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왜 한국인은 ‘외국인’에 집착하나_라파엘의 한국 살이 #6

TV, 광고, 거리의 포스터 그리고 유튜브 채널 속에는 외국인이 넘쳐난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이라는 건 어떤 자격이 될 수 있는 걸까? 외국인의 반응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인정 욕구에 대하여.

BY권민지2020.02.28
TV를 켜면 한복을 입은 멋진 외국인이 식당에서 김치를 먹고, 광고에서는 잘생긴 외국인이 최신형 자동차를 운전한다. 거리의 포스터엔 이름 모를 외국인이 한국 제품을 쓰고 있다. 주얼리 가게는 결혼반지를 낀 예쁜 여성의 사진을, 헬스장은 근육질 남성과 탄탄한 몸을 자랑하는 여성의 포스터를 걸어 놓는다. 물론 모두 외국인이다. 한국에서 TV 프로그램, 광고, 포스터에 외국인이 등장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들이 등장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솔직히 이젠 좀 지겨울 지경이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찾은 집 근처 미용실에서도 역시 입간판에서부터 ‘멋진 남자펌’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핸섬한 외국인의 사진이 박혀있었다!)
 
사진 라파엘 라시드

사진 라파엘 라시드

한국 사회를 일반화하고 싶진 않지만, 이쯤 되면 외국인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일종의 고정관념도. 앞서 말한 미디어의 외국인 사랑에는 이런 메시지가 숨어있다. ‘외국인이 하면 좋은 걸 거야’ ‘외국인이 한 말이니까 믿을 만 하겠지’ ‘이 반지를 끼면 사진 속 저 금발 여성처럼 예뻐질 거예요’ ‘이 헬스장에서 운동하면 저 외국인 같은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외국인들이 이런 무조건적 애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 대상은 보통 한국 사회에서 괜찮다고 여겨지는 배경, 국적, 외모를 가졌거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에게 국한된다.
 
언젠가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제품 론칭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다. 파티 당일에 초대를 받아 왜 이렇게 급하게 연락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상사가 파티를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려면 외국인을 초대해야 할 것 같다고 했거든”. 친구가 해고당하게 둘 순 없으니 참석하긴 했지만 그렇게 어색한 자리는 난생처음이었다.
 
외국인 우상화는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특히 더 하다. 나 역시 이런 프로그램에 섭외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너는 외국인이니까. ‘외국인 어드밴티지’라는 게 있잖아?” 물론 ‘외국인’으로 텔레비전에 출연하면 수십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순간 혹하긴 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건 아니라고 느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내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지? 내가 웃기고 똑똑한 사람인가?
 
JTBC Plus 자료실

JTBC Plus 자료실

“하지만 넌 영국인이잖아.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널 좋아할 거야” 친구들의 설득은 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하는데, 내가 가진 ‘자격’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 대학원생에 영국인이라는 것? 만약 내가 외국인 공장 노동자라거나 식당 종업원이었다고 해도 나를 원했을까? 결국 난 모든 섭외를 거절했다. TV에서 영혼을 팔순 없었다.
 
얼마 전 새로운 TV 프로그램이 나왔다. ‘한국을 사랑하는 각 나라 대표 미녀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한국말 배우기 프로젝트’라는 콘셉트다. 프로그램명을 검색하면 ‘미녀 4총사, 낙지-호떡-한복, 한국 홀릭’ 같은 홍보 기사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뭐,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리며 보기엔 좋고,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연자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이게 왠 시대착오적인 기획인가? 〈미녀들의 수다〉가 방영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미녀 외국인’을 앞세우는 프로그램이 과연 적절하냐는 얘기다. 출연자가 반드시 ‘미녀’ 여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 혹은 그 단어를 사용해야만 할까?


 JTBC Plus 자료실

JTBC Plus 자료실

그리고 유튜브! 유튜브에는 정말이지,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의 채널이 차고 넘친다. 그리고 대개 #외국인 #반응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한다. 음식이 기본이고, 한국어, 한국 사람들, 이런저런 문화까지, 외국인의 한국 리뷰는 점점 확장되어 가는 추세다. 물론 조회 수는 수십만, 심지어는 수백만에 이르고 말이다.
 
물론 TV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우린 모두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무작정 외국인을 찾는 시스템 그 자체다.
 
왜 한국인은 외국인을 이용하려 할까? (혹은 왜 외국인은 한국인을 이용할까?!) 사실 앞서 말한 모든 예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인정 욕구를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만 한국인의 경우 외부의 인정에 특히 목말라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아리랑, 독도, 김치 혹은 한복이나 탈 같은 한국 전통에 호감을 보이는 것에 환호한다. (대부분 준수한 외모의 외국인!)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전통문화에 별 관심이 없지 않나.
 
 JTBC Plus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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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유튜브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그 외국인들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새로움을 동시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인 패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아무런 장벽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위계질서나 사회 규범의 제약을 받지 않고, 큰 사회적 압박도 받지 않는다. 펭수가 인기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나는 위선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엔 나도 외국인이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받은 혜택을 부인할 순 없으니까 말이다. (내게 이 글을 청탁한 에디터 역시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색다른 시선’이 필요했음을 인정했다. 젠장)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무조건 한국에 대해 좋게 말하거나, 내 감정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청탁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며칠 전, 법무부는 한국 거주 외국인 수가 250만명을 넘어서며 ‘다문화’ 시대로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외국인은 더는 희귀한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외국인이라는 게 어떤 자격이 될 수는 없다.
 
*한국 살이 9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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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라파엘 라시드
  • 사진 라파엘 라시드 JTBC Plus 자료실
  • 번역 서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