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아파트에서 타운하우스로 이사 간 갤러리 이목화랑 대표 부부의 4층 주택 #홈터뷰

프로필 by 차민주 2024.01.18
숨은그림찾기 하듯 작고 큰 그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집. 2대째 갤러리를 운영하는 이목화랑 대표 김자영, 임태훈 부부의 삼송 타운하우스에서 그림 거는 행복을 발견했다. 스무 번째 #홈터뷰.

 

아파트에서 타운하우스로

이목화랑(@yeemockgallery)을 운영하는 김자영(@blackwave_), 임태훈 부부입니다. 금이와 콩이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최근 삼송에 있는 타운하우스로 이사 오면서 가구와 소품, 작품들을 조화롭게 구성해 보며 일상 속 작은 즐거움들을 물씬 느껴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탈에서 발견한 자유

결혼을 하고 오랫동안 주상복합에 살았어요. 이사 직전 3년간은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어느 날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갑갑함이 느껴지고 아파트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조용하고 정말 휴식다운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택의 삶이 궁금해 전원주택이나 단독 주택을 알아봤는데 직접 짓는 건 부담스러웠고 누군가 주변을 관리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요소들을 두루 갖춘 게 타운하우스더라고요. 관리 사무실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공동 관리를 받을 수 있어요. 삼송에 타운하우스가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 지체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4층까지 오르고 내리고

집이 4층이라 계단이 조금 많아요. 고양이들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걸 좋아해서 캣타워에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두 마리가 늘 계단에 올라 저희를 관찰해요. 계단 사이사이 얼굴을 내밀며 저희를 쳐다보고 있을 땐 정말 너무 귀여워요. 난간을 막으려다가 그냥 두었는데 막았으면 큰일 날 뻔했지 뭐예요. 이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다 놓쳤을 테니까요. 금이와 콩이는 원래 좀 서먹서먹한 사이인데요. 절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지 않던 두 냥이가 이사 직후 낯선 공간에 오니, 한 집에 들어가 3일간 꼭 붙어 있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웃기게도 4일째 되던 날, 다시 예전의 남남으로 돌아갔어요.
 
 

2층에 거실이 있는 집

분양받을 때 거실과 주방이 1층에 있는 타입, 2층에 있는 타입이 있었는데 후자를 택했어요. 현관에서 바로 거실이 이어지는 게 조금 개방적인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아파트에서 지냈던 생활과 완전히 다른 사이클을 원하기도 했고요. 오후 2시 반쯤이 되면 거실에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데 이때 벽등의 빛과 그림자가 윤슬처럼 반짝반짝 빛나요.  
 

남편의 뮤직 스페이스

어렸을 때부터 음반 수집이 취미였던 남편은 메탈 장르나 실험적인 앨범을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요. 블랙 메탈을 듣고 있으면 잠이 잘 온다고! 하하. 집을 둘러보러 왔던 첫날, 1층에 우두커니 독립적으로 있었던 방 하나를 보고는 남편의 음악 감상실로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피커는 Focal Sopra1, 앰프는 Copland CSA150, CD 플레이는 Maranta 브랜드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이 조합, 음질 정말 괜찮아요.
 
 

애증의 스테인리스 주방 가구

제 로망 중 하나는 스텐 주방이었어요. 작년 리빙 페어를 다니며 여러 회사의 스테인리스 주방을 구경하다 발견한 클린업이라는 일본 브랜드를 보고는 한눈에 반했고요. 생소했지만 손자국이 안 남는, 제가 딱 원하던 스타일이라 계약하고 기다리는데, 두 달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인 거예요. 4월 초에 계약해서 6월 말엔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기다리다 지쳐갈 때쯤 10월에 받았어요. 이사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서랍장이라 많이 속상했지만 지금은 보고 있으면 마음에 들어서 흐뭇하긴 해요. 정말 애증의 가구랍니다.
 
 

흰 벽에 그림 한 점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꼭 한가운데 그림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보세요. ‘그림이 벽에 비해 너무 작지 않나?’ 걱정하지 마시고 한쪽으로 치우친 위치에도 걸어보세요. 그림을 지나치게 높게, 시계 높이로 거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작품은 눈높이에 거시는 게 가장 이상적이에요. ‘설마 여기에 거는 건 좀 아니겠지?’ 생각이 드는 위치에도 작품을 배치해 보세요! 우리가 가진 선입견으로 오히려 신선한 공간이나 장소를 놓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제자리를 찾은 문관석

사진 속 문관석은 예전 갤러리 입구에 있었던 문 지킴이였어요. 갤러리를 이사하면서 문관석을 어떻게 해야 고민하다 아파트로 이고 지고 가져왔었죠. 집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보니 베란다에 외톨이처럼 있었어요. 이번 집에서는 문관석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네요.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죠?
 

집을 짓게 된다면 2층 주택으로

4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은근히 만만치 않아요. 다리가 아픕니다. 귀찮기도 하고요. 운동이 되기는 하지만 둘 중의 한 명이 이동할 때 겸사겸사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하. 옥상도 주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데요. 어디서 날아왔는지 낙엽이 쌓여 있어서 가끔 치워야 하고, 눈이나 비가 올 때도 신경 써야 할 곳들이 있어요. 만약에 누군가 집을 짓는다고 하면 단층으로 길고 넓게, 층수는 2층으로 추천할 것 같아요. 그리고 주차장! 동네 주민이 그러시더라고요. 주택에 살고 나서 지하 주차장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지하 주차장. 이용할 땐 몰랐는데 요즘은 정말 느껴요. 혹 타운하우스를 고려하고 계신다면 주차장 컨디션도 꼭 함께 살펴보세요. 약간의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있는 주택 살이. 그렇지만 주택이 가지는 매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나만의 생활 방식을 가져볼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와요. 무엇보다 자유로움이 크죠. 창문을 활짝 열면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것처럼 재미있는 생각들이 늘 유영해요.
 

#홈터뷰 관련기사

Credit

  • 에디터 차민주
  • 글 박은아
  • 사진 @blackwave_