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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집콕'을 위하여! 이참에 정리합시다_선배's 어드바이스 #6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콕’ 시간이 확 는 요즘, 쾌적한 집안 환경이 절실하기만 하다. 버티기 위해서라도 정리해야 할 때, 결단하고 실천하자.

BY권민지2020.03.30
어릴 때부터 물건도 많고 정리를 지독하게 못 해서 부모님과 갈등을 빚었고, 퇴사나 이직할 땐 그 많은 물건을 어떻게 옮길까부터 걱정이었던 인생…. 1999년인가 캐럴 킹스턴 저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란 책을 발견하면서 문제가 심각하단 걸 깨달았다. 그냥 제목부터 마지막 한 문장까지 내 얘기였다. 이후 버리기, 정리, 수납 관련 책은 닥치는 대로 읽다 보니 어느덧 미니멀리즘 대유행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수많은 정리 구루들의 팁을 시도해본 결과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것도, 끝내 실패한 것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쾌적한 집안 환경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지금, 정리 무능력자도 해낼 수 있었던 방법을 소개해 보려 한다.
 
사진/ Creatv Eight on Unsplash

사진/ Creatv Eight on Unsplash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아무 것에도 안 설레면 어떡하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더니 미국에선 정리정돈의 요정이 됐다. “츤!”, “큥!” 하는 특유의 목소리는 마법의 주문이다. 〈인생이 바뀌는 정리의 마법〉부터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까지 책,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버리라는 것. 하지만 그 기준이 지극히 감성적이다. 물건을 가슴에 대보거나 만져보고 더이상 설렘이 없으면 인연이 다한 것이니 떠나보내란 것이다. 어쩌면 선(禪) 사상과도 닿아있는 그것은 사실 동양사상에 심취한 독일, 영국 등 서양 정리 컨설턴트들도 많이 했던 얘기다. 오래전 다른 책에서 같은 내용을 읽고 하루 만에 설레지 않는 옷, 액세서리 등을 작은 용달차 분량만큼을 버린 적이 있다. 소재 좋고 몸에도 딱 맞게 수선해 놓은 벨벳 수트와 그냥 뒀으면 클래식이 됐을 가방 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겼는고 하니, 자다가도 생각이 나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급기야 비슷한 걸 다시 사 모으며 옛날 게 훨씬 좋았다고 한탄하게 되었다. 버릴 땐 유행이 막 지나 살짝 지겨워진 상태였고, 물건을 사기 전까지만 설레는 성격이라 필요 없는 줄 착각했던 것이었다.
 
버리거나 보존하는 데는 각자의 기준이 필요하다. 사진/ Carles Rabada on Unsplash

버리거나 보존하는 데는 각자의 기준이 필요하다. 사진/ Carles Rabada on Unsplash

버리거나 보존하는 기준은 개개인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한다. 난 갖은 구박을 견디며 안 버린 20년도 더 된 잡지들을 가끔 들여다보며 즐거운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생생한 영감도 얻는다. 반면 수선이나 세탁이 불가능한 구두 수십 켤레를 오래도록 끌어안고 있다가 왜 제때 안 버렸나 후회하며 쓰레기 봉지에 밀어 넣기도 했다. 대체로 직업상 나중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품질과 디자인이 좋고, 고장 났더라도 저렴하게 고치면 잘 쓸 수 있는 것들은 당장 설레지 않더라도 보존하는 게 낫다. 반대는 과감하게 버릴 것.



파레토의 법칙, 자주 쓰는 물건을 필요한 곳에 두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Federico Damaso Pareto)가 주창한 이론으로 ‘80 대 20 법칙’이라고도 한다. 고객 20%가 매출 80%를 내는 것처럼, 핵심적 20%가 현상 80%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엉뚱하게도 옷장 속 20%를 80% 입는단 식으로 정리업계에서 고전 법칙처럼 써먹는다. 꼭 20%가 아니어도 어느 종류든 수시로 쓰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그런 물건은 바로 손이 닿는 데 갖춰 놓는다. 난 입술이 건조해서 립밤을 꼭 바른다. 화장품이니 일반적 기준으론 화장대에 립스틱과 함께 둬야겠지만, 언제 립밤을 바르나 했더니 자기 전 침대에서, 세안 후 세면대에서였다. 침대 옆과 세면대 위 선반에 하나씩 뒀더니 필요할 때 바로, 규칙적으로 바를 수 있게 돼 입술이 촉촉해졌다.
 
