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카의 시작은 레드카펫부터. 그 중에서도 눈에 띈 이 커플은 14개 부문 후보작에 올라 사상최대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웠던 영화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죠. 그게 벌써 18년 전의 이야기!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명과 함께 흑인배우들의 보이콧 선언이 잇따른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호스트는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크리스 록이 맡았습니다. “보이콧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도 했지만 난 실업자이고, 이 자리를 백인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는 유쾌한 농담, 그리고 “레오나르도는 매번 후보에 오를 만큼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흑인들은 그런 역할을 맡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인종차별에 대한 뜨끔한 충고와 함께.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새로운 변화 하나. 바로 수상자들의 소감과 함께 화면 아래에 빠르게 지나가는 ‘이름자막’ 입니다. 고마운 인물들의 이름을 미리 받아 화면에 띄우는 것으로 수상자들이 의미깊은 소감을 남기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죠. 덕분에 작품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아버지가 늘 말했다던 이야기, “피부색이라는 것은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없는 것”이라는 인생철학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 후 88년 역사상 처음으로 무대에 선 한국인 배우는, 대체할 수 없는 연기의 소유자 이병헌입니다. 백스테이지에서의 여유로운 눈웃음 좀 보세요. 정말 오스카 첫 시상 경험 맞아요?

영화 <유스>의 주제가를 부른 성악가 조수미도 참석했는데요,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무대에서 바로 라이브 공연이 힘들어 축하무대는 가지지 못했다고. 다음에 또 만나요!

오스카에서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음악상을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이제는 과거형으로 바꿔야겠네요. <시네마천국>, <러브 어페어>, <석양의 무법자> 등 노래만 들어도 장면이 절로 떠오르는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레꼬네가 드디어 영화 <헤이트풀8>으로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는 소식!

<버드맨>에 이어 <레버넌트>로 아카데미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88년 오스카 역사상 단 세 번째라는 ‘2년 연속 감독상 수상 기록’이 기적이 아니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연출한 듯한 두 영화가 설명해줄 거예요.


영화 <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이 최고의 파트너라고 감사인사를 전한 이는 영화에서 그녀의 아들을 연기한 아이, 키 높은 마이크 때문에 단상에 올라선 저 자그마한 아이입니다. ‘제이콥 트렘블레이’를 잘 외워두세요. 소년의 이름이자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무서운 신예 배우의 이름입니다.

드디어 인류의 염원 ‘레오 오스카 수상’이 이루어질 것인가, 두구두구두구 긴장되는 와중 미소를 선사하는 이가 있었으니, 무대 위 스크린에 주목하세요. 남우주연상 후보들을 보여주는 스크린에 웬 미인이. <데니쉬 걸>에서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화가를 완벽 연기한 배우 에디 레드메인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이야기가 오스카에서 통했나 봅니다. 인류의 염원 ‘레오 오스카 수상’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수상 소감을 청산유수처럼 읊기도 전에 모두 일어나 박수치는 배우와 관객들. 참고로 수상소감으로 레오나르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기후 문제에 우리 인류 모두가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레오 걱정, 레오는 인류 걱정. 한마음 한 뜻으로 이뤄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남우주연상 수상, 축하해요!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영화를 만들었다. 그 목소리에 오스카가 힘을 실어줬다. 이 영화가 합창이 되어 바티칸에도 울려 퍼지길. 우리모두 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고 우리의 신앙을 회복해야 할 때다.” 작품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수상 소감이자 예술이 존재해야 할 이유.

미술상, 편집상, 의상상, 분장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 등 주요 스테프상을 휩쓴 영화 <매드 맥스>. 비록 조지 밀러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노익장’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워지는 그의 젊은 열정이 있기에, 2017년 오스카 '본방사수'도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