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8일(현지시각)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앞서 몇 시간 전부터 영국은 여왕을 떠나보낼 준비를 했는데요. 공영방송인 BBC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앵커와 기자 들이 모두 검은 정장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영국 왕실인 버킹엄궁은 여왕의 건강이 염려된다면서 "의학적 관찰이 필요하다"라는 이례적 발표를 했는데요. 여왕이 원체 고령이었던 터라 위중한 상태가 아니면 성명까지 내놓지 않거든요.

지난해 남편 필립공이 향년 99세로 타계한 후 올 2월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여왕에게는 힘든 시기였을 거예요. 버킹엄궁의 발표 이후 왕위 계승 서열 1위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영국 왕실 직계 가족들은 여왕의 여름 별장인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으로 향했습니다.

영국 왕실(royal.uk)
큰 일을 두 차례나 치렀다지만 불과 이틀 전인 6일 밸모럴성에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사임을 보고받고,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임명한 여왕의 서거에 영국은 충격에 빠진 상황입니다. 여왕 사후에는 무려 64년 동안 '왕자'였던 아들 찰스가 왕위를 이어받게 됩니다. 그 다음은 현재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 차례일 테니, 당분간 여왕의 시대는 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여왕은 1952년 아버지인 선왕 조지 6세가 서거하고 난 뒤 25세의 나이로 즉위했습니다. 올해로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리' 해였죠. 한국에선 초대 대통령부터 20대 대통령까지 나오는 동안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과 영연방의 여왕이었습니다. 그 기간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는 각각 13번이 넘도록 바뀌었죠.

'런던 브리지가 무너졌다(London Bridge is down)'. 언뜻 암호 같기도 한 이 말은 여왕의 개인 비서가 총리 관저에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전할 때 하는 말입니다. 12일 동안의 장례 기간 말미에는 은행과 주식 시장도 문을 닫습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여왕은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세상과의 진짜 작별을 하고, 윈저 성에 안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