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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할 시간 없다는 건 핑계! 틈틈이 '빌파'를 하면 된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이 기다려진다. 왜냐하면 '빌파' 해야 하거든.

프로필 by 정윤지 2025.04.05

더 이상 ‘시간이 부족해서’ 운동 못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간헐적 단식에 이은 또 하나의 간헐적 루틴, 바로 간헐적 고강도 신체 활동을 뜻하는 ‘빌파(VILPA; Vigorous Intermittent Physical Lifestyle Activity)’가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적합한 운동법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빌파? 얼핏 들으면 뇌파의 한 종류 같기도 하고, 브랜드 이름 같기도 하고, 어떤 운동법인지 아리송하다. 빌파는 러닝, 테니스, 골프, 필라테스 같은 특정 운동 종목이 아니다. 당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든, 단시간에 좀 더 힘을 주거나 좀 더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일상 활동을 이어가되 ‘간헐적’으로 ‘강도만 높이라’는 것. 보통 고강도 운동이라면 크로스핏 같은 인터벌 트레이닝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바로 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의 원리를 일상에 적용한 것이 빌파다.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 방바닥 걸레질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일어선 채로 팔만 슬슬 뻗었다 당겼다 하면 되는 스팀 청소기를 쓰는 대신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격렬하게 양팔을 움직여 걸레질을 한다면 빌파를 하는 셈이다. 출근길을 상상해 보자. 엘리베이터 앞에 가만히 서서 ‘다음 순서엔 탈 수 있겠지’ 하며 기다리는 대신 비상구 문을 열고 계단을 빠르게 올라간다면 이 역시 빌파다. 버스정류장을 코앞에 두고 타려는 버스가 이미 도착해 있을 때 ‘다음 버스 타자’며 보내는 대신 전속력으로 달려보자. 이 또한 빌파니까. 퇴근 후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간에도 가능하다. 얌전히 걸어가던 아이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 ‘우다다’를 하려는 순간 “돈 두 댓~ 안 돼!” 하는 대신 우다다다 같이 뛴다면 이것도 빌파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끄는 대신 장바구니를 든 채 장을 보거나, 한아름 산 물건을 배송시키는 대신 직접 들고 집으로 걸어오는 것도 빌파다. 이게 과연 운동이 될까 싶다고? 의심을 거둬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니까!


호주 시드니대학교 찰스퍼킨스 센터 연구 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의학 Nature Medicine>에 공개한 빌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3~4회 1분씩만 빌파를 실천해도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50%가량 감소한다고 한다. 하루 최대 열한 번의 빌파를 수행한 사람들은 전혀 수행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신체 위험도가 65%나 감소했다는 사실. 주목할 점은 이 연구에 참가한 2만2298명은 이전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와우(Wow)’ 할 만한 결과다. 심지어 정기적으로 운동한다고 응답한 6만여 명과 비교해도 질병 예방 효과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미국의학협회 종양학회지 JAMA Oncology>에 게재된 빌파와 암 발병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 역시 유사하다. 하루에 최소 3분 30초간 빌파를 실천한 사람은 실천하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병 위험이 17~18% 낮았고, 좀 더 긴 4분 30초 동안 빌파를 하면 신체 활동과 관련한 간암· 폐암· 신장암 등 대부분의 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32% 감소했다. 빌파를 한 번 할 때 3분 30초 혹은 4분 30초를 한 게 아니라, 하루 동안 수행한 시간의 총합이다. 정말 놀랍지 않나. 이러니 더 이상 ‘시간이 부족해서’ ‘몸치라서’ ‘근처에 괜찮은 짐(Gym)이 없어서’ ‘비용이 많이 들어서’ 따위의 핑계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PT 선생님의 밀착 가이드나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같은 내향형 인간들의 핑계도 빌파 앞에선 소용 없다.


하루 스케줄을 찬찬히 살펴보며 어느 시점에 움직임의 강도를 올릴 수 있을지 체크해 봤다. 출퇴근길 집과 지하철역 사이, 지하철역과 회사 사이에 걷는 타이밍, 회사 1층에서 사무실이 있는 8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타이밍, 1주일에 한 번 주말 아침에 대청소를 하며 바닥 걸레질을 하는 타이밍과 화장실 청소를 하는 타이밍,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타이밍, 그 밖에도 빌파를 할 수 있는 시점은 ‘의외로’ 많더라! 가능할 때마다 몸의 가속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움직임의 강도를 높이기만 하면 된다. 출퇴근길에 걸을 때는 좀 더 속보로 걸었고, 회사 내에선 계단을 자주 이용하되 발걸음을 더욱 재게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다. 귀찮아서 남편한테 시켰던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도 자처해 움직일 일을 더 많이 만들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 2층이라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가 다시 뛰어 올라오는 것으로 강도를 높였다.


그래서 몸에 큰 변화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고강도 활동을 하고 난 뒤 터질 듯 쿵쾅대는 심장박동과 턱 끝까지 차오르는 호흡에 매번 놀라고 있다는 점, 헐떡거리는 숨결을 고르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할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 생활 속 작은 변화이자 발견이다. 평소엔 가슴에 한가득 숨을 들이마셨다가 “후~” 하고 내뱉는 일 없이 얕은 호흡만 했는데, 빌파 이후 깊은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한결 가볍고 개운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곧 점심시간이다. 무엇을 먹을까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즐겁지만, 그 식당까지 더 빠르고 힘차게 걸어가는 것을 상상하는 게 더 즐겁고 뿌듯하다. 이렇게 나의 빌파는 계속된다.

Credit

  • 에디터 정윤지
  • 사진가 GILAD SASPORT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