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부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하늘인 듯 그 경계선이 불분명한 곳, 바로 여자들의 다리이다. 바지나 치마는 인간의 꼬리뼈만큼 퇴화되었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바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부츠. |

1 2005년 마돈나 에프터 파티가 열리는 영국 클럽 타바레에 가는 스텔라 맥카트니.2 일찍이 사이하이 부츠의 매력을 설파했던 데이빗 보위.3 더 폴오 그래디쇼에 등장한 레이디 가가.4 구찌의 사이하이 부츠. 부츠의 시작은 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발끝까지 오는 롱 스커트를 입었기 때문에 각선미를 뽐낼 일도 없었던 탓. 대신 남자들이 타이트한 팬츠에 부츠를 덧신고 통통한 닭다리 같은 각선미를 뽐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화장실 시설이 열악했다고 전해지는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는 길거리 아무 곳에 버려진 오물을 피하기 위해 부츠가 유행했다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도 전해온다. 아무튼 그 시작이야 어찌되었건 2009년 겨울, 가장 섹시한 패션 아이템을 꼽으라면 발끝부터 허벅지까지 시원하게 쭉쭉 뻗은 부츠이다. 무릎 위를 올라온다고 해서 니부츠 혹은 사이 하이 부츠라고 불리는 바로 그것. 1 1970년대 제이너 아크렌.2 2002년 카일리 미그노.3 자라의 사이하이부츠.4 2003년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 온 이브.부츠의 유래가 남자였던 것처럼 일찍이 부츠의 섹시함을 일깨워준 것 또한 남자였다. 바로 스스로를 화성에서 지구로 내려온 양성적인 스타 ‘지기 스타더스트’로 설정한 데이비드 보위가 그 장본인. 데이비드 보위를 필두로 한 글램록의 뮤지션들은 짙은 화장에 몸에 타이트하게 붙으며 번쩍거리는 의상을 입어 많은 남성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반대로 여자들에게는 잠재적으로 억압되어왔던 ‘섹시함’에 대한 강렬한 인스피레이션을 남겼다. 섹시하지만 결코 순종적이지 않고, 도발적이면서도 남자들을 자유자재로 농락하는 요즘의 패션 아이콘들 ? 이효리, 비욘세, 레이디 가가 ? 등은 그 기원을 따지고 보면 데이비드 보위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코코 샤넬이 1900년대 초반의 여성들의 패션을 바꿔놓았다면 뇌세적인 글램록은 21세기의 스트리트 패션을 바꿔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채찍 하나 들어도 어울릴 법한 싸이 하이 부츠가 자리잡은 것이다.사실 싸이 하이 부츠를 신은 모습을 보면 모델들조차 ‘허벅지 살밀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무리 가는 허벅지라도 싸이 하이 부츠를 신으면 그야말로 ‘육덕진’ 모습이 연출된다. 하지만 기억할 것! 싸이 하이 부츠의 묘미는 신었을 때 수양버들처럼 가녀린 모습이 아니라, 이단 돌려 옆차기라도 할 수 있을 법한 건강함과 당당함이라는 것을. *자세한 내용은 엘르 액세서리 본지 F/W NO.6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