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수로 부탁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겉은 멀쩡해도 향수에서만큼은 여전히 어리숙한 세 남자에게 5개의 뉴 & 클래식 향수를 쥐어줬다. 그들의 향수 다이어리.::샤넬,키엘,겐조,폴로,돌체 앤 가바나,엘르,엣진,elle.co.kr:: | ::샤넬,키엘,겐조,폴로,돌체 앤 가바나

1 미스터 차밍 샤넬 블루 드 샤넬. 50ml, 8만원. 멋 좀 안다는 스타일리시한 능력남,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인 주드 로와 매치. 우디-아로마 계열로 ‘우아한 남성미’를 표현한다. 2 섹시한 미중년 키엘 오리지날 머스크 블랜드 NO.1. 50ml, 6만원. 치밀하고 노련한 중년의 향. 영화 의 콜린 퍼스를 떠올려보길. 심플한 보틀 디자인과 달리 매우 섹슈얼한 매력의 향.3 풋풋한 초식남 겐조 옴므 우디 오드뚜왈렛. 50ml, 7만1천원. 꾸밈없는 소탈한 매력의 조셉 고든 래빗의 체취는 이럴려나? 생생한 느낌의 프레시 향과 강한 우디 향의 특징을 동시에 담은 아로마 향수다.4 에네제틱 연하남 폴로 빅포니 컬렉션 #4. 40ml, 5만원. 운동 잘 하고, 유머러스하고, 활동적인 애쉬튼 커처에게 바치리. 에네제틱하고 스타일리시한 영 가이(혹은 연하남)를 위한 향이다.5 치명적 짐승남 돌체 앤 가바나 더 원 포맨. 50ml, 7만7천원. 수컷 냄새 진동하는 짐승남, 제이크 질렌할. 활발한 첫 향은 근육이 돋보이는 티셔츠, 우디 잔향은 수트입은 모습을 연상케한다. 김영재 (28세, 피처 에디터)단 한 번도 제 돈 주고 향수를 사 본적 없는, ‘없어도 그만, 있으면 아무거나’ 정도의 취향. ‘향수 뿌린 남자 싫더라’는 선배들의 등쌀에 한때 향수를 끊기도. #1 Male ★★★★★ Female ★★☆ 개인적으론 가장 마음에 든 향수. 향수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대한민국 평균 남성의 향수 테이스트를 가진 나로서는 기존에 맡아보지 못했던 향이다. 묵직한 보틀 디자인과 컬러처럼 향도 무거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무더운 여름날 뿌려도 좋을 만큼 상쾌한 첫 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야외 촬영을 나가 땀범벅이 돼 기분까지 끈적끈적할 때 뿌려주니 체온을 내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며 효과 만점.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잔향은 은근히 섹시한 남성적인 향취를 풍기는 게 아닌가. 카사노바와 마초의 두 가지 매력을 지닐 수 있다는 생각에 순간 흐뭇해지기도. 남동생 역시 다섯 가지 테스트 향수 중 이 제품을 우선으로 꼽은 걸 보니 남자들 사이에선 꽤 어필하는 듯. 하지만 여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버스에서 어떤 아주머니께서 유독 큰소리로 “이거 대체 무슨 냄새야?”라고 했으니. 말투와 표정은 아기 기저귀 갈아줄 때와 같아 온몸이 움츠러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설마 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여자 선후배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니 아무리 내 맘에 들어도 자연스레 손이 자주 가지 않았다. #2 M ★★★ F ★★★★★ 처음엔 투박한 보틀 디자인도 맘에 안 들고(향수를 건네준 선배는 시크하다고 했지만 글쎄), 코끝을 자극하는 시큼한 향이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이왕 뿌린 거 코로 킁킁대보니 기화인지 산화인지 하는 무언가의 화학 효과 덕에 스멀스멀 달콤하고 은은한 향으로 변하더니 이윽고 ‘그 향’이 느껴진다. 여자 선배들이 주구장창 설명하던, 여자들을 꼼짝 못하게한다는 마력의 머스크 향 말이다. 