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아파트에서 벗어나 붉은 벽돌집을 택한 패션 브랜드 대표는 어떻게 지낼까?

'오아이오아이컬렉션' 정예슬 대표가 예술과 공존하는 법.

프로필 by 이경진 2025.05.13

오아이오아이컬렉션(OiOi Collection), 솔티페블(Salty Pebble), 로우타이드(Low Tide) 등 감각적인 패션 브랜드를 이끌었던 정예슬 대표.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잠시 휴식을 누리고 있는 그녀의 집은 서울 번화가 한복판이라곤 믿기지 않는 한적한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무척이나 현대적인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했던 그녀는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생각에 마음에 맞는 주택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통 흰색의 벽과 차분한 마룻바닥, 빗살무늬 도어, 소담한 정원이 있는 높은 천장의 박공지붕 집을 발견했다. “주택생활이 제 성향과 맞을지 걱정했는데, 이 집에서 2년여를 지내다 보니 모든 게 만족스러워서 다음 주택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마음에 드는 건축사무소와 직접 집을 지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죠.”


마스킹테이프를 중첩되게 붙여 입체적 형태를 만드는 박건우 작가의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마스킹테이프를 중첩되게 붙여 입체적 형태를 만드는 박건우 작가의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그레타 맥누손 그로스만 디자인의 라운지체어가 놓인 1층. 벽에 걸린 작품은 테일러 화이트의 ‘No, I Cut My Own Hair’(2020).

그레타 맥누손 그로스만 디자인의 라운지체어가 놓인 1층. 벽에 걸린 작품은 테일러 화이트의 ‘No, I Cut My Own Hair’(2020).


이전 집에서는 카시나 · 드세데 · 텍타 등 구조적 형태의 무게감 있는 가구들을 놓았지만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전부 교체했다. 계절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규모가 작고 따뜻한 분위기의 원목 가구 위주로 선택한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감도 있는 빈티지 가구들을 보유한 숍 한 군데에서 모든 가구를 구입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덕분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통해 여러 가구를 균형 있게 조합할 수 있었다고. “모든 가구의 중심은 조지 나카시마의 다이닝 테이블이었어요. 부엌과 거실이 연결된 넓은 2층의 주요 지점에 이 테이블 세트를 놓고 그 다음 가구를 고민했죠. 전형적인 소파 구성이 싫어서 데이베드와 라운지체어, 낮은 테이블을 조합했어요. 장 프루베의 데이베드는 첫인상은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았는데, 사용해 보니 너무 안락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 프루베 디자인의 데이베드, 샤를로트 페리앙의 1인용 체어, 블라디미르 케이건의 묵직한 테이블이 어우러진 거실. 뒤편에 자리한 작품은 서도호의 ‘I am Your Conduit’(2014).

장 프루베 디자인의 데이베드, 샤를로트 페리앙의 1인용 체어, 블라디미르 케이건의 묵직한 테이블이 어우러진 거실. 뒤편에 자리한 작품은 서도호의 ‘I am Your Conduit’(2014).

젠 스타일의 빗살무늬 문 앞에 선 정예슬 대표.

젠 스타일의 빗살무늬 문 앞에 선 정예슬 대표.


정예슬 대표는 20대 때부터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집 안 곳곳에 걸린 토무 고키타, 테일러 화이트, 조지 몰튼 클락, 크리스 조핸슨, 안토니아 쿠오와 옥승철 · 박건우 · 허수연 · 최윤희 · 우국원 작가 등의 작품은 그녀가 국내외 갤러리와 아트 페어를 다니며 운명처럼 발견한 소중한 보석들이다. “소재와 색감이 중첩되거나 작가의 작업 과정이 흥미로운 작품에 특히 마음이 끌리는 편이죠. 서도호 작가님의 작품은 홍콩 아트 페어에서 발견하고 꽤 오래 기다린 끝에 며칠 전 새로 설치해서 더욱 특별해요.” 그녀는 지금의 휴식기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취향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브랜드의 시선과 관점으로 살았을 뿐, 일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쉬고 즐겨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이 집은 그녀에게 일상을 돌아보며 예술과 공존하는 방법을 일깨워준 공간인 셈이다.


단정하고 차분한 무드의 부엌. 집 안 가구들의 구심점이 돼준 조지 나카시마의 다이닝 테이블. 그 뒤에 보이는 작품은 안토니아 쿠오의 ‘Andromeda’(2024). 세라믹 소재의 부조 작품을 철제 프레임으로 감싼 독특한 구조다. 부드러운 질감의 패브릭이 편안한 느낌을 더하는 1층 공간. 벽에 걸린 작품은 에디 마트리테즈의 ‘BF No, 31(2022)’.
카시나의 LC4 라운지체어와 그 뒤에 걸린 작품은 옥승철 작가의 ‘NEVER AGAIN(2022)’. 젠 스타일로 디자인된 단정한 현관. 정예슬 대표가 좋아하는 향수와 아트 북,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모인 수납장 풍경. 루이스폴센의 PH 셉티마 펜던트와 블라디미르 케이건 디자인의 1인용 소파가 매치된 공간.
빨간 벽돌이 따스한 느낌을 더하는 정예슬 대표의 집 외관.

빨간 벽돌이 따스한 느낌을 더하는 정예슬 대표의 집 외관.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컨트리뷰팅 에디터 정윤주
  • 사진가 CHUNG MELMEL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