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인 것은 덜 아름답고, 덜 맛있고, 덜 기능적일까? #ELLE그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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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인 것은 덜 아름답고, 덜 맛있고, 덜 기능적일까? #ELLE그린

여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개발하고 보완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결과물들이 결코 차선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혜진 BY 전혜진 2022.04.11
 

채식 식당 ‘……’를 오픈한 모델 박서희

모델을 하며 비건 레스토랑을 시작하게 된 계기

채식이 얼마나 파급력 있는 환경보호 운동인지 알리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채식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길 바랐고, 같은 뜻을 가진 친구들과 ‘……’를 시작하게 됐다.
 
이름 ‘……’의 의미는
‘침묵’을 의미하는 말줄임표이기도 하지만 인쇄를 할 때 잉크를 가장 덜 쓰는 점, 이미지를 픽셀화할 때도 적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에코 폰트이기 때문에  ‘……’를 활용한 이름을 짓게 됐다.
 
공간에서 워크숍, 전시도 선보이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워크숍과 전시를 할 계획이다. 첫 달에는 버려진 사운드를 재활용해 음원으로 작업하는 송영남 작가를 포함해 열 명의 작가와 비거니즘에 대한 전시를 했고, 최근 모호스페이스와 약초를 태우는 ‘스모킹 클럽’을 진행했다.
 
폐알루미늄을 압축해 쌓은 벽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폐기물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공간을 생각하던 중 버려진 알루미늄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압축 큐브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 큐브를 절단해 벽과 평상 아래 부착했는데, 언젠가 공간을 없애게 될 때도 추가 공정 없이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공간을 만들며 어려웠던 점
공간을 위해 새 알루미늄을 압축할 수 없기에 폐알루미늄이 나오기만 기다려야 했다. 때문에 공간이 완성되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그 외에도 친환경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물티슈, 냅킨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폐알루미늄 큐브 사이에 아름다운 수전을 놓았다. 손을 씻은 뒤에는 쓸수록 단단해지는 소창 행주로 손을 닦으면 된다.
 
‘……’의 메뉴는
채식의 대중화가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맛과 영양에 신경 썼다. 총 여섯 가지 메뉴를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식기에 선보이고 있다.
 
비거니즘 입문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채식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효과적이다. 간단히 예를 들면 쇠고기 1kg을 얻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36.4kg이며,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18%를 차지하고, 배출된 메탄가스의 37%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차를 운전하고, 전기를 계속 켜놓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수준이다. 매일 채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 완벽할 필요도 없다. 
 
 

천연 염색과 전통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제이든 초

엄버 포스트파스트와 제이든 초, 두 개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각각의 컬렉션을 시작할 때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제이든 초는 하나의 룩으로,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아이템으로 시작한다. 다양한 ‘감정’을 주제로 정하고 시작하는 제이든 초 컬렉션은 재료를 혼합한 색과 텍스처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반면, 엄버 포스트파스트는 최소한의 공정을 거친 재료들로 최대한의 결과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컬렉션을 완성한 소재는
기본적으로 실크와 면을 사용한다. 그리고 한국 각지에 있는 장인들의 손을 빌려 다양한 염색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난 컬렉션에선 감으로 염색한 시폰 실크, 진흙으로 염색한 원단을 활용했다.
 
진흙 염색은 어떻게 이뤄지나
‘벨라도나’라는 뿌리식물로 염색한 실크에 진흙을 덧바르고 햇빛에 건조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완성한다. 오묘한 진밤색의 단단한 가죽 같은 텍스처는 6개월 이상의 보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천연 염색 혹은 천연 소재의 장점은
햇빛과 바람에 건조됐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컬러들이 있다. 그 외에도 제주, 청도 등에서 이전부터 쓰여온 감물 염색을 활용한 원단은 젖어도 몸에 달라붙지 않고 항균 · 방충 효과와 UV 차단 기능까지 있어 기능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
 
백이나 단추, 주얼리 등엔 자연적인 소재와 아이디어가 직관적으로 보인다
식물의 곡선과 광택, 색감에서 영감을 받는다. 친환경적 코팅 방법인 옻칠로 광택과 질감을 구현하고 있다.
 
친환경적 방법으로 컬렉션을 완성하면서 어려웠던 점
기존의 제작방식이 아닌 자체적인 개발을 하고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 여러 작가와 곳곳에 산재한 장인들의 협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장인과의 협업은 지속 가능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전통방식에 매료된 계기가 있나 
구례에서 ‘거든 목기’를 접했을 때다. 나무를 깎아 불로 구워 검정색을 만들고 밀랍으로 코팅한 목기는 놀랄 만큼 현대적이었다.
 

@UMBER_POSTPAST

@UMBER_POSTPAST

전통 제작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동시대적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
기존 인식과는 다른 모습으로 친환경적이고 한국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랐다.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 싶은 점
옷의 수명. 인공적인 방법을 덜 거친 소재이기에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남아 있다. 이 점 또한 장점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 ‘희녹’ 파운더 & 상품개발자 박소희

희녹은
마케팅 12년, 상품개발 8년 차에 접어든 파운더 박소희가 우리가 지켜야 할 존재들이 살아갈 세상이 안전하고 깨끗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브랜드다.
 
내로라하는 브랜드의 마케팅과 상품개발 경험이 본인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을까
목적을 가진 스토리는 어떤 마케팅 활동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배웠고, 브랜드가 좋은 목적을 갖고 활동한다면 고객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사고의 중심을 기술이 아닌, 쓰는 사람의 일상에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기준점이다.
 
브랜드와 협업하는 사람 혹은 장소를 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자신만의 취향을 지니고 새로운 생각을 가졌거나 지속 가능한 환경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간 혹은 사람인지 생각한다. 그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의 생각이 결국 그 공간에 반영되니까.
 
