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 우뚜기
홈 갤러리 디렉터부터 통번역가까지 작가와 작품 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미술 신을 움직이는 ‘아트 플레이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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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뚜기 전시 인스타그램 계정 @oottoogi 운영자
인스타그램 계정 ‘@oottoogi’(이하 ‘우뚜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 여름, 팬케이크 관련 정보를 모으는 부계정을 만들었다. 정보를 다 모아 충동적으로 곽이브 작가의 개인전 <역할> 포스팅을 올리며 지금의 우뚜기를 시작했다. 당시 게시물에는 간단하게 ‘곽이브 개인전, 취미가 → 진진 칭찡우럭’ 정도의 글귀만 적었다. 팔로어는 지인 열 명 남짓이었는데, 그들에게 취미가에서 곽이브 전시를 보고 인근 중식당 진진에 가서 통째로 쪄 올린 우럭에 생강과 간장 소스를 곁들이라고 추천하는 식이었다.
여전히 계정 ‘우뚜기’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쑥스럽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술과 조금 떨어진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본명으로 미술에 관한 글을 쓰거나 미술 관련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뚜기 활동은 그런 일과 별개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도 우뚜기라는 이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현재 우뚜기의 팔로어 수는 6만6000인데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가 있었나
노상호 작가가 계정을 언급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자기 트위터 계정(@nemonannemo)에서 ‘전시 보러 갈 때 체크하는 계정’이라고 소개했고, 그 멘션을 본 사람들이 팔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계정이 해킹된 줄 알았다(웃음). 눈 깜짝할 새에 팔로어가 500명 넘게 늘었고, 이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책임감도 생기고, ‘이거 보고 월요일에 갔는데 휴관이어서 못 봤다’는 댓글을 보고 좀 더 정확한 정보 전달과 간단한 요약에 힘쓰게 됐다. 8년 동안 소개한 전시 수가 1836개에 달한다.
기록이 없다면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뚜기 계정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동시대 미술의 살아 있는 역사처럼 느껴진다
어떤 전시를 검색하다 보면 내 포스팅을 찾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일종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리즈 하우스 개관전 <UnHouse>.
우뚜기 계정에서 다루는 전시들은 종종 미술계 인사이더들만 아는 정보일 때도 있다. 미술에 대한 전문성은 어떻게 쌓아왔는지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이후 갤러리나 미술 잡지사, 독립 큐레이터의 어시스턴트, 미술관 등 여러 곳에서 일했다. 돌아보면 20년 넘는 시간인데, 그동안 쌓인 경험이 ‘전문성’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애정을 키워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시 공간과 맛집을 연결하는 테마는 우뚜기를 대표하는 전매 특허다
첫 직장은 미술 전문지 <월간 미술>이었다. 그때는 내 나이보다 열 살 많은 선배들 밑에서 막내 객원기자로 일했는데, 이 분야에서 베테랑인 선배들은 보통 오전에 새 전시를 취재하고, 미술관 근처 맛집에서 점심을 먹는 게 일상이었다. 그 습관을 따르다가 자연스럽게 전시 공간과 맛집을 연결하는 콘텐츠로 발전했고, 주말이면 친구들에게 그동안 경험한 매력적인 루트를 소개하곤 했다. 음식이라는 ‘미끼’는 바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작은 계기라고 생각했다.
전시 관람이나 인증은 일종의 놀이문화 또는 자기표현 방식이 됐고, 미술시장은 프리즈 서울 등을 이유로 크게 부풀었다가 다시 지반을 다지는 중이다. 변화와 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확실히 2017년 처음 계정을 시작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신생 공간을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게 즐거웠고, 지금도 그 즐거움은 여전하다. 다만 이제는 좀 더 다양한 공간과 전시를 다루고 있다. 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비평적으로 관찰할 깜냥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흐름에 따라 즐기며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프리즈 아트 페어를 비롯한 미술시장과 나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느낀다. 작품을 구매할 능력은커녕 입장권을 살 능력도 없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즈 덕분에 정말 많은 전시를 볼 수 있었고, 특히 대부분의 전시가 아트 위크가 끝난 후에도 계속되고 심지어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전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포스팅하며 공유하려 하는데, 아트 위크가 지나도 천천히 즐기자는 바람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설한 프리즈 서울의 라이브 아트 및 퍼포먼스 아트 플랫폼인 ‘프리즈 라이브’나 ‘2025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를 영상 작업을 하는 임영주 작가가 수상하는 걸 보며 아트 페어에서 비물질적 미술도 두루 소개하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프리즈가 다양한 장르의 미술과 상생하려는 노력은 좋은 일이고, 앞으로 더 많은 동력을 만들어가려면 판매도 잘돼야 할 것이다. 올해 ‘프리즈 하우스’도 생기면서 지금보다 더 긴 호흡으로 지속적 성장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우뚜기
전시 인스타그램 계정 @oottoogi 운영자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컨트리뷰팅 에디터 안동선
- 사진가 이우정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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