남성용 스킨에 익숙한 나같은 남자들에겐 멜랑콜리한, 여자 파우더 냄새 같아 약간 비호감인 향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나긴 하더라. 하지만 역시 남자 위주의 조직에서 일하는 남자들에겐 매장당했다. 여자들의 호응도가 가장 컸던 제품인데 “왜 하필 너한테서 이 향이 나는거야?”부터 “상황 봐 가면서 뿌려라.”까지 여자들에겐 확실히 무언가 환상을 주는 향인 듯하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향수에서도 적용되나 보다. #3 M ★★★ F ★★ 그야말로 향수 by 대나무다. 케이스부터 ‘나 대나무 향이에요’라며 정공법을 택하다니. 멋스러운 디자인인 건 확실하지만 향수가 지녀야 할 신비감이 없어 아쉽기도 하다. 그나저나 대망의 첫 테스트를 해보려는데 다른 향수들처럼 뚜껑을 돌려도 안 나오네. 이리저리 굴리고 돌려보니 윗부분을 누르면 방사되는 방식. 어렵사리 뿌려보니 ‘낯선 남자에게서 내 향기를 느꼈다’고 할 만큼 남자들이 흔히 쓰는 우디 향의 스킨, 로션 냄새와 사촌격이다. 향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던가? 목욕탕에서 씻은 뒤 선반에 있는 정체 모를 로션을 바르고 바깥에 나왔을 때의 상쾌함을 떠올리게 하는군(로맨스와 관련된 기억이 좀 있었으면 좋으련만).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향수와 친하지 않은 남자들에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듯하다. 여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렸다. 남자품에 몇 번 진하게 안겨봤던 여자들은 익숙해하는 듯. 반면 몇몇 여자들은 아저씨 냄새라며 인상을 찌푸렸다.#4 M ★★★ F ★★★ 사용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궁금증. 컬렉션 제품이란 말에 검색해보니 블루, 그린, 레드, 오렌지가 있던데 무슨 생각으로 자애로운 우리 선배님께선 내게 오렌지를 주셨을까? 오렌지는 스타일리시한 영&힙한 가이를 위한 향이라던데. 그래서일까? 하하. 어쨌든 이 향수를 향한 주변의 대체적인 반응은 남녀 통틀어 다른 향수들에 비해 가볍다는 의견. 나조차 잔향이 오래 가지 않아 큰 인상을 받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아이돌 향수’라고도 했다. 향이 약하단 생각에 다른 향수들과 레이어드해 봤는데 심지어 기존 향이 먹혀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20대 초중반의 남동생이나 향수 초년병에게 선물하기 좋겠다. 게다가 폴로잖아. 단, 연하 남자친구는 제외. “나 어리다고 무시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5 M ★★★★ F ★★★★☆대부분의 여자들은 전문직의 멋쟁이 남자들이 쓰는 향수 같다고 했다. 겐조의 ‘대나무 향수’까진 아니지만 시원함과 달콤함이 동시에 풍긴다. 다소 묵직한 향의 키엘 향수를 냉동시켰다고 할까. TPO를 막론하고 언제든 뿌려도 좋은데 다만 지속력이 약한 게 흠. 소개팅이 잡혀 5개 중 어떤 향수를 뿌리고 나갈까? 어떤 옷을 입을까만큼(은 아니지만) 고민하다 주변의 추천으로 이 제품을 선택했는데 황당하게도 “남자가 향수 뿌리는 거 싫어한다”는 여자가 나와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아주 가벼운 잔향이니 못 알아챘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남성성을 과시(?)하는 매혹적인 느낌이 있어서 품에 여자가 안기면 제대로 좋아하지 않을까(이 부분은 능력 밖이라 죄송합니다)라고 추측해본다. 향수 하나로 가을 남자로 거듭나고 싶거나, 향수 좀 쓴다는 남자들 사이에서 ‘오, 제법인데’라는 평을 듣고 싶다면 추천. 물론 여자들에게도 싫은 소리 들을 일은 없을 거다. 디제이 소울 스케이프 (32세, DJ)향수를 뿌리고 외출한 뒤 머리가 지끈거려 다시 집으로 들어가 샤워하고 나올 정도의 생초짜. 