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작은 세라믹으로 이룬 정선우의 가구 미학 #데코데코

빛나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데코·데코 Décor·Décor: 리빙룸 아케이드>와 함께 주거 미학을 탐구한 18명의 작가들.

프로필 by 이경진 2023.12.19
 
정선우를 대변하는 작품
세라믹 미니어처 체어 시리즈 ‘타이니 프렌즈(Tiny Friends)’. 2019년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면서 큰 조각을 다루기 어려워졌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멋지거나 ‘쿨’하지 않지만 작고 조금 이상한 것에 끌린다. 기능성과 심미성에만 초점을 둔 미니멀한 디자인에 염증을 느껴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상상해 봤다.
 
타이니 프렌즈 시리즈 ‘Pablo’

타이니 프렌즈 시리즈 ‘Pablo’

당신의 작품으로 이뤄진 방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동화 속 난쟁이나 요정들의 방처럼 비현실적인 가구가 있는 방이 그려진다. 매일 지내는 공간이 비정형적이고 비표준적인 사물로 채워진다면 일상은 좀 더 자유롭고 즐거워지지 않을까. 자신만의 공간만큼은 바깥세상과 구별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어울릴 것이다.
 
 ‘Carl’ ‘

‘Carl’ ‘

현재 작업적 화두 
내 작품은 공장에서 매끈하게 찍어낸 제품과 달리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서 기우뚱하고 구불구불하다. 처음에는 굳이 시간과 공을 들여가며 작은 조각을 만들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경제적인 수공예 작업을 하는 행위 자체가 극도로 효율화되고 자동화된 시대,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실천이라고 생각했다.
 
 ‘Avery’

‘Avery’

당신을 몰입으로 이끄는 것
작업 행위 그 자체. 촉촉하고 둥그런 흙덩어리를 펼치고 쌓으며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담은 사물을 만들고 있으면 작품과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비현실적 느낌이 든다.
 
‘Peter’

‘Peter’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18세 때 필립 스탁의 책을 읽고 일상 사물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실생활에 쓰는 가구를 디자인하진 않지만, 그때 생긴 가구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지금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스튜디오 알키미아와 멤피스 그룹의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모더니즘의 엄격함과 건조함이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의 견해에도 깊이 공감한다.  
 
‘Helen’

‘Helen’

작업으로 완성하고 싶은 이야기
2018년부터 네덜란드에 살면서 배우고 있는 건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신이다. 현재의 불완전한 상태와 감정을 가치 있게 여기는 여유를 삶과 작품에 담고 싶다. 작품이 심각하고 무겁기보다 조금은 장난스럽고 가벼운 개념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정선우 인스타그램 @kind.kow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