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건축가 김수근의 마지막 주택, 고석공간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닌 근대주택, 고석공간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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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수근의 마지막 주택. 고석공간
」
작은 툇마루가 있는 한실과 모던한 나선형 계단이 공존하는 2층.

벽돌에 목재를 둘러 독특한 파사드가 인상적인 외관.

나무 틀로 짠 격자문이 있는 전실.

현관과 거실 사이에는 박고석 화백의 컬렉션이 놓였다.
어떤 계기로 이 집에 살겠다고 마음먹었나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 살았다. 업무상 미국에서 몇 달 거주하다 귀국해 이사할 집을 찾던 중 우연히 기사를 통해 고석공간을 접했다. 개인적으로 사대문 안의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런 집을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김수근의 작품으로서는 마지막 주택이지 않나. 보존을 위해 애당초 개인에게 팔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김수근에 관한 서적을 살피고 레너베이션에 관한 자문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김순자 여사를 만나 있는 그대로 집을 아끼겠다는 마음을 전달했다. 우리가 지내는 동안 이곳은 계속 고석공간일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얼굴이 환해지시더라. 그만큼 각별했던 집이었던 것이다.

노출 콘크리트 격자 보 구조를 그대로 노출시킨 천장. 그 아래로 격자 구조의 한지 미닫이창이 이어져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역사적 · 건축적으로 의미가 크지만, 직접 들어와 살기엔 부담이었을 것 같다
처음 고석공간을 접해 매입하기까지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 집을 공공재로 생각했다. 박노수미술관, 최만린미술관 등 최근 수도권 소재의 많은 역사적 근대 주택이 일반에 개방되는 추세다. 이 집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껏 고치기보다 집에 우리 삶을 맞추기로 했다.

기도실로 쓰이던 2층 한실. 댓돌처럼 놓인 나무 토막을 밟고 공간을 오르내렸을 김순자 여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문화재 보존 관련 학예사에게 집에 관한 자문을 구했다고 들었다
이 집의 존재를 알고 나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품은 때가 있었다. 추후 서울시 미래유산이나 등록문화재로 선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으니 구조체 변경을 지양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때만 해도 구조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건축에 대해 공부하곤 했다.

고석공간의 거실.
복원에 초점을 두되 일부는 현대에 맞게 고친 것으로 안다. 공사는 어떤 기준으로 진행했나
오리지널 디자인의 가치를 품고 있다고 생각되는 요소는 그대로 두었다. 다만 2층에 주방이 있는 건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다소 맞지 않아 1층 포치를 실내로 편입시켜 주방공간으로 활용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추후 복원 가능성이었다. 불가피하게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복원 가능한 선에서만 진행했다. 주방 수납장을 떼어내거나 벽지 등 마감재만 교체했고, 이 역시 본래 디자인의 연속선상에서 재료를 택했다. 1층 거실 한쪽은 박고석 화백의 그림을 보관하던 작은 수장고였는데, 수납공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의 문을 보관해 두었다.

박고석 화백의 풍경화 ‘울산바위’.
긴 역사와 이야기를 지닌 곳이다. 이런 집에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집이 아니라 집의 내력을 샀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내 집 같은 느낌은 덜하지만, 매 순간 보람과 경이를 느낀다. 이곳에 들어와 살기 전 몇 군데 보수가 필요해 목수를 모셨는데, 전국의 많은 집을 보고 다닌 그분도 감탄하더라. 40년 된 집임에도 목재 하나 틀어지지 않은 게 놀라웠던 모양이다. 벽돌과 계단 역시 건축 당시 그대로 여전히 견고하다. 깊은 시간에서 오는 아우라와 편안함, 아늑함이 느껴진다.

벽돌의 질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계단실.
앞으로 계획은
80년대에 지은 집이라 전기공사가 필요해 계획 중에 있다. 둘이 지내기엔 다소 넓어 공간 활용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 몇 해 전 원형 복원을 마치고 개관한 딜쿠샤처럼 이 집 역시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여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 위로 난 격자형 천창.

기존 문을 보관해둔 지하.

2층 한실 앞 공간과 미닫이문.

박고석의 작업실이었던 지하 서재.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사진가 최용준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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