이제는 향기를 음악으로 묘사할 정도로 레벨업. #1 M ★★★☆ F ★★★☆ 한마디로 좋은 시계를 차거나 피팅감이 좋은 수트를 입었을 때 가장 어울리는 향. 물론 그런 것들과는 전혀 거리가 먼 나로서는 “아빠 향수입니까?” “어디 좋은 데 다녀왔소?”라는 주변 반응이 지배적이었다는 게 좀 서글프긴 하지만. 솔직히 자주 손이 갈 것 같진 않지만 욕실 한구석에 전시해놓고 싶긴 하다. 이걸 갖고 있으면 왠지 초고속 승진한 성공한 젊은 남성이 된 느낌이랄까.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갱스부르의 멜로디 넬슨 같은 앨범, 60년대 미국의 팝 프로듀서인 데이빗 액셀로드의 치밀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듣는 느낌. #2 M ★ F ★★★ ‘머스크’라는 것은 사향사슴의 향기 혹은 사향 냄새를 내는 식물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능적이고 원초적이며 신비한 향이라고 한다. 사실 이전에도 다른 머스크 계열 향수를 사용해본 적 있는데 당시 기억으론 흔히 말하는 남성용 스킨 로션의 강렬한 냄새랄까. 하지만 이 제품은 처음 뿌릴 때의 다소 진한 이미지를 벗고, 플로럴 계열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잔향이 남아 좋았다. 담당 에디터의 말로는 이게 이성을 유혹하는 데 그만이라고 해서 사실 더 열심히 뿌리고 다녔는데 별 소득는 없는 듯하다. ‘아빠 냄새’ 같아서 반감을 사지 않을까 싶었지만 주변인들은 의외로 “아 좋다!”는 반응이어서 ‘한국에서 부녀지간에는 향기로 연결된 애틋한 무언가가 있나 보다’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도. 이봉조 악단의 울림 깊은 경음악이나 스트라타-이스트 같은 스피리추얼 재즈 레코드들이 연상되는 향.#3 M ★★★★ F ★★★★ 일단 보틀 디자인이 맘에 든다. 나 같은 남자는 왠지 여행 다닐 때 “나 향수야!”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듯한 브릭 형태의 전통적인 향수는 망설이게 되므로 정체를 숨긴 듯한 이 향수는 휴대하기 좋았다. 향은 대나무의 푸른 향기에서 나오는, 이슬을 머금은 흙냄새 같은 차분한 이미지(에디터가 준 자료들을 하도 읽다 보니 나 또한 향기 서술 능력이 매우 아스트랄 해지고 있다). 향수와 친하지 않은 내게도 이 정도라면 어색하지 않을 거란 느낌이 든다.#4 M ★★★★ F ★★★★ 패키지 컬러를 보고 ‘환타같다’고 했는데 정말 청량하고 상큼한 향이다. 너무 진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스포티하지도 않아 나처럼 활동적인 30대를 위한 일상적인 향으로 안성맞춤. 눈에 띄는 컬러에, 빅 포니, 큼지막하게 새겨진 숫자 4등이 인상적인지 작업실에 두고 쓸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만지는 향수였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60년대 미국의 웨스트 코스트 록/소울 드러머인 할 블레인의 경쾌한 비트가 연상되는 향이다. #5 M ★★★ F ★★★★☆ 남자들의 향수 선택 기준 중 하나가 본인의 '체격'에서 풍기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이 향은 왠지 큰 체구의 묵직한(?) 남성들에게 어울릴 것 같다. 여담이지만 정말 모델을 잘 골랐다. 이 향을 맡고 신이 영감을 받아 사람을 빚어낸다면 그것은 매튜 맥커너히라고 밖에는. 그만큼 활동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동시에 매너 좋은 남자와 잘 어울리는데,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는 그런 남자가 없다(내 대인관계가 좁은건가?). 건실하고 우직한 남자가 맘먹고 놀러 나갈 때 뿌리기 딱 좋은 향이다. 그런데 여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나와는 잘 안 어울린다고 하는 걸 보니… 그냥 빨리 집에나 들어가야겠다.