각자의 생활 습관을 고려해 수시로 쓰는 물건은 바로 손이 닿는 곳에 놓는다. 사진/ 이선배

각자의 생활 습관을 고려해 수시로 쓰는 물건은 바로 손이 닿는 곳에 놓는다. 사진/ 이선배

시트나 베개 커버 같은 가벼운 침구는 침대 발치나 아래에 전용 수납 상자 또는 서랍을 마련해 넣고, 가장 자주 쓰는 냄비, 프라이팬은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바로 아래 또는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코트처럼 매일 입는 겉옷은 현관 근처 옷걸이에 걸고, 매일 하는 주얼리는 화장대나 신발장 위 접시 하나에 모아 두는 등 발상의 전환으로 자주 쓰는 물건들의 동선을 줄일 수 있다.
 
침대 근처에 시트, 베개 커버 등을 수납해야 자주 갈기에 편하다. 사진/ Roberto Nickson on Unsplash

침대 근처에 시트, 베개 커버 등을 수납해야 자주 갈기에 편하다. 사진/ Roberto Nickson on Unsplash

자기 수납 능력의 주제를 알자
수납의 달인들이 쓴 전문 서적, 블로그, 찍은 유튜브 등 콘텐츠가 넘쳐난다. 옷장 서랍을 빈틈 하나 없는 칸막이로 나눠서 속옷 하나하나를 접어 넣고, 상자에 안에 든 구두 사진을 찍어 붙이고, 양념 병마다 내용물 이름을 적고…. 안 해본 시도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도 못 가 카오스가 재현되는 걸 몇 번 겪고 나니 스스로 주제 파악을 못 했다는 깨달음이 왔다. 정밀한 수납을 하는 사람들이 괜히 달인이겠나? 수납과 정리를 즐기고, 힘들이지 않고 수시로 해치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몇 번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결심이 무너져 버리는 수납 무능력자가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 세세한 구분과 장소 지정은 무능력자에겐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수납의 달인이 아니다. 사진/ Paul Hanaoka on Unsplash

우리 대부분은 이런 수납의 달인이 아니다. 사진/ Paul Hanaoka on Unsplash

칸막이가 있더라도 성겨야 한다. 즉, 속옷이면 팬티와 브래지어, 기타 정도로만 칸을 나누면 되고, 반지를 하나하나 보석함에 꽂기보단 반지끼리만 모아 두고 진주처럼 상처 나기 쉬운 것만 벨벳 주머니에 넣는다. 구두는 상자가 특별히 필요한 것 아니면 상자 없이 계절, 색 정도만 구분되게 수납한다. 더스트백은 여행을 대비해 따로 모아 두면 된다. 양념 같은 건 투명한 병 또는 지퍼락에 넣어 내용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게 한다.
 
지나치게 칸을세세히 나누는 수납보다 구분만 될 정도여야 유지하기 쉽다. 사진/ 이선배

지나치게 칸을세세히 나누는 수납보다 구분만 될 정도여야 유지하기 쉽다. 사진/ 이선배

관리 노동을 최소화해야 안 지친다
관리에 드는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곤도 마리에를 위시한 일본식 수납은 티셔츠, 바지를 칼같이 접어 좁은 서랍에 꼭꼭 채워 넣는 식이다. 늘 옷을 접고, 입을 때 펼치고, 주름이 있으면 다리는 노동력이 있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반면 서양에선 주로 건다. 셔츠, 재킷은 당연하고, 티셔츠, 바지, 스커트 등 걸지 못 할 건 늘어나는 니트 옷과 양말, 스타킹밖에 없다. 내가 사는 홍콩에서도 빨래한 후 바로 옷걸이에 걸어 말리는 사람이 많은데, 좁은 공간에 많은 옷을 널 수 있고 마른 후엔 그대로 옷장에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름도 덜 생겨서 바로 입을 수 있다.
 
유리문이 달린책장이 먼지가 안 앉아 책 관리가 편하다. 사진/ Toa Heftiba on Unsplash

유리문이 달린책장이 먼지가 안 앉아 책 관리가 편하다. 사진/ Toa Heftiba on Unsplash

구루들은 감추는 수납과 보이는 수납이 있단 말을 종종 한다. 아름다운 건 드러내고 지저분한 건 감추란 뜻이다. 냄비와 소스 팬, 와인글라스가 매달린 유럽풍 부엌에선 자연스러운 멋이 난다. 장정이 멋진 책이 빽빽이 꽂힌 개방형 책장도 그렇다. 하지만 그건 미세먼지가 없다시피 한 지역에 살며, 먼지를 수시로 떨지 않곤 못 견디는 사람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웬만하면 감추자. 꼭 자랑하고 싶은 건 유리문 달린 수납장에 넣는다. 책도, 식기도 유리문 달린 부분에 제일 아름다운 걸 색상별로 넣어서 장식 효과를 내자. 수납장 겉면만 가끔 닦고, 문을 닫아 두면 물건은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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