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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이야기를 그리는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주인공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가득합니다. K-드라마의 클리셰를 조금씩 비껴가는, 상식적이고 따뜻하며 입체적인 인물들이죠. 특히 우영우를 향한 인간적 끌림을 사랑으로 발전시키는 이준호(강태오)는 주변에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입니다. 이준호의 인기 덕에 해당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벌써 배우 9년차인 강태오의 주요 작품들 3편을 꼽아 봤어요.
 
 
 
〈조선로코 녹두전〉이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 건 장동윤이 과부촌에 들어간 여장남자 전녹두 역을 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봐도 여자로 속을 정도로 예쁜 외모가 예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죠. 장동윤의 파격 변신과 독특한 서사 전개 만큼 주목 받은 건 차율무(강태오)의 존재감이었습니다.
 
기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전형적 한량 캐릭터로 보이지만, 여자 주인공 동동주(김소현)을 향한 일편단심을 숨기고 있는 인물입니다. 전녹두와 얽히면서는 남남 키스신도 소화했는데요. 강태오는 장동윤과의 키스신을 위해 며칠 동안 생전 안 바르던 립밤까지 발랐다는 후문입니다. 그의 사극 첫 키스신이라 더욱 신경을 썼나봐요.
 
 
극 중 차율무는 냉정한 야심가이기도 했는데요. 본색을 드러낼 때마다 짓는 비릿한 미소가 인상적이었죠. 알고 보니 그는 후일 인조가 되는 능양군이었습니다. 이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 얼굴에 피칠갑을 한 차율무의 모습은 강태오의 출연작 중 놓쳐선 안되는 장면입니다.
 
 
강태오가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1년1개월 만에 선보인 작품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입소문을 탔던 〈런온〉입니다. 그는 극 중 섬세한 미대생 이영화를 연기했는데요. 한량이자 순애보남에 야심가이기까지 했던 전작의 차율무와는 완전히 다른 엉뚱하고 따뜻한 인물이죠. 강태오는 이영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직접 드로잉까지 배웠다고 해요. 그 덕에 붓이나 연필을 잡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웠고요.
 
 
〈런온〉의 이영화는 '직진 연하남'이었습니다. 자신 만큼 솔직한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 서단아(최수영)에게 첫눈에 반하고도 아슬아슬 선을 타는 화법으로 밀고 당기기를 해서 극의 재미를 더하는 캐릭터였죠. 기선겸(임시완)과의 '요상한 케미', 오미주(신세경)와의 '덕후 케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촬영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강태오인데요. 방영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신세경은 그 덕분에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가 강태오 덕에 많이 웃었다고 하네요.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멤버로 출발한 강태오는 현재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켰습니다. 그가 연기한 이준호 역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 같기도 하지만, 우영우를 만난 순간 특별해집니다. 장애인의 연애를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선입견을 깨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이준호는 우영우의 웨딩드레스 차림을 보고 반하고, 좋아하는 걸 해 주고 싶어 하고, 데이트를 신청합니다. 비장애인 커플의 연애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반엔 고래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곤 자신에게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이는 우영우를 견뎌야 합니다. 우영우의 발걸음에 박자를 맞춘다는 건 인내심 많아 보이는 이준호에게도 버거운 일일 것입니다. 강태오는 이런 이준호 역을 세밀한 감정 표현으로 그려내며 호평 받고 있죠. 아쉬운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