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했다.”
주인공이자 화자 지선우(김희애 분)의 첫 대사처럼 1회 초반은 일, 가정 모두를 성공시킨 ‘슈퍼우먼’의 취향과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회색과 짙은 녹색이 주조인 차분하고 절제된 실내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모더니즘 조명과 가구, 주방 소품들이 펼쳐진다. 큰 반향을 일으킨 지선우 패션도 같은 기조. 흐트러짐 없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덮개 있는 단단한 토트백, 직업상 종일 신기엔 다소 불편해 보이는 하이힐이 장식이라곤 없는 안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선우의 포기할 수 없는 완벽주의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완벽했던 일상은 남편이 출장길에 샀다는 체리 색 립 밤 하나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값은 싸도, 발색만은 강렬한….





Episode 2
남편의 외도와 주변인들의 배신에 극심한 충격을 받은 다음 날 아침에도 지선우는 일찍 일어나 혼자서 아침을 차린다. 놀라운 건 남편에겐 오첩반상을, 아이에겐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인 이탈리안 브런치를 차려내는 정성이다. 자신의 몫은 직접 내린,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아메리카노 한 잔뿐….
충격은 연타로 오기 마련이다. 남편의 내연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직접 진료를 해 알게 된 후, 휘청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려 애쓴다. 그때 쓴 소품이 안경. 시야가 또렷해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어서일까? 며칠 후 야구 캠프에서 돌아온 아이와 가식에 찌든 남편을 환영하기 위해, 지선우는 또 저녁을 차린다. 아침보단 조금 더 화려한 그릇과 와인으로….




Episode 3
이제 지선우는 험난했던 자신의 과거를 끄집어내 본다. 17세에 부모님의 죽음이란 날벼락을 맞고 혼자가 된 후 목숨 걸고 자수성가해 의사가 되고, 진실했다 믿었던 한 남자로부터 프러포즈를 받던 순간을…. 현재와의 간극에 망연자실해 탁 떨어뜨린 손엔 커플 링이 여전히 빛난다. 하필이면 두 T자가 마주 보는 디자인이다.
한편, 무고한 지선우와 철없는 악녀로 묘사되는 내연녀 여다경의 컬러 대비가 절묘하다.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조금도 줄일 수 없어서 참고서를 사러 간 서점에서, 지선우는 화이트 코트에 화이트 터틀넥 스웨터, 진주 귀걸이지만 맞닥뜨린 여다경은 탄탄한 몸매가 온전히 드러나는 데님 팬츠에 붉은 핸드백 차림이다. 지선우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남편이 선물한….




Episode 4
노골적인 남편의 배신 행보에 ‘흑화’ 해버린 지선우가 새로이 입은 컬러는 레드다. 변호사를 만날 때 상∙하의부터, 혼자서 벌컥벌컥 들이켜는 레드 와인, 남편 친구와 맞바람 피우러 나갈 때 바른 립스틱까지…. 아들은 “입술이 너무 빨간 거 아니야?”, 남편은 “무슨 학회 간다고 하지 않았어? 좀 과한 것 같은데….”라며 현모양처의 돌변에 당혹감을 드러낸다. 실루엣도 바뀐다. 흐르는 듯 편안한 옷차림을 즐겼던 그가 넓게 팬 네크라인엔 목걸이를 두 개 겹쳐 하고, 허리는 꽉 조이고, 스커트 자락은 확 퍼지는 드레스를 선택해 유혹적 보디라인을 드러낸다. 다른 남자에게….





Episode 5
심기일전한 지선우, 전에는 잘 안 입던 보랏빛 팬츠 수트로 하루를 시작한다. 보라는 심리적으로 위엄, 우아함, 장엄함 등과 함께 고독, 슬픔, 불안 등을 느끼게 하는 색이다. 무언가 대단한 사건을 목전에 둔 여왕의 결단을 의미하나 보다. 함께 입은 무늬가 컬러풀한 블라우스가 대혼란을 예고한다. 이전엔 상의만큼은 단색을 선호했었다. 본격적 증거 수집에 들어간 만큼 가방 역시 초기의 콤팩트한 스타일이 아니다. 큼직한 브리프케이스 겸 토트백으로 바뀐다. 챙겨야 할 서류가 많다. 마침내 작심하고 ‘쳐들어간’ 여다경 부모의 집은 지역의 작은 왕궁과도 같다. 미로처럼 길게 이어진 복도에서 숨어있던 공주를 찾아내고, 마침내 모두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가공할 진실이 폭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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