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조경가 오현주가 자연으로 연출한 정교한 미장센
어프로치 커피부터 이도커피까지. 조경가 오현주의 손길로 재탄생한 생명력 가득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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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연출한 정교한 미장센. OH HYEON JOO
」
강릉 스테이 호지. 다섯 개의 건물이 원형으로 배치된 땅 중심부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정원을 조성했다. 땅의 높이를 미세하게 조정해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물웅덩이가 생기고, 사시사철 매혹적인 자연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 공동대표로 건축물 안팎에 다양한 정원을 조성해 왔다. 건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경 디자인의 비결은
건축물과 바깥 환경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중간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업에 앞서 먼저 들어 서 있는 건축물을 충분히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건축 의도를 이해하고 분석해서 해야 할 작업과 하지 말아야 할 작업을 구분한다.

몇 그루의 나무라도 공간에 적합한 수형과 수종을 선별해 심는다고
식물도 수종마다 형태와 질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나무를 쓰는가에 따라 공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식물이 재료가 될 때 발생하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처음 볼 때는 앙상하고 볼품없던 나무가 어떤 공간에서는 놀라운 가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주연과 조연 역할의 나무를 구분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나무를 선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고된 과정이지만,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카페와 오피스, 주택에 조경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안마당더랩이 바라본 조경 디자인 트렌드는
기술 발전으로 디자인 소재와 시공 방식이 자유로워져 다양한 형태의 정원 구현이 가능해졌다. 조경이 공간의 프리미엄 요소로 고급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상업공간에서도 차별성을 앞세우기 위한 컨셉추얼한 조경 디자인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식물을 직접 심고 가꾸는 가드닝 활동이 하나의 문화처럼 퍼지고 있는데, 여기에 기후변화 이슈가 더해져 자연 존중을 기반으로 한 자연주의 정원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형태를 세심하게 선별한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극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이도커피 사유점.
이도커피 사유점에는 자연만으로 하나의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공간이 크지 않아도 깊은 숲의 풍경을 연출하고 싶었다. 실제로 숲의 나무들은 저마다 몸집을 부풀려 자신을 뽐내기보다 조화롭게 경쟁하고 공생한다. 폭이 좁고 웃자란 형태도 볼 수 있다. 크고 화려한 나무보다 여릿여릿한 동시에 생명력이 느껴지는 나무를 찾아 다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통에서 크게 두세 갈래로 뻗은, 적당한 크기의 소사나무를 택하고 나무 간격을 세심하게 조정했다. 숲의 한 장면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여기에 미스트를 설치해 30분마다 안개가 가득한 숲으로 변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이대길 정원사와 함께 이솝 성수에 자연주의 정원을 만들었다.
소다미술관에서 선보인 ‘일분 일초’ 역시 전시 작품으로 만든 정원이지만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많은 사람이 조경을 공간 배경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다. 관객들이 전시를 통해 나무와 돌, 풀이 가진 본연의 물성을 느끼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향과 소리, 그림자 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자연 자체가 작품이고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살아 있는 식물을 다룬다는 건 조경 작업의 한계이자 매력인 것 같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식물의 속성을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까지 디자인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과정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자연이 지닌 미학과 변모 과정을 경험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좋은 조경이라 할 수 있다.

서래마을 빌라와 부암동 단독주택에 조성한 정원은 건축물 속에 깃든 자연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외에 애정이 가는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용산에 있는 어프로치 커피(Approach Coffee). 번잡한 도심이지만 조경 연출로 바깥과 완전히 대조되는,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됐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의도대로 구현된 곳이라 애정이 간다.

어프로치 커피. 과밀화된 도심에서 숨은 안식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경가 오현주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여행지에서 발견한 대자연에서 작업의 방향성을 찾거나 한계를 경험한다. 어떨 땐 겸손해지기도 한다.

소다미술관 <우리들의 정원> 전시 일환으로 야외에 선보인 ‘일분 일초’ 정원.
스튜디오 대표이자 누군가의 아내이며, 최근엔 엄마가 됐다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겠지만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게 주어진 역할에서 행복을 찾으면서 단단한 자아를 이뤄가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자 계획이다.

무주 스테이 서림연가의 정원. 마치 주변 산세가 그대로 흘러 들어온 듯 이질감 없는 풍경을 연출한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COURTESY OF 박성욱/ 박우진/ 노경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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