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주얼리 하우스로 초대합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시대정신, 지향점이 모두 담겨 있는 거대한 아트 피스이다. 도시의 상징, 로컬에 대한 존중, 저마다의 시선과 예술품이 함께 빛나는 하이 주얼리 부티크를 탐미해볼 것.

프로필 by 김영서 2024.10.15
BOUCHERON
밤이 되면 자연의 풍경을 보여주는 부쉐론 긴자의 파사드.

밤이 되면 자연의 풍경을 보여주는 부쉐론 긴자의 파사드.

도쿄의 중심에서 단숨에 파리로 가는 법, 바로 메종 부쉐론 도쿄 지점을 방문하는 것이다. 방돔 26번가의 역사적 부티크를 잇는 이곳은 부쉐론의 근원이자 회귀점인 자연의 위대함을 조명한다. 건물의 파사드는 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을 가졌다. 낮에는 투명하게 부티크 내부를 훤히 보여주고, 밤이면 대형 스크린으로 변해 시간과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을 재현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창문처럼 연출한 스크린이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마치 부쉐론의 숲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1층에 자리한 50m²의 대리석 모자이크 바닥에는 프레데릭 부쉐론이 사랑한 담쟁이덩굴을 모티프로 빛과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공간을 확장시키는 틴티드 미러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셀리스의 작품이다. 그녀는 틴티드 미러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변화하며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한편 메종의 아카이브 전시 공간에서는 하이 주얼리 세계에서 보기 어려운 동식물 주얼리를 선보이며 자연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남다름을 강조했다. 그중 1900년 스테인드글라스 방식으로 제작한 나비 브로치는 전형적인 아르누보 작품으로 손꼽힌다.
벽면에 자리한 쇼케이스는 파리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조형 예술가 나카지마 미유키가 맡았다. 그녀는 자연물 형태에 금속 파우더를 입히는 작품으로 유명한데, 일본과 파리를 잇는 오작교 역할을 자처하며 전통 염색 기법과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 장인 정신을 기리며 작업했다고 전했다. 메종의 하이라이트인 4층은 가장 혁신적인 재료로 제작한 아트 피스들을 전시한 이노베이션 랩 공간이다. ‘진귀함’이라는 말의 의미를 수없이 자문한 메종은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나 예상치 못한 기술을 구상하고 실험했다. 대표적으로 꽃의 순간적 아름다움에 영원성을 부여하고자 했던 크리에이티브 팀은 꽃잎 하나하나를 스캔해 아주 작은 디테일과 입체감을 표현했고, 색소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꽃잎을 구현한 이터널 플라워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이처럼 새로움을 향한 부쉐론의 집념은 또 다른 혁신을 예고하고, 이내 다가올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바닥은 가스파르 마이외 팀의 모자이크로, 벽은 마르셀리스의 틴티드 미러로 완성했고 나카지마 미유키의 작품을 전시한 쇼케이스가 자리해 있다. 일본의 조경 스튜디오 토호 레오가 설계한2층 VIP공간.


CARTIER
한옥의 문과 창호에서 모티프를 얻은 메종 청담의 파사드.

한옥의 문과 창호에서 모티프를 얻은 메종 청담의 파사드.

까르띠에가 부티크를 계획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로컬에 대한 존중과 협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곧 메종을 드러내는 최고의 방법이 되었다. 2008년 아시아 최초의 까르띠에 부티크로 선정된 메종 청담은 2022년, 브루노 모이나르와 클레르 베타유의 손길로 새롭게 태어났다. 20년 넘게 까르띠에의 글로벌 부티크를 책임지고 있는 두 건축가는 건축물과 서울의 전경이 융화되어 안과 밖의 시선이 교차되기를 원했다. 한옥의 문과 창호의 개방감은 이를 표현하기에 제격이었고 궁중 건축양식을 적용한 창호 형태의 구조물은 건물 지붕부터 파사드 전체를 감싼다. 빛과 투명성이 강조된 건물은 낮이면 내부를 가득 채운 샴페인 골드 컬러가 햇살과 만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밤이면 보석이 가득한 보물 상자처럼 빛을 내뿜는다.
2층 맨즈 컬렉션 월에는 한국의 소나무와 까르띠에의 상징인 팬더가 하나의 패턴처럼 어우러진 장식이 돋보인다. 한국 문화와 까르띠에의 정신이 만나는 정점은 4층과5층을하나로연결한문화교류공간,라 레지당스다. 공간을 가득 메운 베일은 살결이 비치는 전통 보자기에서 영감받은 것이다. 천장부터 내려와 겹치듯 놓인 베일 덕분에 라 레지당스 가운데에 있으면 마치 보자기에 감싸인 듯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까르띠에가 마련한 서울의 집은 연꽃을 닮은 크리스털 샹들리에, 경복궁 향원정의 연못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까르띠에 팬더가 그려진 아트월 등 한국의 정서를 가득 담아 우리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인상을 선사한다.
포커스 월이 돋보이는 2층의 맨즈 컬렉션 공간. 높은 층고에서 개방감이 느껴지는 5층의 라 레지당스 공간.


