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초콜릿 생존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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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초콜릿 생존기

대세가 된 논란의 그 맛, 민트 초콜릿에 과몰입해 본 이야기.

이경진 BY 이경진 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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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Chocolate?

 
연한 녹색을 띠는 이 식재료 앞에서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다. 민트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 즉 ‘민초단’은 시원하고 개운한 민트 향이 초콜릿과 크림의 텁텁함을 중화해 준다고 여긴다. 한편 ‘반(反)민초단’은 파스 냄새, 치약 맛 나는 민트 초콜릿이 미각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상이한 반응으로 인한 대립 구조에서 같은 편에는 응원과 지지를, 반대편에는 거부의 메시지를 전할 목적으로 사람들이 ‘짤’을 무한 생산하면서 민초는 ‘밈’으로 번졌다.
 
민트 초콜릿이 화제의 중심에 오른 이유는 밈 소재로 더없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트 초콜릿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된 이유도 있다. 다소 놀라운 사실이지만, 미국에서는 민트 초콜릿이 바닐라, 초콜릿, 쿠키 앤 크림 다음으로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맛이다. 나아가 민트 초콜릿은 지구에서 열 번째로 많이 팔리는 아이스크림 맛이기도 하다. 반민초단 입장에서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겠지만 말이다. 민트 초콜릿은 기원 또한 논쟁의 대상이다. 국내에는 1972년 영국 앤 공주의 결혼식에 쓰인 디저트 ‘민트 로열(Mint Royale)’이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에게 민트 초콜릿의 존재를 처음 알린 배스킨라빈스만 하더라도 1945년 첫 매장을 열 때 이미 민트 초콜릿 맛을 판매했다. 그러나 이 역시 배스킨라빈스가 기존에 있던 민트 초콜릿 맛을 아이스크림에 도입한 것일 뿐 미국인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민트 초콜릿 맛을 다양한 디저트로 즐기고 있었다.
 
과연 민초의 진정한 뿌리는 무엇일까?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카카오를 실어갔을 때 유러피언은 이 낯선 열매를 먹을 줄 몰랐다. 쌉싸래한 카카오에 약용 효과가 있다니, 이것을 어떻게든 먹으려고 노력하다가 발견한 방법이 민트의 잔가지와 설탕을 함께 음용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태초의 민트 초콜릿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지금 국내 식품회사들은 민초단의 민심을 잡기 위해 민트 초콜릿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쇼핑몰 ‘배민상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치킨용 민트 초콜릿 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대체 누가 살까 싶지만, 이미 소스 부문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실제로 몇몇 치킨 업체가 민트 초콜릿 맛 치킨을 출시한 바 있다. 오리온이 지난해 공식 SNS에 가상으로 민트 초콜릿 맛 초코파이와 초코송이 패키지 디자인을 공개했을 땐 빨리 실제 제품을 출시해 달라는 반응으로 댓글 창이 폭발했다. 오리온이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틈을 타 경쟁 제품인 해태의 오예스는 예고 없이 민트 초콜릿 맛을 출시했다. 오리온이 프리미엄 브랜드 ‘초코파이하우스’를 통해 민트 초콜릿 맛 초코파이를 선보인 것은 그 이후다. 그뿐 아니다. 카누부터 탱크보이, 슈퍼콘, 서울우유, 크런키, 아몬드초코볼 등 식품계의 스테디셀러들은 기존 라인업에 일제히 민트 초콜릿 맛을 추가했다.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편의점 PB 제품들은 더욱 다채롭다. 시선 닿는 곳마다 민트색이 눈에 띈다. 실제로 편의점들은 지난해 대비 민트 초콜릿 맛 제품 매출이 많게는 41.9%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스타벅스가 올여름 메뉴로 내놓은 ‘민트 초콜릿 칩 블렌디드’는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50만 잔을 돌파했다.
 
이쯤 되니 민초단이 봉기하기 전,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민트 초콜릿 칩을 판매한 배스킨라빈스는 민초단의 근간처럼 대접받는다. 민초단이 성지 순례하듯 찾는 배스킨라빈스의 민트 초콜릿 칩은 일주일 넘게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민초단의 열렬한 지지에 화답하듯 새로운 민초 제품 ‘민트초코 봉봉’을 출시하기도 했다. 민트 초콜릿 칩에 베스트셀러인 ‘엄마는 외계인’을 접목한 신제품으로 ‘민초 초심자’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이었을 테다. 민초 맛 커피, 음료, 케이크, 마카롱, 아몬드, 떡 등에 이어 치킨과 피자, 떡볶이까지 등장했다. 우리가 오랜 시간 아이스크림의 일종으로 알아온 민트 초콜릿은 불과 몇 개월 사이 무한대의 생명을 얻어 다양한 온도와 질감을 지닌 식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물론 민초 맛 치킨과 피자, 떡볶이의 경우 제아무리 민초단이라도 선뜻 맛볼 용기가 나지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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