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을 만나며 배달앱은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라이더'라 불리는 배달 노동자에 대한 수요와 배달비가 함께 올랐습니다. 지난해부터 올 초만 해도 이들이 한 달에 버는 돈이 어지간한 기업 노동자보다 많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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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팬데믹 국면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배달앱을 찾는 사람들은 급속도로 줄었습니다. 식당에 가서 직접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 만은 아닙니다. 턱없이 오른 배달비,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플라스틱 쓰레기 절감에 동참하는 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이용자들이 배달앱을 떠나게 하는 이유였죠. 배달앱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한탄도 공론화됐고요.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5월 이용자 수는 약 3200만 명으로 전달 대비 100만 명 이상 줄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대형 배달앱의 자구책 중 하나가 좀 이상합니다. '포장 수수료'를 받겠다는 겁니다. 이 단어만 보면 배달앱 이용자들이 곧바로 '포장비'를 내게 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2020년, 쿠팡이츠는 2021년부터 '포장 주문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프로모션으로 제공했습니다. 요기요는 코시국에도 포장 주문 수수료와 배달 수수료를 12.5%로 책정하고 있었고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배달앱이 이용자의 포장 주문 건에는 점주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았는데, 이제 그걸 받겠다는 소립니다.

계속 정책 종료 기한을 연장하던 배달앱들이 9월30일을 기점으로 포장 수수료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총대를 멘 건 업계 1위 배달의민족입니다. 쿠팡이츠는 아직 포장 수수료를 받겠다는 말은 없지만 업계 흐름에 따라 받을 확률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원래 받았던 걸 코시국에 안 받았다가, 다시 받겠다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요? 당초 배달앱이 상승세를 타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배달 독과점 체제가 굳어진 후 수수료의 한계점은 점주와 이용자들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 섰습니다. 배달의민족의 바뀐 광고 정책 탓에 음식을 팔아도 수수료로 다 빠져 나간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때문에 사용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수수료 1%대의 공공배달앱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배달앱들이 포장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면 1차적으로 점주들이 타격을 받고, 그 타격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는 것이 매우 자명한 사실이라는 점도 반발을 부릅니다. 상점에서 음식을 포장하는 행위가 갖는 사회적 함의를 억지로 깨부수려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포장 할인'은 홀에서 음식을 먹을 때의 제반 비용을 포장시 돌려주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포장 수수료로 소비자들까지 '포장비' 격의 추가금을 내게 된다면 배달앱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질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