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지오 아르마니 50주년 프로젝트: 기록이 된 스타일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50년의 미학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여정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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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타계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유산은 기록과 예술, 옷의 언어로 계승됩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50주년을 맞은 올해 밀라노의 미술관과 런웨이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 그의 창조적인 디자인 언어가 진하게 드러났는데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맞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1975년 7월 24일 밀라노에서 출발한 패션 하우스는 정확히 50년이 지난 2025년 같은 날, 브랜드의 유산을 집대성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아르마니/아르키비오를 예고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베니스에서의 공식 론칭,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전시, 2026 봄/여름 여성 컬렉션으로 차례로 이어지며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생애와 철학이 브랜드의 유산으로 전환되는 하나의 서사로 완성됐습니다.

50년 미학의 디지털 아카이브
조르지오 아르마니 50주년을 기념하는 핵심 프로젝트인 아르마니/아르키비오에 대해 설명하자면 단순한 보존 공간이 아니라, 현재를 탐구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디지털 아카이브입니다. 지난 8월 베니스 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린 유니세프 후원 만찬과 행사에서 아르마니/아르키비오가 공식 공개됐는데요. 이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역대 컬렉션들을 세심하게 분류해 콘텐츠화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브랜드의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현됐습니다.





아르마니/아르키비오에는 1975년 첫 컬렉션부터 최근 시즌까지 5천 개 이상의 룩이 수록되어 있으며 각각의 피스가 하우스의 미학과 시대적 맥락을 증언합니다. 그야말로 형태, 소재, 구조의 지속적인 진화를 보여주는데요. 이는 단순한 패션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자리 잡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비전을 생생히 구성하고 재현합니다. 2015년 밀라노에 개관한 아르마니/사일로스의 리서치 시스템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하우스의 창조적 유산을 디지털과 물리적 구조를 통해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몹시 특별합니다. 한편 밀라노 외곽에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의 물리적 본거지로 기능할 새로운 공간이 조성 중입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스타일의 보존, 연구, 진화를 연결하는 거점이 될 예정이죠.
브레라 미술관에서의 예술적 대화
베니스 론칭 이후 조르지오 아르마니 50주년 프로젝트는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9월 11일 조르지오 아르마니 50주년을 기념한 대형 전시가 개최됐는데요. 이번 전시는 중세부터 이탈리아 미술사의 걸작들 사이에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의상들을 배치해 그의 미학적 궤적을 새롭게 탐색했습니다.


특히 브레라 미술관의 회화, 조각, 색채와 질감이 아르마니의 패브릭, 드레이프, 실루엣과 교차하며 예술과 패션의 대화를 만들어냈는데요. 테일러링의 재해석, 독창적인 장식 감각, 뉴트럴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색조 그리고 기법과 마감, 자수에서 드러나는 미학적 풍부함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절제된 창의성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절제’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했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생전에 브레라 지역을 삶과 영감의 근거지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브레라 미술관이 패션을 주제로 한 첫 전시로 그 인연이 다시금 예술적 협업으로 이어진 순간과 다름없습니다.
2026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
지난 9월 28일 팔라초 브레라에서 열린 조르지오 아르마니 2026 봄/여름 여성 컬렉션 쇼는 50주년 프로젝트의 대미였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작업한 마지막 무대로 그의 스타일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냈는데요. 한 시대의 마무리를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여는 헌정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번 컬렉션은 밀라노의 도시적 리듬과 지중해의 섬 판텔레리아의 풍경을 오가며 구성됐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경계에 위치한 판텔레리아는 이국적인 매력과 야생의 자연을 품은 지역으로 아르마니의 감성에 깊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이 대비적인 풍광의 이미지 속에서 컬렉션은 도시와 자연, 구조와 자유, 질서와 감정의 균형을 탐구했습니다. 룩의 요소들은 마치 섬의 바람에 흔들릴 듯 가볍고 유동적으로 보였죠. 특히 고급스러운 테일러링과 가벼운 질감의 드레스는 긴 실루엣이 강조됐고, 흐르는 듯한 패브릭의 움직임이 우아함을 극대화했는데요 각각의 룩은 단 하나의 제스처만으로도 ‘무게감 없는 옷이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그의 철학을 구현했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자선전에 이런 생각을 남겼습니다. “전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창작자의 자아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독창적인 증언과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의미가 남는 이 두 번째 측면에 더 큰 관심을 두었다.” 2025년 9월 4일,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밀라노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창립자와의 이별은 이번 50주년 프로젝트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죠. 생전에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설계한 아카이브, 브레라 미술관 전시 그리고 2026 봄/여름 컬렉션은 결과적으로 패션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지속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아카이브가 됐습니다.

아르마니/아르키비오는 기록의 질서, 브레라 전시는 해석의 맥락, 마지막 쇼는 표현의 언어로 각각 역할을 분담했는데요. 이 세 축이 연결되는 순간 이번 50주년 프로젝트는 단순한 복각이나 회고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장치로 거듭나는 것이죠. 요컨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세계는 이제 아카이브 속에서도, 전시의 공간에서도, 후대 디자이너들의 사유 속에서도 계속해서 생동하고 있습니다.
Credit
- COURTESY OF GIORGIO AR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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