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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감독' 연상호가 예산 2억 쓴 '얼굴' 흥행을 가장 바라는 까닭

토론토국제영화제 참여 중인 '얼굴' 팀이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섰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9.10

영화 <얼굴>이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은 건 연상호 감독의 그래픽 노블 데뷔작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천만 감독'이 독립영화 급의 초저예산 작품을 만든다는 점 덕이었습니다. <얼굴>의 제작비 약 2억 원은 장편 독립영화 한 편을 만들기도 빠듯한 금액이에요. 그런데 여기 박정민이 노 개런티로 가세하며 판이 커졌습니다. 걸출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이게 됐죠.



이례적으로 <얼굴>의 언론시사회는 개봉을 하루 앞둔 10일 열렸습니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받아 현지에 체류 중인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은 화상으로 취재진 앞에 섰는데요. 막 영화제 첫 상영을 마치고 피곤할 법도 했지만, 이들이 국내 기자간담회까지 소화한 건 연상호 감독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영화는 앞을 못 보지만 도장 파기 외길 인생을 걸으며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 그와 함께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의 숨겨진 가족사를 비춥니다. 40년 동안 어머니 없이 임영규의 손에서 자란 임동환은 어느 날 백골 사체로 처음 만난 어머니의 죽음과 마주하게 되고, 거기 얽힌 미스터리를 복잡한 감정으로 추적합니다. 권해효가 노년의 임영규를, 박정민이 청년 시절 임영규와 임동환을 동시에 연기했습니다.



임영규와 임동환은 각각 아내와 어머니의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임동환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사라졌으니, 기억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겠군요. 이 독특한 설정이 <얼굴>에 흥미를 돋우는데요. 연상호 감독은 '성취에 집착하는 자신'으로부터 착안한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나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라는 감독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1970년대 고도의 성장을 이룩한 한국은 근대사에서 무엇을 잃어버렸고, 무엇을 착취했는지까지 말이죠. 극 중 시각장애인이지만 시각예술로 성공한 임영규, 그리고 임영규의 아내 정영희가 이 흐름을 은유합니다.


임영규라는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비장애인 배우 두 사람이 연기하다 보니 고충도 있었을 듯한데요. 하지만 권해효와 박정민은 '어렵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먼저 권해효는 "감독의 특별한 디렉팅을 받거나 외형적, 일반적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지 고민하진 않았다"라며 "15년 넘게 함께 살았던 장인이 시각장애인이었다. 익숙한 공간에서는 빠르게, 반대의 경우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등의 모습을 오랜 시간 봐 왔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어렵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설정 상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던 임영규가 시각예술을 한다는 걸 관객들이 납득할 지가 걱정이었다고 덧붙였고요.



박정민은 앞서 아버지의 시각장애를 고백했던 적이 있죠. 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 보면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 본 적은 없지만 가족으로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어 "자연스럽게 조금씩 되짚게 되는 행동과 패턴들이 있었다. 준비 과정은 물론 촬영하면서도 저희 아버지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개봉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토론토에 가 있는 이들에게 현지 분위기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연상호 감독은 대번에 "박정민은 이곳에서 스타다. 토론토의 '저스틴 비버'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줬습니다. 1800석 규모의 거대한 극장에서 그 만큼의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며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 되살아났다고도 했어요. 감독은 "한국인이 몰입하기 좋은 영화일 거라는 생각에 걱정도 있었지만, 오늘 하루 토론토에서 인터뷰를 하며 외신 기자들과 관객들 모두 100%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라며 감동의 순간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개봉이 그야말로 코 앞인 터라, 토론토에서도 <얼굴> 팀 전원은 한국 반응을 줄곧 신경 쓰고 있었다고 해요.



언급했듯 영화에 들어간 제작비는 2억 원 남짓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고퀄리티의 상업 영화가 완성됐죠. 이를 두고 연상호 감독은 기꺼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저예산을 고집한 건 전설적인 아시안 저예산 영화로부터 받은 특유의 에너지를 구조화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감독은 이러한 실험을 <얼굴>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데요. 그러면서도 "대충 계산해 보니 20억 원은 있어야 겠더라. 그런 구조가 필요한데 고민 중이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은 더 간절합니다. 그는 "내일이 영화 개봉인데, 이번 작품처럼 흥행에 목 말라 본 적이 없다"라고 운을 뗐어요. 이어 "예산이 워낙 적다보니 손익분기점도 낮은데, 도와주신 분들이 (수익을) 많이 가져가셨으면 한다"라며 "이렇게 간절한 적이 없다. '영화가 좋았다', '의미 있었다'로 끝날 게 아니라 내일 개봉인데 잘 좀 부탁드린다"라고 다시 한 번 읍소했습니다.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차 촬영만으로 완성한 '천만 감독'의 초심, <얼굴>은 11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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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