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하기 전부터 한식을 정말 사랑했었어요. 토마토와 오이 같은 청량한 식감이 돋보이는 채소를 좋아했는데,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콜리플라워, 샬럿, 귀리, 병아리콩, 제철 나물 그리고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은 버섯까지 사랑하게 되었죠. 〈DEMAIN〉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내 식탁에 올라온 음식이, 내가 사는 옷과 가방, 신발, 화장품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소비할 때 한발 물러서서 아주 잠시라도 고민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고요.
막연하게 꿈꿔왔던 철학이 담긴 공간을 현실에서 마주했던 적이 있어요. 비건 한식 레스토랑 ‘점점점점점점’에선 서울 도심 속 흔치 않은 평화를 느낄 수 있답니다. 큐브 형태의 폐알루미늄을 활용한 인테리어도 인상적이었어요. 유명 비건 레스토랑들은 파스타, 피자, 튀김 등 양식 위주인 경우가 많아 ‘점점점점점점’에서 한식을 베이스로 메뉴를 구성한 것이 정말 반가웠어요. 여러 번 구운 당근과 면, 야채 볶음을 바질 페스토와 곁들여 먹는 ‘오과정 당근과 야채볶음면’, 달달하게 조리된 무와 크런치하게 구워진 햄프씨드 그리고 겨자 소스가 어우러진 ‘구운 무를 올린 씨앗 덮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함께 먹으면 부대낌 없이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어요. 비건 요리는 제한적인 식자재로 요리해 심심한 맛일 거라는 편견이 있잖아요. 이곳에서는 근사한 채식 요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암로15길 36
영업 시간 화~일 12:00~22:00 (Break time 15:00~17:00)
인스타그램 @jum.jum.jum.jum.jum.jum
비건을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게 좋아요.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법으로 시작하길 바라요.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가지 않기, SNS에 동물성 식품 전시하지 않기’처럼요. 이 모든 실천이 ‘나’를 위한 일이란 걸 알았으면 해요. 단적인 예로 저는 비건을 시작하고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거든요. 자신의 신념을 지켜온 경험이 삶을 바꿔놓더라고요. 더 나아가 비거니즘, 페미니즘, 퀴어, 장애인 인권 등 우리가 꼭 주목해야 할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와 지금보다 더 활발하고 자유롭게 논의되었으면 좋겠어요. 작은 움직임이 모여 앞으로의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고요. 모두가 ‘연결’과 ‘연대’를 비거니즘을 통해 온몸으로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건강을 위해서 채식은 시작했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비건을 단계적으로 해보자 싶었죠. 실제로 아토피가 80% 정도 나았답니다! 평소 굴을 정말 좋아했어요. 어패류를 제일 마지막에 끊었는데 그 독특한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그립더라고요. 그러다 향신료의 색다른 풍미가 돋보이는 커리의 매력을 알게 됐죠. 처음엔 관심 없던 메뉴였는데 이제 전통 인도 커리에 짜파티를 함께 먹는 걸 가장 좋아해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새롭게 찾아야 하니까 재료에 대한 편견이나 허들이 많이 낮아진 걸 느껴요!
감각적인 플레이팅이 돋보이는 그로서리 발효 카페 ‘큔’을 추천해요. 농부에게 직접 재료를 수급받고, 셰프가 고심한 조리법으로 정성을 표현하는 곳이랍니다. 색감과 식감을 최대한 살려 만든 요리가 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줘요. 초록색 소스와 핑크색 후무스에 노란 양배추구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나요? 제철 재료로 요리해 매주 새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오늘의 수프 플레이트’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비건 아이스크림’도 별미랍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26길 17-2, 1층
영업 시간 수~일 11:00~16:00 (Last order 15:30)
인스타그램 @grocery_cafe_qyun
편의점과 마트에 파는 식품 뒷면에 있는 영양 성분 표시를 살펴보는 게 좋아요. 주의사항을 보면 동물성 재료들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의외로 프링글스나 쌀국수 컵라면, 팔도비빔면 등 비건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과자나 음식이 많거든요.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찾아보는 걸 놀이처럼 하다 보면 이 과정도 즐길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