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 이승민
작가와 작품 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미술 신을 움직이는 ‘아트 플레이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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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아트 PR 에이전시 ‘wh-bn’ 대표
4년 전 세계 3대 아트 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동시에 열리기 시작한 후, 국내 미술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작은 규모지만 미술 전문 PR 에이전시가 등장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갤리리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다가 어떤 계기로 독립을 결심했나
국제갤러리는 국내외 전속 작가 50명가량을 대표하는 한국 최고의 갤러리 중 하나다. 나는 코로나19 시기에 입사해 4년 반 동안 근무했다. 그동안 세 번의 승진을 거쳤고, 입사 초에는 어시스턴트였지만 이후 PR 리에종,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마지막에는 데퓨티 디렉터까지 올라가며 홍보 실무의 최고 위치에 있었다. 큰 회사 구조에 익숙했고, 안정적인 월급과 복지, 타인들이 나를 보는 직책의 안정감도 확실했다. 그런데 그런 안정에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호기심이 많은 성향이라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다른 갤러리들이 어떤 홍보 전략을 쓰는지 궁금했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도전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때’라는 생각에 2024년 여름에 퇴사했다.
바로 독립 아트 PR 에이전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올해 아트 위크에는 어떤 갤러리들을 홍보했는지
올해는 ‘프리즈’와 ‘키아프’ 개막 시즌 전후로 여러 전시를 담당했다. 구체적으로는 ‘DMZ OPEN 페스티벌’의 일환인 기획전 <UNDO DMZ>와 ‘가고시언’의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 ‘글래드스턴’의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라니 서울’의 기획전, 갤러리 ‘빌팽’의 그룹전 등을 홍보했다. 찾아주신 분이 많아 정말 감사했다.
미술시장이 다변화하고 있다. 소규모 미술 전문 PR 에이전시가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강점은 작은 구조의 유연성을 최대한 살려 갤러리와 기관의 요구에 맞춰 빠르게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갤러리에서 디지털 노출이나 온라인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싶다면 그 요구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합한 전략을 세우고 바로 실행하는 식이다. 또 언론과의 관계도 좀 더 섬세하게 중개하거나, 특별한 프로젝트나 기획을 제안하며 함께 논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라니 서울의 전시 <자아들의 앙상블: 네 명의 작가와 그 너머>에서 작가 장종완의 작품 ‘왕국 1’.
그런 강점의 이면에는 당신의 다양한 경력과 탄탄한 이력이 있지 않을까. 국제갤러리 이전에 미술계의 여러 직종을 경험했고, 전공도 미술인 것으로 안다
학창 시절 미술 실기를 했고, 자연스럽게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영국에서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 홍보대행사 ‘에델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영국에서 시작된 ‘어포더블 아트 페어’에서 갤러리 리에종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 후에는 경매 회사인 ‘케이옥션’ 경매 팀에서 작품의 진위 감정을 어레인지하고 근현대미술 도록을 제작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 경험은 큰 공부가 됐고,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미술사 공부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했다. 하지만 경매 업무는 본질적으로 위탁자와 낙찰자 간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작가와 대중을 잇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2차 시장인 옥션보다 1차 시장인 갤러리 쪽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국제갤러리에 지원해 홍보 업무를 하게 됐다.
홍보 업무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 마음이 더 커지고 깊어진다는 게 놀랍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을 널리 알리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이 미술을 좋아하게 되고 팍팍한 현실의 고민에서 잠시나마 해방돼 몰입적인 행복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나에게 가장 큰 보람이다.
너무 큰 질문일 수 있지만, 지금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포더블 아트 페어를 예로 들면 비록 2회만 열리고 사라졌지만 그 비전에 100% 동의한다.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에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작품이 판매되는 페어였다. 누구나 큰돈 들여 작품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지금 미술시장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본질적인 저변이 튼튼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예술을 접하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즐기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더 쉽고 매력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승민
아트 PR 에이전시 ‘wh-bn’ 대표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컨트리뷰팅 에디터 안동선
- 사진가 이우정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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