고급 천연 소재와 럭셔리한 촉감이 우선이라면  

유독 입은 것 같지 않은 편안함과 고급 소재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여는 밤이 떠오르는 성숙하고 세련된 세계다. 스위스 브랜드 한로 Hanro는 시 아일랜드(Sea Island) 코튼 등 최고급 면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친환경 섬유 모달 등 촉감과 땀 흡수를 중시하는 소재로 유명하다. 디자인 자체는 단순해서 실용적이며 남성 실내용 티셔츠, 파자마, 가운 등도 많다. 스킨Skin (https://skinworldwide.com)은 단순한 색상에 유기농 피마 코튼,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써 오래도록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미국 브랜드다. 겨울용 니트웨어가 많아서 추운 지역에도 적합하고 외출복으로도 입을 수 있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구해야 한다.  
 

밖에서 입는 실내복, 패션 지상주의자들을 위해

올겨울 대세, 앤아더스토리즈의 니트 라운지 웨어.

올겨울 대세, 앤아더스토리즈의 니트 라운지 웨어.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트렌디한 라운지 웨어를 상당히 많이 보유한 앤아더스토리즈는 패션성을 강조한 만큼 실내복인지 외출복인지 경계가 불분명하다. 자유롭게 레이어링, 스타일링해 입고 싶은 곳에서 입으면 된다. 울 비중이 높고 합성 섬유는 일부만 써 흡습성과 내구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니트웨어와 유기농 순면 스웨트셔츠, 조거 팬츠 등을 갖춰 소재 면에서도 SPA 브랜드란 편견을 깬다.
올리비아 본 할Olivia Von Halle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 대상 트렌드 컨설턴트였던 창업자가 상하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 판 시누아즈리Chinoiserie를 듬뿍 담았다. 실크 소재 치렁치렁한 가운을 화폭 삼아 동양의 꽃과 뱀 모티프가 펼쳐진다. 젊은 샤넬이 활약하던 시대와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전성기처럼 글래머러스한 라운지 웨어를 꿈꿨다고 한다. 집에 런웨이를 마련해도 될 만큼 화려하지만 외출할 땐 하나하나 분리해 실크 셔츠로, 코트로 활용할 수 있다. 레이스를 쓰지 않아 란제리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데일리 슬리퍼 Daily Sleeper는 세계 최초 ‘걷는 잠옷’을 표방했다. 사이즈 없이 극단적 오버사이즈거나 파자마에 깃털이 달렸다. 팬들은 파자마를 재킷이나 스니커즈와 함께 밖에서 입는다. 네온컬러도 있을 만큼 색도 편안하지만은 않다. 모델 아이린은 허리를 질끈 묶고 미니 백을 들어 스타일을 완성했다.  

사진 르비에르

사진 르비에르

굳이 라운지 웨어를 장만하지 않고 평상복을 믹스 앤 매치해 입어도 된다. 오버사이즈 스웨터나 카디건은 언제나 옳은 선택. 안에 레이스 달린 실크 캐미솔을 입든, 얇은 터틀넥 티셔츠를 입든 잘 어울리고 하의는 면 저지 레깅스나 니트 팬츠면 된다. 조금 더 차려입은 느낌을 낼 땐 롱스커트.  

 

라운지웨어 & 슬립웨어와도 궁합이 있다

‘아무거나’는 음식에 대해서만 무례한 게 아니다. 라운지 웨어, 슬립 웨어에게도 그렇다. 브랜드마다, 모델마다 핏이 다 다른데 주의해야 할 점은 아시안 핏이 없는 서양 브랜드의 긴 소매 파마자 같은 건 자칫 팔다리가 너무 길고 밑위는 짧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핑이나 레이스 디테일까지 돼 있으면 수선도 여의치 않아서 7부 소매나 스커트로 하는 게 안전하고 품은 한 사이즈 크게 해야 밑위가 끼는 느낌이 안 든다. 자신의 체질이 어떤지도 살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면 일차적으로 흡습성이 좋으며 수시로 물빨래할 수 있는 순면이나 모달 소재인지 확인하고 두께도 충분한 게 좋다. 실크, 울은 반대로 땀도 적고 드라이클리닝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 고려할 것. 극세사처럼 100%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피부에 바로 닿게 입으면 땀, 피지 흡수가 전혀 안 되니 피하거나 따로 면 내의를 따로 입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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