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감성과 스타일로 ‘레트로 소울 퀸’이라는 자신만의 자리를 점유한 라나 델 레이가 2년 만에 여섯 번째 앨범 <노먼 퍼킹 록웰 Norman Fucking Rockwell>을 선보였다. 앨범 타이틀에 20세기 중반 미국의 얼굴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의 이름을 가져다 쓴 이유는 아메리칸 드림에 의문을 품었던 그의 작품관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여겼기 때문. 발매 이후 300주 이상 빌보드 차트에 머물렀던 2011년도의 히트곡 ‘Born to die’를 제외하면 대중적이라기보다 공고한 팬덤으로 비주류 감성을 대변해 온 그녀는 이번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9분에 달하는 트랙 ‘Fuck it I love you & the greatest’는 그런 고집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하나, 아름다우니까. 14개의 자작곡으로 라나 델 레이가 탁월한 싱어송라이터로서 실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면, H.E.R.는 20개의 트랙을 세 번째 정규 앨범 <아이유스드투노우헐I Used to Know Her>에 꽉꽉 눌러 담았다. 지난 그래미 어워즈 ‘Best R&B’ 부문 2관왕 수상자다운 소울플한 목소리, 자존감과 보디 포지티브를 이야기하는 ‘Lost souls’에서 시도한 패기 넘치는 래핑까지. 연이은 내한 공연 취소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 앨범으로 충분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우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1990년 초반, 울프 전집 간행 위원회의 주도로 기획된 <버지니아 울프 전집>이 29년 만에 완간됐다. 울프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젠더 의식이 2019년 한국에서도 여전히, 어쩌면 한층 더 유효해졌다는 말이 이 긴 여정에 대한 위로가 될까? <자기만의 방>과 <3기니> 등 대표작을 포함한 장·단편소설과 산문 그리고 36세부터 자살하기 직전인 59세까지 쓴 일기를 모은 <울프 일기> 등 그녀의 위대한 삶을 13권에 걸쳐 목도하길. 솔 펴냄.
<잡스-에디터> 2011년부터 도시와 브랜드를 다뤄온 매거진 <비B>는 결국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 ‘잡스(Jobs)’를 기획한 이유다. 직업을 대하는 마음과 실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직업인은 바로 에디터. 독립 잡지부터 이커머스 플랫폼을 넘나드는 런던, 서울, 도쿄에 사는 에디터 이야기를 담았다. 모두 ‘좋아하는 것에서 좋은 것을 골라낼 줄 아는’ 사람들이다. 매거진 <비B> 펴냄.
Andreas Feininger, Dennis Stock, 1951 Ⓒ the Picture Collection Inc.
Ralph Crane, Berlin Police, 1953
1936년부터 1972년까지 발행된 미국의 사진 잡지 <라이프 Life>는 포토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히면서 이미지 시대를 꽃피운 상징적 매체다. 창간된 지 1년 만에 100만 부를 발행했고, 전성기에는 1350만 부를 찍어낸 <라이프>는 신뢰할 수 있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전달했다. 비록 TV가 등장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다가 폐간했지만, 시대를 기록한 기념비적인 흑백사진들은 그때 그 시간을 생생히 그려보게 한다. 효자동에 자리 잡은 비영리 공간 ‘더 레퍼런스’에서 <라이프>의 가장 고전적인 작품 90여 점을 소개하는 ‘프리뷰 & 옥션’을 진행한다. 디지털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미지 홍수에서 ‘사진 한 장’의 힘을 되새길 수 있는 자리가 될 듯. 수익금의 일부는 더 레퍼런스 영 아티스트 공간 지원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라이프> 더 클래식 컬렉션 프리뷰 & 옥션은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