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비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BEAUTY

변비 비켜!

쾌변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20년간 지속된 변비와의 고통스러운 전쟁에 종결을 고한 리얼 변비 탈출기

ELLE BY ELLE 2019.03.20


“변비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소화계 활동이 느려지며 장기 근육 수축과 움직임이 약에 의존하게 된다. 변비약 중독이 몸을 위험에 빠트린 것이다.”


우선 경고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지금부터 ‘똥’ 이야기를 할 것이므로. 불편한 주제라는 건 잘 안다. 그러니 이에 대해 듣고 싶지 않다면 페이지를 넘겨도 좋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배 속을 망치고, 소화기관과 싸워온 내 이야기는 분명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에겐 쉽게 지나치지 못할 문제일 것이다.


고백하건대, 난 한 번도 배에 친절하게 군 적 없다. 어려서부터 설탕으로 배를 채웠으며, 초록색 음식만 보면 짜증을 냈다. 학창 시절의 무분별한 다이어트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무책임한 장시간의 절식. 거식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음식을 거부하며 배 속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고, 어쩌다 먹어도 섬유질이 부족하고 당분이 많은 음식 위주로 섭취했다. 이렇게 나쁜 식습관은 장 속에 유익균이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고, 결국 17세가 되던 해 이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프룬을 한 상자나 먹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몸. 저녁엔 부어 있고, 동시에 어딘가(!) 막혀 있는 몸뚱어리를 발견한 것이다. 이 정도로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면 식습관부터 바꿔야 했다. 규칙적으로 먹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로 배를 채워야 했다. 하지만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부끄럽게도 실천하지 않았다. 어렸고, 참을성도 없었으며, 음식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주 메뉴는 계란 한 팩과 치킨 너겟. 어머니가 알려준 볶음 요리와 샐러드 조리법은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결국 19세 때 임신 6개월인 사람의 배만큼 부풀어 오른 배와 마주했다. 조치가 필요했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약국으로 향했고 변비약을 주문했다. 약사는 ‘센나(Senna)’라는 풀이 들어간 약을 권하며, 변비에 좋아 차로 우려먹기도 한다고 했다(풀이 들어가 있다면 당연히 몸에 좋을 것 아닌가!). 세노사이드(Sennosides) 성분이 장을 자극해 부드럽게 음식을 밀어준다고 덧붙이며. 아니나 다를까, 12시간 후 변비약은 약속한 효과를 발휘했다. 꽉 찼던 배속이 텅 빈 느낌. 황홀했다. 변비를 고통 없이 빠르게 고쳐줄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이제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게 됐다!


곧 변비약은 일상이 됐다. 첫 1년간은 일주일에 서너 번 약을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몸에 내성이 생겼고 더욱 강력한 약으로 교체했다. 효과가 빨라진 만큼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 가끔 효과가 너무 빨라 외출 도중 똥이 마려웠고, 결국 모든 활동을 화장실 근처로 계획해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붓지 않는 몸을 보며 제법 잘 관리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체중이 크게 줄어들지도 않았고 눈에 띄는 부작용도 없었으니까. 머지않아 하루 두 알, 가끔은 네 알까지 복용하게 됐다. 약을 잔뜩 먹게 된 것이다.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며 복통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장이 꼬이는 날이 지속됐다. 변비약 과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간과했던 것이다. 변비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소화계 활동이 느려지며 장기들의 근육 수축과 움직임이 약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도! 10년 이상 지속된 변비약 중독이 몸을 위험에 빠트린 것이다. 친구들은 물론 남자친구 역시 우려를 표했지만 약을 끊을 수 없었다. 지적인 성인 여성으로서 이런 행동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변비약 없이는 소화계가 곧장 파업에 들어가니까. 움직이지 않고 배 속에 남아 있던 노폐물들은 몸에 독소를 보냈고, 두통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까지 얻게 됐다. 그러다 결국 내 똥이 일을 내고 말았다. 12월, 크리스마스를 남자친구와 함께 보내기 위해 인파가 들끓는 광장으로 향하던 도중 어김없이 화장실이 급해졌다. 물론 이를 예상했기에 카페나 술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루트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뻘건 피가 변기를 물들인 것이다. 똥의 경고였다. 설마 암은 아니겠지? 곧장 의사를 찾았고, 대장 내시경을 예약했다. 그렇게 옆으로 쭈그려 누운 채 카메라가 몸속으로 들어간 시점에서야 비로소 그간의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걸 깨달았다. 출혈의 원인은 결장이 찢어진 것뿐이었지만 때가 왔음을 감지했다. 드디어 이 빌어먹을 습관을 버릴 때가 온 것이다. “아침은 거르고, 샌드위치 하나를 오후 2시경, 저녁은 오후 9시쯤 먹어요. 물은 하루에 석 잔 정도 마실까요?” 의사는 내 식습관을 들으면서 분노로 몸을 떨었다.


먼저 혹사당한 배 속을 보듬어주었다. 몸속을 씻어내리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영양이 고루 잡힌 규칙적인 식사를 하며, 아침도 챙겨 먹었다. 그리고 변비약 대신 유산균을 섭취했다. 소장을 지나 결장까지 ‘살아서’ 가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선택해 소화와 영양소 흡수, 독소 제거를 도왔다. 성격은 여전히 급했고, 늘 신속한 해결책을 찾느라 분주했지만 그럴수록 물 섭취량을 늘렸다. 냉장고는 형형색색의 채소와 생선으로 가득 채웠고 타파웨어에 챙긴 요거트와 그레놀라는 회사 탕비실의 간식 테이블로 달려가고 싶은 욕망을 뿌리치게 해주었다. 물론 주기적인 필라테스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았다. 그 결과 부종과 두통은 점차 완화됐고 1년여의  노력 끝에 배의 불편함도 완벽히 사라졌다. 창피할 만큼 단순한(그러면서도 건강한) 생활 패턴이 변비와 부종,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던 광란의 시간들에 이별을 고한 것이다. 부적절한 식습관과 소화계를 속였던 변비약이 어찌나 유해한지 깨달은 지금, 정상으로 돌아온 배에 그동안 버텨주어 고맙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혹시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변비약을 변기통에 버리라고 강력히 경고한다. 나와 같은 고통의 20년을 보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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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천나리
    글 JENNIFER GEORGE
    사진 ASHLEY ARMITAGE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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