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6월, 여름이다. 여름은 찬란하다.
여름에 한 걸음 디딘 요즘, 프랑스 여자들은 여름을 어떻게 맞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어떤 머리를 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가? 직접 갈 순 없지만, 걱정 마시라. 우리에게는 인스타그램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인스타그램과 친한 타입은 아니다. 내 피드에 사진과 글을 올리거나 아주 친한 지인들의 피드가 아니면 잘 보지 않는 나조차도 종종 일부러 찾는 피드가 있다. 일면식도 없는 여자지만 스크롤을 내리며 그녀의 일상을 구경하곤 한다. 낭만이 삶의 전부라면 그녀는 이미 전부를 다 가졌기 때문이다.
요즘 푹 빠진 프랑스 여자, 야리야리한 몸매에 프렌치 무드가 물씬 풍기는 패션으로 지중해 볕의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이름은 니나콜치츠카이아(Nina Koltchitskaia). 한 줌도 안 되는 허리, 자칫 잘못 보면 피골이 상접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마른 얼굴, 가녀린 팔목에 긴 다리를 가진 니나는 화가이자 사진작가 그리고 현재 시점 프렌치 잇걸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꽃 그림과 사진, 꽃을 그리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사진으로 넘쳐 난다. 봄에서 여름이 된 지금의 6월이 되기 훨씬 전부터 그녀의 피드는매일매일이 여름이었다. 그것도 지중해의 여름. 마티스가 환생한다면 그녀의 그림을 보고서 '어? 내가 그린 것 아냐?' 싶을 정도로 마티스의 화풍과 닮은 지점도 있다.
파리 탑층인 것 같은 그녀의 집에는 작은 발코니가 있고, 그녀는 종종 발코니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꽃을 관찰한다. 거실의 의자에 앉아 앞에 둔 이젤에 캔버스를 올려두고 꽃을 그리거나 색색의 연필과 오래된 책을 찢어 그녀의 스케치와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두기도 한다.
꽃을 직접 보는 것도 아닌데 꽃향기가 느껴진다. 꽃보다 풀과 초록 식물을 좋아하던 내가 꽃이 좋아진 이유 중 하나가 작년 초에 발견한 그녀의 피드와 그림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꽃이 좋다.
연한 청바지에 연한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고, 하늘색 곱창 밴드로 머리를 묶은 채고, 다리를 무심하게 꼬고 턱을 괴며 노랗고 파란 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남프랑스의 여름 해변에 비치 타월을 쫙 펴놓고서 비키니 차림으로 누워 일광욕하는 것 같은 여름의 온도가 느껴진다.
누구나 이런 기분으로 팔로우하는 계정 하나쯤은 있겠지?
밝고 맑은 여러 색과 꽃으로 넘쳐나는 그녀의 파리 생활을 보며, 떠날 수 없어도 볼 수 있는 대리만족을 느껴보자. 곧 꽃도 더위에 지칠 진짜 여름이 다가오더라도 그녀의 피드에서 꽃은, 낭만은, 매일 로맨틱한 표정으로 우리를 반길 테니까….
* 프렌치 패션, 리빙, 음악, 미술, 책……. 지극히 프랑스적인 삶! 김모아의 '프랑스 여자처럼'은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