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인 패션위크, 디자이너 대이동 총정리
2026 봄여름 패션위크, 디자이너 대이동 총정리. 헷갈리지 않게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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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러버라면 2025년을 기억하세요. 4대 도시 메이저 패션위크에서 지금처럼 단기간에 여러 하우스의 디자이너가 동시에 교체된 현상도 꽤 드문 편입니다. 역사적으도 그렇죠.
‘역사상 최대’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10년 내에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중인 것은 분명합니다. 패션 업계 전체의 리더십 체계가 변화하는 중인 이번 시즌 매우 특별하기도 합니다.


Chanel

Versace

Versace

Gucci
그간의 다른 ‘맥락’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패션 하우스의 설립 후 창립 디자이너의 타계, 1950-60년대 맥락이라면, 00년대의 럭셔리 브랜드의 글로벌화, 상업화, 기업화, 스트리트 컬쳐의 하이 패션 진입, 디지털 미디어의 대규모 확장,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등장 같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몇몇 전환기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처럼 여러 하우스가 거의 동시에 바뀌고, 언론과 소비자가 높은 관심을 보이며, 브랜드가 자신의 핵심 정체성과 헤리티지를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시기는 없었다는 것.
일단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메종 마르지엘라를 지키던 존 갈리아노가 떠나고 글렌 마틴스가 대를 이어 받았습니다. 발렌티노를 지켜온 피에르파올로 피촐리가 굿바이를 알렸고 구찌를 떠난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맞이했습니다. 구찌에서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헤어지며 사바토 데 사르노와 손 잡았습니다.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이탈과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 퇴사도 큰 이슈였죠. 이처럼 예견되던 패션 하우스의 대지진이 실제 체감으로,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이번 시즌, 베테랑 디자이너들의 새 데뷔 컬렉션들이 모인 2026 봄여름 패션위크를 만나보세요.
구찌 & 뎀나 즈바실리아
밀란 컬렉션의 첫 시작을 연 구찌. 뎀나 즈바실리아 (Demna 즈바실리아)가 새 수장으로 등장했거든요. 그의 공식적인 첫 런웨이쇼는 아직이지만 단편 영화 ‘더타이거’의 프리미어 시사회로 쇼를 대체한 뎀나의 센스가 기발하지 않은가요? 구찌 특유의 화려함과 뎀나 특유의 스트리트 감각이 만나 이색적인 구찌가 완성되었습니다. 일부 평론가는 그의 구찌쇼 데뷔를 “가장 논쟁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표현하며, 구찌의 헤리티지를 지킬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롭게 해석할 것인지의 기대가 크다고 하네요.
베르사체 & 다리오 비탈레
그리고 밀란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베르사체입니다. 베르사체 DNA의 결정체인 도나텔라가 경영자로 자리를 옮기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다리오 비탈레가 새 수장으로 데뷔했는데요. 비탈레의 첫 컬렉션은 전통적인 베르사체의 관능미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좀더 영(Young)하고, 생동감과 활기가 느껴지는 언밸런스한 디테일이 특징입니다. 베르사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고 있죠. 몇몇 평론가는 “조금 어긋난 조합이 오히려 신선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메종 마르지엘라 & 글렌 마틴스
자, 이제 메종 마르지엘라로 넘어가 볼까요? 존 갈리아노의 뒤를 이어 글렌 마틴스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이미 7월 쿠튀르기간, 마르지엘라 아티저널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창립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에 대한 경외심을 표했던 그였죠. 이번 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 그의 스타일은 “소리 없이 폭발한다(loud but controlled)”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담했습니다. 거친 질감과 화려한 요소들이 대비를 이루고, 마르지엘라의 전통적인 정신인 익명성과 해체주의 철학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훨씬 더 ‘목소리 있는’ 해석을 보여줬습니다. 극을 이끄는 내내 모델들의 개구기 스타일링에서 받은 충격이 감정과 극적 긴장을 만들어 냈죠.
발렌시아가 & 피에르파올로 피촐리
발렌시아가로 자리를 옮긴 피촐리. 그의 첫 컬렉션 ‘The Heartbeat’ 이 지금 막 공개되었습니다. 이름부터 두근거리는 컬렉션. 그는 이번 쇼의 초대장으로 심장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보내기도 했죠. 피촐리는 이번 컬렉션에서 그의 낭만적이고 구조적 우아함을 살린 시그니처 감성을 발렌시아가 아카이브에서 찾은 실루엣 위에 살짝 얹었습니다. 밝아진 색감, 유연한 드레스 라인, 가죽재킷에 치노 팬츠에는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를, 반투명한 시어 티셔츠에는 뎀나 시절의 실험적인 그림자도 어렴풋이 남아있었습니다. 균형감이 돋보인 그의 발렌시아가 컬렉션. 피촐리다운 첫 걸음에 박수!


