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주목할 만한 여성 작가들의 전시 3

생명력을 품은 계절 봄. 여성들이 앞으로 더없이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엘르>가 선정한 특별한 여성 작가들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BY전혜진2021.03.17
〈제2회 한일 행위예술제〉에서 진행된 이불의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1990)〉퍼포먼스 일부

〈제2회 한일 행위예술제〉에서 진행된 이불의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1990)〉퍼포먼스 일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이불 : 시작〉 
서울시립미술관 / 2021.03.02-2021.05.16   
세기말적 기운이 가득한 1990년대, 여러 사람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불 작가의 파격적인 '낙태' 퍼포먼스를 기억하나요? 이불은 여성 신체를 향한 남성의 제도화된 시선, 남성 중심의 상징체계와 신화, 그리고 여성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작가가 활동을 시작한 1987년부터 뜨거운 10여 년 간의 퍼포먼스를 영상과 사진의 형태로 진열합니다. 소프트 조각, 퍼포먼스, 기록 세계의 섹션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드로잉 50여 점과 이번 전시로 재제작한 조각 1점, 퍼포먼스 비디오와 사진기록 70여 점, 조각과 오브제 10점으로 구성됩니다.  
1982년 홍익대 조소과에 입학한 이불은 젊은 여성 예술가가 보여줄 수 있는 것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이후 전위 계열의 행위예술가들과 함께 전시장과 극장 등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며 기존 미술 범주에 속하지 않는 '문제적 작가'로 이름을 알립니다. 끊임없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로 사회 문제들을 비판해온 그의 작품들은 시간이 꽤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독창적으로 보입니다. 이불 작품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가 유독 반갑게 느껴집니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학고재갤러리 제공

학고재갤러리 제공

학고재갤러리 제공

 〈윤석남 개인전 :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학고재 갤러리2021.02.17-2021.04.03
유관순 열사를 제외하고 머릿속에 단번에 떠오르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나요? 윤석남 화백이 이들을 우리 기억 속으로 불러들입니다. 강주룡, 김옥련, 김마리아 등 1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과 대형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인데요. 노동운동가, 간호사, 비행 조종사, 임시정부 주요 인사, 무장투쟁 운동가 등으로 활약했지만 단 하나의 그림이나 글로도 역사에 남지 못한 이들의 존재감이 학고재를 가득 메웁니다.
윤석남 화백은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마흔이 넘어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여성 주체의 삶을 드러내는 것에 작품으로 목소리를 내온 그는 1996년 우리나라 여성미술가 중 최초로 이중섭미술가상을 수상합니다. 이듬해엔 국무총리상을, 2019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 시기는 작가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목표는 앞으로 100명의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입니다. 더욱 많은 이들이 '싸우는 여성의 삶'을 봐주기를 희망한다는 뜻에 따라 이번 전시는 따로 관람료가 없습니다. 고즈넉한 학고재의 풍경과 함께 잊혀진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 볼 좋은 기회입니다. 
제이콥 1212 제공

제이콥 1212 제공

제이콥 1212 제공

제이콥 1212 제공

 
〈이은경 개인전: 살아지는 나, 사라지는 너〉 
제이콥1212 / 2021.03.03-0201.04.04
북촌의 어느 조용한 갤러리에 들어서면 무표정한 얼굴의 여성들의 그림이 우리를 가만히 응시합니다. 이은경 작가는 자화상이라 얘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모습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죠. 이은경 작가의 그림 19점과 희정, 반야, 천주희의 글 세편으로 구성된 전시는 이렇게 타자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관객의 경험을 목표로 합니다.  
이은경 작가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대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최근 몇년 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어린이 학대 사건을 보며 작가는 캔버스 앞에 앉았습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윤진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유가 되어 사라지는 것들을 끌어안고 살아내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은경 작가의 사색 가득한 자전적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