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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째주 영화, 네 멋대로 즐기기] 섹스 앤 더 시티 2, A-특공대...

한참이나 멀티플렉스 앞을 서성이며, 영화 선택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엘르가 좀 나섰다. 고양이의 취향에 따라 멋대로 붕어빵으로 평점까지 매겼다. 심심할 때 슥 한번 훑어봐도 좋고 이건 뭐냐며 무시해도 좋다. 이건 어디까지나 당신을 위한 가벼운 조언이다.

프로필 by ELLE 2010.06.11

고양이 세수 : '한니발, B.A, 머독, 멋쟁이' 4종 세트라면 설명이 필요없다. 이 환상의 팀이 펼치는 작전은 종횡무진이나 폼생폼사가 아니라, 늘 중구난방으로 떠들다가 끝이 난다. 이들의 진짜 솜씨는 잘 모르겠으나 언제나 입심 하나는 끝내 준다.  
고양이 기지개 :
극장판 는 <리셀 웨폰>을 떠올리게 만드는 쌍팔년도 아날로그 액션을 추구한다. 사실 두뇌 회전이 비상하다고 자부하는 대장 한니발은 늘 이렇다 할 작전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이 팀이 늘 내놓는 최고의 작전이란 짐승남 B.A를 어떻게 마취시켜서 비행기를 태우냐 였다. 일단 몸으로 부딪치고 나서 생각하는 건 이들이 원조다. 결과는 그저 '쌔뻑'에 맡길 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스타일을 또 보다니 징하게 반갑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헬리콥터 창문에 매달린 B. A가 완전 쫄아서 울부짖는 순간! 

고양이 세수 : 입 거칠고 막 나가는 여대생 기숙사의 4학년들이 실수로 친구 메간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래를 위해 메간의 죽음을 덮어두기로 하니, 기숙사의 졸업파티가 열리는 날 친구들이 서서히 죽어나가는 뻔한 일이 발생한다.
고양이 기지개 : 뻔뻔하게 프레디가  돌아오더니, 이젠 <여대생 기숙사>다. 리메이크 호러 열풍에 사리 하나 추가한 셈이다. 그러나 이 사리는 국물 맛마저 해치니 바로 넣을 걸 후회하게 만든다. 무조건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메타 호러의 지존 <스크림>이후 이런 호러가 상대적으로 유치해진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 언니들은 좀 심하다. 살인마의 행각이 30분이 지나야 슬슬 나온다. 발동이 늦게 걸린 호러는 김빠진 맥주처럼 미지근하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뭐야 여대생인데 그것도 4학년이라니! 그 설정부터 무리수였다.

고양이 세수 : 선임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후, 전 영국 수상 아담 랭의 자서전을 쓰게 된 젊은 작가는 거대한 음모를 발견한다. 그 진실을 파헤치려다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져든다. 제대로 번역하면 '대필작가'지만 '유령작가'’라는 어감이 확실히 묘한 뉘앙스를 전해준다.
고양이 기지개 : 그 동안 로만 폴란스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한다면, 어떤 호러나 스릴러보다도 등골이 오싹하다. 아우슈비츠의 경험이나 아내 샤론 테이트의 살해나 현재의 스위스 별장 감금 등등. 그가 스스로 자서전 격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바로 스릴러의 정수가 되지 않을까? <유령작가>는 향수 속으로 사라져버린 <프랜틱>(1988)을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고풍스럽고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난 유령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고양이 세수 : 보스턴 경찰서의 베테랑 형사 크레이븐은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딸 엠마를 만난다. 딸과 오붓한 저녁을 즐기려던 순간,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게 딸이 무참히 살해당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화 안 나는 아빠란 있을 수가 없다. 남은 건 오로지 복수혈전이다.
고양이 기지개 :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가족주의의 수호신인 아버지 캐릭터들은 몸은 날리며 악당을 깨부신다. 그러나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에지 없이' 어둡기만 하다. <리쎌 웨폰>, <패트리어트>의 멜 깁슨을 떠올린다면 벌써 게임은 끝난 거다. "너희들, 다 죽었어"하며 분노를 터뜨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나이 탓일까? 이젠 분노로 직행하지 않고 몹시 이성을 만지작거린다. 결국 뽑을 총이라면, 관객들 졸기 전에 난사해 주시죠?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마이 걸'로 부성애를 주장하지만, "메사추세츠에선 모든 게 불법"이라는 느와르 식 대사가 더 맛난다.