VAN CLEEF & ARPELS
반클리프 아펠의 서울 메종.

반클리프 아펠의 서울 메종.

반클리프 아펠은 오래도록 자연과 문화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고, 메종의 정신은 서울 부티크에도 이어졌다. 15년 동안 반클리프 아펠의 부티크를 디자인해온 주앙 만쿠 에이전시의 손길이 닿은 공간은 간결한 디자인의 구조물이 돋보인다. 그 때문인지 허공을 가로지르며 대담하게 쭉 뻗은 건물의 옆선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이어 서울 메종 전체를 감싼 메시 구조의 파사드가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구조물은 고려청자에서 영감받은 녹색빛의 세라믹과 코퍼 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빛의 변화에 따라 은은하고 오묘한 색을 띤다. 서울의 수많은 매력 중 반클리프 아펠의 시선을 끈것은 산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지형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정원에 수려한 산의 형태를 담기 위해 메종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1대 조경가 정영선이 이끄는 조경 설계 팀 서안과 협업했다. 그녀는 자연이 공간과 사람을 이어준다고 이야기한다. 유려한 능선을 닮은 난간, 러프한 스톤 소재와 나란히
놓인 투명한 유리 쇼케이스는 돌산 속의 고요하고 몽환적인 샘물을 연상시킨다. 또한 전 세계에 3곳뿐인 패트리모니얼 전시 공간 중 하나가 이곳 서울 메종에 자리하는 것도 주목할 점. 반클리프 아펠의 아카이브 컬렉션으로 고도의 기술력과 장인 정신이 담긴 피스들이 하이 주얼리에 대한 메종의 헌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곳은 오직 메종이 남긴 유산의 중요성을 기리기 위한 공간으로, 한국의 공예품과 반클리프 아펠의 아트 피스를 함께 조명해 아티스트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안과 작업한 1층 정원 공간. 문화적 화합과 전시를 위한 3층의 콘셉추얼 렌더링 이미지.


TIFFANY & CO.
뉴욕 5번가에 있는 티파니 랜드마크 전경.

뉴욕 5번가에 있는 티파니 랜드마크 전경.

뉴욕 5번가. 끝이 보이지 않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오색 빛의 현대미술관(MoMA)을 지나면 티파니 스토어에 당도한다. 오드리 헵번이 크루아상과 커피를 들고 고개를 쑥 내밀며 보던 그 쇼윈도 앞 말이다.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뉴욕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여겨진 티파니 부티크가 2023년, ‘랜드마크’라는 이름을 달고 새 단장했다. 건물 외관은 시게마츠 쇼헤이가 이끄는 OMA 뉴욕팀의 손길로 3층 규모의 유리 건물을 올려 총 10층 높이로 증축했다. 내부는 하이 브랜드들이 부티크를 구상할 때면 가장 먼저 찾는다는 전설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메종을 재해석했다. 부티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아틀라스 조각상과 시계 등 메종의 상징적 요소는 그대로 보존한 채, 수많은 LED 스크린과 티파니의 아이코닉 피스를 디스플레이해 과거와 현재의 대조적인 매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건물 중심에는 3층부터 8층까지 이어진 투명한 대형 크리스털 나선형 계단이 있는데, 시작점에 자리한 다니엘 아샴의 조각상이 방문객을 반긴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샴은 아이코닉한 문화적 예술품을 부식되고 풍화된 모습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6층에는 줄리언 슈나벨의 회화 작품 ‘눈이 없는 소녀’ 주변으로 작품 안에서 끄집어낸 듯한 홈 컬렉션 제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이어 7층에서는 직접 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디테일과 형형색색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하이 주얼리가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데이미언 허스트, 라시드 존슨 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의 작품 40여 점이 곳곳에 설치되어 마치 현대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티파니 뉴욕의 랜드마크이자 뉴욕의 랜드마크인 티파니는 오늘도 5번가를 빛내고 있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전시한 7층 공간. 줄리언 슈아벨의 작품과 홈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6층.

Credit

  • 에디터 김영서(미디어랩)
  • 디지털 디자인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