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릭스도 런웨이 모델로 어울렸을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 쇼 리뷰
프랑스 남부 아비뇽의 교황청에서 열린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 이것은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실험적인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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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장소를 모색해 지니처럼 소원을 빌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환상의 나라로 이끌 것 같은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쇼. 그가 2026 크루즈 컬렉션을 위해 선택한 장소는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 있는 교황청의 광장 코흐 드뇌르(Cour d’Honneur)다. 14세기에 지어져 중세 교황을 선출하던 장소였고, 지금은 매년 실험적인 연극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제스키에르는 어떤 쇼를 구상했을까?
먼저 45개의 룩을 선보이는 방식은 무대 구성부터 달랐다. 객석과 무대를 뒤바꿔 관객이 무대에 앉고, 무대가 객석이 되게 한 것이다. “관객을 무대 위에 세우고 싶었어요. 공연하는 사람이 보는 시선에서 관객이 모든 걸 바라보게 하고 싶었죠.” 쇼 시작 전에 제스키에르가 말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도입부처럼 웅장한 음악이 흐르고 핀 조명이 비탈진 객석을 비추며 쇼가 시작됐다. 잔 다르크를 떠오르게 하는 모델은 방패가 연상되는 견고한 가죽 드레스를 입고 바람을 가르며 등장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포즈를 취한 필릭스.
케이트 블란쳇과 카트린 드뇌브가 참석한 프런트로.
뒤이어 교황청 벽을 장식했던 정교한 문양을 재해석한 룩, 고대 종교 문서를 떠오르게 하는 패턴의 드레스가 이어졌다. 쇼의 서사는 점점 고조됐고 파워 숄더와 대비되는 러플 장식, 강렬한 패턴과는 정반대인 실키한 소재가 만난 유동적인 룩으로 제스키에르 주인공들이 런웨이를 누볐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모델들을 따라 중앙 무대로 향했다. 한층 가까이 다가온 모델들은 투구와 왕관 같은 헤드 피스, 변색된 경첩 장식의 백, 조각난 거울이 더해진 부츠 등 작지만 강렬한 액세서리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때로는 의상이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법. 강인한 눈빛으로 분위기를 압도한 모델들은 성을 지키는 기사, 재주 많은 곡예사,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로 변모하며 한 편의 연극처럼 쇼를 이끌었다. 쿠튀르 못지않은 디테일과 화려한 패턴이 이어지며 쇼가 절정에 다다를 즈음 모던한 블랙 룩을 입은 세 명의 흑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2막이 시작된 것이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분위기가 전환됐고 각기 다른 시대의 룩이 현대적이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쏟아져 나왔다. 1950년대의 베이비 돌 드레스, 1960년대 모즈 룩, 70년대 보헤미언 룩 등 우리가 예상했던 고전 인물이 아니라는 듯이 걸었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제스키에르가 쇼를 준비하며 무대 뒤의 배우들이 일상복과 공연복을 뒤섞어 입은 사진에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고전 캐릭터를 연기했을 배우들은 늘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다. “옛이야기에 음악과 의상이 함께하는 연극을 본 느낌이었어요. 쇼를 보며 이곳에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을 상상했죠.” 쇼를 본 제이든 스미스의 말처럼 수백 년 된 교황청에서 무대에 앉은 관객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상상하며 판타지를 덧입혔다.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공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모습이었다.
장르가 뒤섞인 공연은 피날레와 함께 결말에 가까워졌다. 빨간 의자로 가득 찬 객석에 선 모델들에게 눈부신 조명이 비췄고 무대를 준비한 제스키에르가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한 편의 무성 연극을 무대에 올린 듯 옷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 그는 일상에서도 환상을 잊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듯했다. 그것도 때로는 주연처럼, 때로는 조연처럼 말이다.
Credit
- 에디터 박기호
- 글 김지회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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