희녹만의 차별화된 친환경적 포인트가 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은 환경과 아름다움의 밸런스, 현실적인 노력이다. 우리의 목적은 전적으로 환경만을 위하진 않는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사명감으로 지속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이 두 가지 밸런스를 맞추고, 실제적인 노력을 더했을 때 ‘미적 지속 가능성’이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원료부터 패키지 제작, 배송, 사람들이 사용하고 난 뒤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찾고 효과가 있을지 고민한다. 가령 제주자원식물연구소와 함께 나무를 훼손하지 않은 가지치기한 편백나무를 사용하고 친환경 포장재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리필 용기는 기본, 소비자들이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플라스틱 뉴트럴’이란 비영리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사용한 플라스틱 양만큼 다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환경을 고민하는 희녹의 방향성은
4월엔 스프레이 트리거의 5년 개런티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좋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최선이니까. 최근 지속 가능 팀을 새롭게 꾸렸고,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에 있어 이 부분에 관해 더욱 세심하게 다가갈 예정이다. 좋은 취지의 로컬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협업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

 
 

친환경 아이덴티티를 가진 운동복 브랜드를 론칭한 팀 스튜디오 CH

에디터블 시나리오는
우리 삶에 에너지를 주는 동시에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옷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에코닐로 제작한 메인 운동복 컬렉션인 Act.1, 오가닉 코튼으로 제작한 스웨트셔츠와 카디건, 스웨트 팬츠 등으로 구성한 Act.2, 그리고 여기에 매치할 수 있는 빈티지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운동복 브랜드를 론칭하며 친환경적 방법으로 접근하게 된 계기는
‘스튜디오 CH’의 파운더들 모두 팬데믹 이후 운동하며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동양 여성인 우리가 입었을 때 편안하면서도 친환경을 중시하는 운동복 브랜드가 드물다고 생각했다. 이런 브랜드를 패션 · 아트 신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에코닐로 운동복을 만들었을 때 기능적인 면에서 다른 운동복 소재와 비교해 떨어지는 점이 있진 않나
에코닐이 리사이클 패브릭이라 활용한 것도 있지만, 피부에 닿았을 때 부드러운 촉감과 우리가 원하는 컬러들이 있기 때문에 사용하게 됐다. 몸을 타이트하게 보정해 주는 기존 운동복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그만큼 압박이 없어 부드럽고, 또 몸을 가볍게 감싸줘 다양한 실내외 운동과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브랜드를 론칭할 때 친환경적 방법으로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원단 수급이 아닐까. 국내에서도 친환경 원단을 수급할 수 있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아 원하는 컬러나 재질을 구하려면 염색과 제작까지 부담해야 한다. 최근 국내 업체에서도 친환경 원단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추세라 앞으로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옷을 구입할 때 지키려는 것 
새로운 옷을 사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컨드 핸즈나 빈티지를 쇼핑하고, 있는 옷을 더 잘 입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꼭 새 제품을 산다면 그것의 유통 과정이나 소재를 한 번 더 살펴본다.
 
포장까지도 생분해 봉투, 재생지 태그를 쓰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적인 면에서 소재나 방법을 더욱 개선하고 싶은 점은
조금 더 다양한 소재를 시도하고 싶다. 그리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도 기본이겠지만 무엇보다 지역 제작 업체와 협력하며 지역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해서 국내 원단이나 기술을 활용해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앞으로 계획 중인 것
국내 패션 브랜드와 함께 협업 캡슐 컬렉션이 나올 예정이다. 에디터블 시나리오의 친환경 아이덴티티를 협업 브랜드에 적용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알리고 싶다.
 
 

자연에서 추출한 소재로 만든 아트 퍼니처를 선보이는 공예가 류종대

스툴, 컵, 화병 등 일상에서 쓰이는 작품에 천연 원료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Colors(2021)’ 시리즈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3D 프린트 기술과 전통 손기술을 융합해 소재와 작업 방식도 지속 가능하도록 말이다. 식물성 재료로 탄생한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다양한 ‘컬러’들은 인간의 존재 가치인 다양성을 의미하기도, 환경보호를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새롭게 등장한 3D 프린트 작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환경 문제에 관한 개인적 관심은 미세 먼지로 마스크를 사용하는 일상이 시작될 즈음부터 생겨나기 시작했고, 팬데믹을 거치며 본격적인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 3D 프린트 기법을 활용하면 재료 낭비 없이 원하는 만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식물성 재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건 우리 삶을 지켜나가는 데 필요한 작은 실천 방법 중 하나다.
 
소재나 작업방식뿐 아니라 친환경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단지 친환경적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번 구매하면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일상 용품을 만드는 것도 지속 가능한 디자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행동은 
작품 중에서 기능성 있는 소품이나 가구를 일상에서 직접 사용해 보는 편이다. 기존 공예나 디자인과 어떻게 다르고, 친환경적으로 탄생한 작품을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느낄 수 있을지 체험하고 연구하는 과정의 일부다.

 
현재 아트 신에서 감지되는 환경 이슈에 대한 흐름은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보통 시각예술 작가들은 개인 감정이나 사상, 사회 현상을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소통한다. 환경 이슈는 분야를 막론하고 뜨겁지 않나? 작가들은 각자의 재료와 제작방식, 관점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강영민, 최하늘 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나는 바이오 소재를 활용해 ‘디지털 크래프트’라는 개념과 기술로 환경 이슈를 꾸준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연이 온전히 보존됐을 때 행복이 온전히 지속될 수 있다’는 철학은 앞으로도 이어질까
작가로서의 관점이라기보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자연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작품 활동을 비롯해 일상에서도 더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테니까. 나 또한 올해 좀 더 본격적으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작품에 싣고,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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