로에베 & 잭, 라자로
로에베로 넘어가 볼까요? 로에베에는 조나단 앤더슨과는 다른 베이스의 뉴욕 디자이너 듀오가 함께 했습니다. 잭 맥클라우와 라자로 허난데즈, 이 듀오 디자이너가 이끄는 새 비전은 ‘뉴욕 감각이 섞인 도시적 미감과 예술적 실험성’이 가미된 스타일이라고요.
프로엔자슐러 시절 선보였던 실험적이면서 날카로운 실루엣을 로에베 헤리티지와 테크니컬로 새로운 시너지를 보여주었다는 평. 로에베는 두 디자이너의 새로운 언어를 벌써 터득한 느낌이군요.

질샌더 & 시모네 벨로티
이제 질샌더입니다. 시모네 벨로티가 질샌더에서 첫 26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날카롭고 정밀한 미니멀리즘을 재해석했습니다. 정형화된 수트와 솔리드 컬러 중심의 런웨이 속에는 디테일이 한몫했는데요. 미세한 비대칭, 슬릿, 메시 패널, 볼륨 실루엣, 절제된 패턴 플레이 등의 반전 요소가 숨은 재미를 줍니다. 이번 컬렉션은 날카로운 미니멀리즘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많아요. 절제 속에서도 긴장감이 살아 있는 스타일이랄까요.
셀린느 & 마이클 라이더
지난 7월 쿠튀르 기간 데뷔 쇼를 선보인 셀린느의 새로운 수장 마이클 라이더. 그는 첫 컬렉션으로 미국식 프렙 감성과 파리지앵 시크를 섞은 스타일을 선보였죠. 모두 입을 모아 ‘입고 싶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던 실용적이고 멋스러운 디테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런웨이에서는 실크 스카프, 럭비 스웨터, 허리 라인을 강조한 재킷과 스키니 진까지 등장하며 피비 필로 시절의 클래식 감성을 불러일으켰죠. 물론 에디슬리먼을 향한 라이더만의 시각적 재해석도 즐거웠습니다. 곧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공개될 9월 컬렉션도 기대 만발!
디올 & 조나단 앤더슨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등장에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디올! '패션계 가장 미감이 뛰어난 남자'로 손 꼽히는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의 여성과 남성라인을 모두 총괄하며 첫 무대를 선보였는데요. 디올의 아이코닉한 레이스 디테일과 뉴룩 실루엣을 재해석하면서, 셔츠와 미니스커트 같은 일상 아이템을 적절하게 분배한 런웨이는 현실감이 느껴지는 럭셔리로 채워졌습니다. 모자에 드러난 나폴레옹 풍 디자인, 꽃 모양의 슈즈까지 극적인 디테일이 디올의 드라마틱한 분위기는 이어가면서 디지털 세대의 감각까지 놓치지 않은 런웨이였다는 평!
보테가 베네타 & 루이즈 트로터
보테가 베네타는 루이즈 트로터의 데뷔 무대를 통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실험과 움직임과 질감으로 살리면서도 새 방향을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컬렉션의 키워드는 장인정신, 인트레치아토, 움직임, 텍스처의 융화였죠. 프린지가 달린 코트나 스커트의 걸을때마다 흔들리는 운동성, 매끈한 나파 가죽, 중성적인 실루엣 사이의 조화로움이 매력적이었죠.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컬러 팔레트. 브랜드의 뉴트럴 톤을 유지하지만 선명한 레드, 옐로 컬러를 활용해 심쿵 포인트를 완성했거든요. 실용성과 우아함 모두 갖추었다는 평.
샤넬 & 마티유블라지
2024년 말에 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되어 모든 오트 쿠튀르와 레디투웨어, 액세서리 컬렉션을 총괄하는 마티유블라지. 4월 부터 준비한 컬렉션으로 곧 10월 첫 데뷔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블라지는 보테가 베네타에서의 오랜 작업으로 브랜드에 현대적인 새 생명을 입혔다는 높은 평가를 받은 적 있죠. 샤넬의 중요한 전환기로 기록될 이번 10월 마티유의 데뷔 컬렉션 기대합니다!
근현대 패션사에서 디자이너의 지각변동으로 이렇게 흥미진진한 적은 오랜만입니다. 획일화되어가던 패션계를 타파하는 하우스의 고민들이 쌓여 일어난 현상이 아닐는지 생각해봅니다. 보는 재미, 듣는 재미, 입는 재미를 모두 만족시킬 패션계의 부활.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 가볍게 따라할 수 없는 베테랑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브 순간들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Credit
- 사진 각 인스타그램 및 공식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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