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샵 서울은 서울에서 가장 사랑받는 클럽이자, 김현아가 사랑하는 친구들의 놀이터이며, 넷 갈라의 음악적 고향이다. 추모공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태원이라는 지역공동체를 지켜가고 싶은 이들끼리 모여 2월 말 두 번째 ‘그래도이태원사랑해’ 파티를 개최한다.
뷰티 브랜드 디오디너리 한국 지사를 운영하는 8년 차 용산구 주민과 이태원에 집과 작업실이 있는 전자음악 뮤지션. 친구들을 위해 두 사람은 ‘그래도이태원사랑해’라는 파티를 다시 한 번 개최할 예정이다.
김현아 서울에서 제일 재미있고 평등한 동네다. 자신과 다른 부분을 바라보는 시선에 그 어떤 거부감도 존재하지 않는 곳. 인종과 성별, 성정체성을 모두 포용하는 태도가 이 동네를 특별하게 만든다.
넷 갈라 방황하던 학창시절, 이태원에서 진행된 한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때 만난 인연들과 처음 접한 문화와 음악이 나를 뒤흔들었다. 이후로 줄곧 이태원은 내 삶과 음악의 터전이다.
김현아 참사 후 이태원을 지나다니지 못했다. 어느 날 무심코 올라탄 버스가 이태원역을 지나친다는 걸 자각했는데, 밖을 잘 쳐다보지 못하겠더라. 그곳을 똑바로 마주하고, 정확하게 애도하고, 나름대로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친구들이 정신적 · 경제적으로 감당해야 할 걸 가늠하면 더더욱.
넷 갈라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했다. 한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는데, 개인 SNS에 올린 내 발언에 많은 이가 함께 분노하고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힘을 냈다. 애도의 여러 단계를 잘 거쳐야 우리가 이 다음을 어떻게 나아갈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모든 단계가 무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 갈라 피해자 대다수가 젊은이인데도 슬픔이 다른 이슈로 희석되는 걸 보며 좌절감을 느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안고 갈 트라우마에 대해 전혀 논의되지 않는 것도 아쉽다. 친구를 잃은 10대 생존자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심리치료를 잘 받았으면 됐지 않냐”고 말하거나 미디어에서 여전히 ‘노는’ 문화를 편협하게 다루는 게 아쉽다. 차츰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계급주의적 혹은 엘리트주의적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가 많다.
김현아 이태원에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공격받기 쉬운 집단들만 공격받는다. 코로나19 때는 성소수자들, 이번엔 축제에 나선 젊은이처럼.
김현아 지난해 11월 중순, 늘 북적이던 해방촌에 자리한 친구의 가게를 찾았는데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이 직접 외치는 것보다 친구들이 ‘이태원이 힘들대. 우리가 더 자주 찾아주자’는 메시지를 퍼트리면 어떨까 싶어 일종의 우정 파티인 ‘그래도이태원사랑해’를 개최했다. 우리가 겪은 슬픔과 분노, 어찌할 줄 몰라 외면했던 것들과 마주하고 기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그래도이태원사랑해’ 해시태그는 이태원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로 두 번째 파티는 케이크샵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분향소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곳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케이크샵의 공동대표이자 오랜 친구인 샘은 휴업이 차라리 나은 상황임에도 ‘이 동네를 위해 문을 열어둔다’고 말한다. 우정 파티에서 ‘우정’의 개념은 비슷한 생각을 가졌거나 연대하는 관계로 확장된다.
넷 갈라 생계는 물론 심리적 위축으로 음악 작업을 못하게 된 친구들도 있다. 한순간 꺼진 불꽃으로 뮤지션 대다수의 수입이 급감했다. 파티가 이런 부분에도 활기를 끼치길 바란다.
김현아 젊음. 나이가 아닌 에너지와 힘을 뜻한다. 신나게 놀고, 술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마음 또한 삶의 일부다. 즐거움을 갖는 일에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넷 갈라 ‘괴랄함’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남동의 100억짜리 건물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판자촌이 보이고, 사원과 남산타워가 한눈에 담긴다. 그저 여기가 좋아서 사는 사람이 더 많은 이상한 동네. 각자의 이야기가 얽힌 이곳만의 괴상하고 엉뚱한 매력을 잃지 않길 바란다.
넷 갈라 서로 상처를 잘 보듬는 것 또한 사회구성원들이 할 일이다. 지금 겪는 현실은 이태원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함께 힘을 내야 비슷한 일이 반복됐을 때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공연 중 폭탄 테러가 발생한 맨체스터 지역에서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인증 샷과 함께 ‘동네를 다시 찾아가자’는 해시태그를 SNS에 업로드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처럼.
김현아 힘들면 힘들어도 되고, 아직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충분한 시간을 보내도 된다. 그럼에도 이곳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이번 주말에라도 친구들과 이태원에서 만날 약속을 잡아보길!
지난 11월, 해방촌에서 열린 ‘그래도이태원사랑해’ 파티.
지난여름, 김현아와 외국인 친구의 즐거운 쇼핑 타임. 장소는 이태원의 한 시계 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