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Creatv Eight on Unsplash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더니 미국에선 정리정돈의 요정이 됐다. “츤!”, “큥!” 하는 특유의 목소리는 마법의 주문이다. 〈인생이 바뀌는 정리의 마법〉부터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까지 책,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버리라는 것. 하지만 그 기준이 지극히 감성적이다. 물건을 가슴에 대보거나 만져보고 더이상 설렘이 없으면 인연이 다한 것이니 떠나보내란 것이다. 어쩌면 선(禪) 사상과도 닿아있는 그것은 사실 동양사상에 심취한 독일, 영국 등 서양 정리 컨설턴트들도 많이 했던 얘기다. 오래전 다른 책에서 같은 내용을 읽고 하루 만에 설레지 않는 옷, 액세서리 등을 작은 용달차 분량만큼을 버린 적이 있다. 소재 좋고 몸에도 딱 맞게 수선해 놓은 벨벳 수트와 그냥 뒀으면 클래식이 됐을 가방 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겼는고 하니, 자다가도 생각이 나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급기야 비슷한 걸 다시 사 모으며 옛날 게 훨씬 좋았다고 한탄하게 되었다. 버릴 땐 유행이 막 지나 살짝 지겨워진 상태였고, 물건을 사기 전까지만 설레는 성격이라 필요 없는 줄 착각했던 것이었다.

버리거나 보존하는 데는 각자의 기준이 필요하다. 사진/ Carles Rabada on Unsplash
파레토의 법칙, 자주 쓰는 물건을 필요한 곳에 두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Federico Damaso Pareto)가 주창한 이론으로 ‘80 대 20 법칙’이라고도 한다. 고객 20%가 매출 80%를 내는 것처럼, 핵심적 20%가 현상 80%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엉뚱하게도 옷장 속 20%를 80% 입는단 식으로 정리업계에서 고전 법칙처럼 써먹는다. 꼭 20%가 아니어도 어느 종류든 수시로 쓰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그런 물건은 바로 손이 닿는 데 갖춰 놓는다. 난 입술이 건조해서 립밤을 꼭 바른다. 화장품이니 일반적 기준으론 화장대에 립스틱과 함께 둬야겠지만, 언제 립밤을 바르나 했더니 자기 전 침대에서, 세안 후 세면대에서였다. 침대 옆과 세면대 위 선반에 하나씩 뒀더니 필요할 때 바로, 규칙적으로 바를 수 있게 돼 입술이 촉촉해졌다.

각자의 생활 습관을 고려해 수시로 쓰는 물건은 바로 손이 닿는 곳에 놓는다. 사진/ 이선배

침대 근처에 시트, 베개 커버 등을 수납해야 자주 갈기에 편하다. 사진/ Roberto Nickson on Unsplash
수납의 달인들이 쓴 전문 서적, 블로그, 찍은 유튜브 등 콘텐츠가 넘쳐난다. 옷장 서랍을 빈틈 하나 없는 칸막이로 나눠서 속옷 하나하나를 접어 넣고, 상자에 안에 든 구두 사진을 찍어 붙이고, 양념 병마다 내용물 이름을 적고…. 안 해본 시도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도 못 가 카오스가 재현되는 걸 몇 번 겪고 나니 스스로 주제 파악을 못 했다는 깨달음이 왔다. 정밀한 수납을 하는 사람들이 괜히 달인이겠나? 수납과 정리를 즐기고, 힘들이지 않고 수시로 해치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몇 번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결심이 무너져 버리는 수납 무능력자가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 세세한 구분과 장소 지정은 무능력자에겐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수납의 달인이 아니다. 사진/ Paul Hanaoka on Unsplash

지나치게 칸을세세히 나누는 수납보다 구분만 될 정도여야 유지하기 쉽다. 사진/ 이선배
관리에 드는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곤도 마리에를 위시한 일본식 수납은 티셔츠, 바지를 칼같이 접어 좁은 서랍에 꼭꼭 채워 넣는 식이다. 늘 옷을 접고, 입을 때 펼치고, 주름이 있으면 다리는 노동력이 있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반면 서양에선 주로 건다. 셔츠, 재킷은 당연하고, 티셔츠, 바지, 스커트 등 걸지 못 할 건 늘어나는 니트 옷과 양말, 스타킹밖에 없다. 내가 사는 홍콩에서도 빨래한 후 바로 옷걸이에 걸어 말리는 사람이 많은데, 좁은 공간에 많은 옷을 널 수 있고 마른 후엔 그대로 옷장에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름도 덜 생겨서 바로 입을 수 있다.

유리문이 달린책장이 먼지가 안 앉아 책 관리가 편하다. 사진/ Toa Heftib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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