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회 시청률은 0.948%(닐슨코리아, 이하 전국 기준)였습니다. 채널 인지도를 생각하면 그리 나쁜 성적도 아니었죠. skyTV가 ENA로 사명을 바꾸고 자체제작 콘텐츠를 송출한 게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2회 시청률은 1회보다 두 배 오른 1.805%, 3회는 4.032%, 4회 5.7%를 찍으며 기어이 5%의 벽을 넘더니 5회에선 9.138%까지 뛰어 올랐습니다. 시청률이 방송 5회 만에 10배 오른 셈입니다. 신생 채널에서 이런 성적을 냈다는 건, 과장 좀 보태서 국민 절반은 이 드라마를 본 것과 다름 없습니다. 동시 공개 중인 넷플릭스에선 비영어권 드라마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수많은 인기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잘 된 연출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한 배우들의 공이 큽니다. 주연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부터 그를 돕다가 사랑에 빠질 것으로 보이는 이준호 역의 강태오는 물론 전배수, 백지원, 주현영, 주종혁까지 그야말로 '구멍 없는' 캐스팅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브 아빠'라는 새 장르를 연 정명석 변호사 역의 강기영이 돋보이는데요.
'서브 남주'는 들어 봤어도, '서브 아빠'는 처음이라고요? 그럴 법 합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을 물심양면 조력하는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의 마음 한 켠에는 성애적 사랑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결국 여자 주인공과 '키다리 아저씨'가 해피엔딩을 맞거나, 아저씨의 짝사랑이 보는 이들을 울리곤 했죠. 하지만 여자 주인공과 키다리 아저씨의 나이 차이가 과도하게 많이 나는 상황을 이제 시청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강기영)은 이 같은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와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영우를 돕는 그의 행동에는 흑심이 없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환자인 우영우를 무작정 동정하지도 않아요. 드라마 1회에서 정명석은 우영우의 입사를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회차에서 곧바로 그가 마음을 바꾼 건 우영우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죠. 정명석은 우영우가 보여 주는 법과 사람을 향한 애정, 그리고 법리적 해석 능력에 인간적 끌림을 느끼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이 멋진 캐릭터에겐 '서브 아빠'란 별명이 붙었죠.
정명석을 연기한 강기영에게도 '갑자기 잘생겨 보인다', '복주 삼촌이랑 동일 인물 맞느냐' 등의 반응이 쏟아집니다. tvN 〈오 나의 귀신님〉과 〈김비서가 왜 그럴까〉, MBC 〈역도요정 김복주〉, 영화 〈엑시트〉와 〈가장 보통의 연애〉 등에서 특유의 코믹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강기영은 예능에서도 음흉한(?) 캐릭터를 보여줬던 터라 말 그대로 잘생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휴머니즘에 기반해 주인공을 돕고, 정의롭게 행동하지만 현실감은 잃지 않은 정명석을 만났죠. 늘 잘 세팅된 머리부터 몸에 꼭 맞는 쓰리피스 수트까지 미남 캐릭터 설정도 제대로 받아 냈고요. 적재적소에 강기영이 뿌리는 코믹한 감성의 애드리브 덕에 캐릭터의 매력이 증폭되는 건 덤입니다. 이처럼 '서브 아빠 정명석'을 인생 캐릭터로 바꾼 강기영에게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인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