고양이 세수 : 하이틴 호러를 표방한 옴니버스 영화. <부르는 손>에는 폐교에 들어간 연극부 학생들,  <내 곁에 있어줘>에는 학교장 추천서를 받기 위해 친구를 배반하는 여학생, <귀소년>에는 학교를 떠도는 소녀 귀신을 도와주는 소년이 나온다.
고양이 기지개 : 올해는 <여고괴담>시리즈가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고에서 발생하는 괴담은 여전히 계속 된다. <귀>의 3가지 이야기는 취향과 입맛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지만, 고양이가 추천하는 영화는 <부르는 손>이다. 영화에 귀여운 고양이가 나오기 때문은 아니다. 조은경의 <부르는 손>은 코미디와 호러의 교집합을 찾는 영화다. 겉옷은 호러지만 개그 본능이 뼛속까지 흐른다. 웃다가 울 일은 없지만, 웃다가 놀랄 일은 확실히 있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에구머니! 검은 봉투만 보고 이렇게 기겁한 건 오랫만이다.

고양이 세수 : 어느새 2년이 흘렀다. 캐리는 결혼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실감하고, 성욕의 화신 사만다는 젊음을 지키기 위해 약을 먹고, 샬롯은 유모에게 질투를 느끼고, 미란다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 한다. 그러나 '스타일'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양이 기지개 : 영화의 전반부만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이름하며 <뉴욕, 뉴욕, 뉴욕>! <섹스 앤 더 시티 2>의 전반부 주인공은 단연 뉴욕이다. 투 타임즈 스퀘어 레스토랑, 지크펠트 극장, 엠파이어 호텔의 로비 등이 '블링블링'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더 화려하게 더 당당하게' 포스터 문구는 허풍이 아니다. 이제 그녀들은 좁은 탁자 위에서 베이글이나 브런치를 즐기지 않는다. 개인 비행기와 스위트 룸에서 명품브랜드를 마음껏 뽐낸다. 패션쇼가 따로 없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명품과 신상을 즐기다가 만나는 아부다비 사막의 황홀함.

고양이 세수 : 참으로 한심한 세 청춘이 있다.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먹고 살지만 자꾸 뭔가 꼬이는 재수없는 놈 윤성, 입만 열면 모조리 육두문자인 싸가지없는 놈 종길, 연예인이 되고 싶은 여고생들을 등쳐먹으며 살아가는 개념없는 놈 영조가 그들이다.
고양이 기지개 : 순전히 배고파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윤성, 그리고 그를 도와주려다가 인생 심란하게 꼬여버린 종길과 영조. 이들은 정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만 남은 상태다. 막장 인생! 장난감 총으로 은행을 터는 이들은 폼나는 버디 무드가 아니라 꼬질꼬질한 피범벅 열혈남아가 된다. 영화는 나쁜 놈이 더 잘잔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 잘 풀리는 게 없는 걸 봐서는, 이들은 분명 나쁜 놈이 아니다. 차라리 그들을 그렇게 만든 세상이 나쁘지!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양아치 권장 무비가 식칼 한 번 뽑자 하드 보일드가 된다.

고양이 세수 : 수영 경기장으로 도시락 배달을 간 티엔커는 언니 샤오펑을 응원하는 양양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양양은 언니를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이 없다. 티엔커는 양양과 수화로 대화하면서 사랑을 키워 간다.
고양이 기지개 : 타깃은 분명한 영화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빠져든 순진한 여성에게 또 다시 어필한다. 아직도 그렇게 세상이 아름답나요, 언니? 잠깐, 충고 하나! 스쿠터를 우습게 보지 말자. 대만을 가 본 사람이라면 티엔커와 양양 커플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 질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만은 스쿠터 천국이다. 사랑도 스쿠터와 함께 올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사랑을 갈망하는 티엔커의 모습은 짐 캐리를 닮아서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손발이 오그라드는 스쿠터 포옹 신, 진정 키스 하나에 목숨 건 영화다.

Credit

  • 프리미어 웹에디터 전종혁 COURTESY OF 올댓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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