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사진작가는 식물학을 어떻게 발전시켰나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식물학자이자 최초의 여성 사진작가인 안나 앳킨스는 식물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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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ucojam Varium’(1854).

‘Asplenium Septentrionale’(1853).

‘Lastrea Focnisecii’(1853).
1843년 10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식물학자 안나 앳킨스(1799~1871년)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최근 꽤 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바로 내가 구할 수 있는 모든 영국산 이끼류와 미세 조류(Confervae)의 인상을 남기는 일이지. 대부분 너무 작고 미세해서 그림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거든.” 그로부터 1년 후인 1844년, 안나는 시아노타입(Cyanotype)을 통해 구현한 사진으로 이뤄진 조류 도감 <Photographs of British Algae: Cyanotype Impressions>을 자비로 펴냈다. 사진으로 구성된 최초의 책이었고, 각 페이지에는 표본의 이름이 손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이로써 그녀는 훗날 최초의 여성 사진작가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안나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과학자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 덕에 당시 여성에게는 드물었던 교육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의 과학은 남성의 전유물이었지만 그중 식물학은 비교적 문턱이 낮은 분야였고, 식물 일러스트레이션은 여성에게 ‘품위 있는 취미’로 여겨졌다. 안나는 아버지 곁에서 일하며 삽화 실력을 길러 1830년대부터 자신의 식물 표본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안나를 매료시킨 청사진 혹은 시아노타입의 또 다른 이름은 ‘선 프린트(Sun Print)’로, 재현하려는 물체를 자외선에 민감한 화학약품으로 처리해 종이 위에 놓고 햇빛에 노출시키는 기법이다. 시아노타입을 통해 재현된 식물의 모습은 삽화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확했다. 그리는 사람의 태도와 스킬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식물의 고유한 생김새는 종이가 햇빛에 그을리는 시간 동안 선명해지고 명확해졌다.
안나는 10년간 조류 분류에 집중한 다음, 양치식물의 꽃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작업 대상으로 삼으며 과학적 엄정함에서 예술적 표현의 세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깊은 바닷속이 떠오른다. 인류가 나타나기 전부터 지구에 뿌리를 내렸을 원시적 존재들은 안나의 사진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Asplenium Ruta Muraria’(1853).

‘Fucus Machaii’(1850~1912).

‘Ulva Latissima’(1853~1909).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COURTESY OF GETTY MUSEUM
- COURTESY OF THE NEW YORK PUBLIC LIBRARY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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