오중석 (36세, 포토그래퍼) 10여 년 전부터 매일은 아니지만 향수를 꾸준히 뿌려온 나름 향수 전문가. 단 하나의 향보단 여러 개를 두고 TPO에 맞게 뿌리는 내공을 발휘! #1 M ★★ F ★★★ 분명 향이 고급스럽고 좋다는 건 알겠는데 나와는 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수트를 폼나게 차려입은 강한 남성 이미지의 향인데 활동적이고 캐주얼한 나와 어울릴 리 만무하다. 정말 향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쉽게 소화하기 힘든 제품이란 생각이 든다. 잘 차려입은 뒤 뿌리면 여자들이 ‘아, 저 남자 완벽하게 드레스업했구나’라고 여길 테지만 티셔츠에 데님을 매치한 캐주얼한 차림에 이런 향이라면 단순히 아저씨 냄새라고 오해할지도. #2 M ★★★★★ F ★★★★★ 중간 점검(?) 차 담당 에디터의 전화를 받고 내가 내뱉은 한마디는 “키엘 머스크 너무 별로던데? 아버지 냄새가 나.”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스프레이 구멍에 코를 대본 뒤의 섣부른 판단이었을 뿐, 막상 뿌려보니 굉장히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잔향이 기분을 간질간질하게 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오래되고 익숙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아버지 향’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익숙하다”부터 “섹시하다” “나도 쓰고 있는데”까지. 내 반응은 담담했지만 주변 반응이 이토록 좋으니 점점 정이 갈 수밖에. 아무래도 한동안은 이 제품에 계속 손이 갈 듯하다. #3 M ★★★ F ★★★★ 동남아 출장 짐을 꾸릴 때 여건상 모든 향수를 챙길 순 없고, 고민하다 이 제품을 선택했다. 일단 생김새가 이국적이고 가벼워 휴대용으로 딱. 나무, 과일, 흙 등 자연의 모든 것을 연상시키는 향이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이걸 뿌리면 모기에 많이 물릴 것 같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정말 너무 더워 불쾌지수가 엄청났는데 간간이 후각을 자극하는 이 향이 기분 전환을 시켜주기도. 주변인 또한 이 덕택에 순간순간 기분이 좋아졌길 바란다.#4 M ★☆ F ★★ 이건 정말 나와 궁합 0점. 패키지도 마음에 안 드는데다 향은 뉴욕의 랄프 로렌 매장 혹은 공항 면세점의 향수 코너에서 맡아봄직한 이런저런 향이 오묘하게 섞인 흔한 향이다. 게다가 여자 향수라도 믿을 정도로 여성스럽기까지. 혹시나 여자들에겐 어필할까 싶어 손목을 코에 대고 느낀 바를 말해보라고 했더니 “고등학교 때 교회 오빠에게 풍기던 향”이란다. 아, 그 말을 들으니까 더욱더 정이 안 간다. 아웃도어 스포츠를 할 때 혹은 아주 나이가 어린 여자친구를 사귀는 남성이라면 추천하겠다. #5 M ★★★★ F ★★★ 역시 향은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이 향을 맡자마자 한창 밤마다 신나게 놀러다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때 사용했던 향수가 무엇이었는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이 향은 그야말로 ‘밤을 위한’ 향수다. 미끈하고, 노련한 느낌. 남자라면 새로 산 셔츠를 처음 입었을 때 특유의 기분을 알 거다. 난 비싼 셔츠를 산 뒤 본전 뽑을 생각에 주구장창 입기보단(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여러 번 세탁하고 다림질하면 해지기 마련이니까), 자라 같은 브랜드에서 부담 없이 산 뒤 반짝반짝 빛날 때 한두 번 입고마는 스타일이다. 새 셔츠를 입었을 때의 빳빳한 그 감을 후각으로 느낄 수 있다. 반응을 보니 여자들에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향인 듯.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